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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기뢰 제거전 본격화…AI 무인 함정이 바다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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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기뢰 제거전 본격화…AI 무인 함정이 바다 연다

“드론이 드론 띄운다”…유조선 항로 복구 둘러싼 해양 방산 경쟁
AI 무인 함정 상상도. 사진=제미나이이미지 확대보기
AI 무인 함정 상상도. 사진=제미나이

호르무즈 해협 항로 복구를 위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무인 기뢰 제거 시스템 투입 준비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각국 군과 방산업체들은 이란이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무인 수상정과 수중 드론, 음파탐지기(소나) 등을 결합한 차세대 해상 무인 시스템 운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최근 “상황이 허락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항로 재개를 지원하기 위해 영국 스타트업 크라켄테크놀로지그룹이 제작한 자율 기뢰 탐지 함정을 다국적 작전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이란이 대규모 기뢰를 설치한 정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뢰 존재 가능성만으로도 해운업계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펜트리스 전 영국 해군 소장은 “기뢰밭은 실제 기뢰가 없어도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순간 효과를 발휘한다”며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건 훨씬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드론이 드론 띄운다”…무인 기뢰전 시대


현대 기뢰는 과거처럼 수면 위에 떠 있는 방식이 아니라 해저에 설치된 뒤 선박 움직임을 감지해 폭발하는 형태가 많다.

이 때문에 각국 해군은 최근 무인 수상정과 잠수형 드론을 활용한 기뢰 탐지·제거 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영국 방산 스타트업 유포스의 올레그 로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이제는 드론이 또 다른 드론을 발사하는 시대”라며 “조종자는 런던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포스의 마구라 해상 드론은 흑해에서 러시아 함정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으며 현재는 소나 시스템 견인이나 기뢰 제거용 수중 드론 운반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텍스트론시스템스의 무인 수상정(CUSV)과 레이시온의 AQS-20 소나 탐지 시스템, 바라쿠다 수중 드론 등을 운용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 해군도 탈레스의 무인 기뢰 제거 시스템(MMCM)을 도입했다. 이 체계는 드론 보트와 예인형 소나, 수중 드론을 결합한 구조다.

◇ “100% 제거는 불가능”…보험사 판단이 핵심


다만 전문가들은 최신 기술이 도입돼도 기뢰 제거는 여전히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합성개구소나(SAS) 기술 발전으로 해저 물체를 3~4cm 수준 해상도로 식별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해저에는 기뢰와 비슷한 형태 물체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한 해양 측량 전문가는 “장바구니인지 트랙터 타이어인지 구분할 정도 해상도는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해저에 원통형 물체가 매우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고 조류 변화와 선박 이동이 많아 기뢰가 모래나 진흙에 쉽게 묻힐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영국 해군 출신 애드리언 피어스 전 기뢰제거함 함장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에 “수주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기술이 작업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맞지만 결국 핵심은 확신의 문제”라며 “100% 완전 제거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탈레스의 이언 맥팔레인 수중시스템 판매 책임자도 “오늘 제거했더라도 밤사이 누군가 다시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며 “우리는 100% 모든 기뢰를 제거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 결국 핵심은 ‘안전하다고 믿느냐’


FT는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기뢰 제거 숫자보다 선주와 보험사들이 항로 위험이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하느냐 여부라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 핵심 통로다. 현재 긴장 고조로 유조선 운항과 보험 비용이 크게 흔들리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상 무인 드론과 자율 기뢰 제거 시스템 시장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