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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빗장 걸기, 도리어 호재?… 中 전기차 유입에 현지 부품·원자재사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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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빗장 걸기, 도리어 호재?… 中 전기차 유입에 현지 부품·원자재사 ‘방긋’

브뤼셀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현지화’ 강제… 유럽 공급망에 사상 최대 낙수효과 전망
에너지 위기 뚫고 유럽 1분기 EV 판매 30% 폭증… 올해 500만 대 시장 개막
벌컨·립모터 “리튬 등 원자재 수요 폭발… 유럽 탄소세 결합 시 국산화 부품 선호 뚜렷할 것”
BYD 차량이 3월 24일 방콕에서 열리는 제47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BYD 차량이 3월 24일 방콕에서 열리는 제47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친환경차를 겨냥한 고강도 규제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역설적으로 유럽 현지의 배터리, 리튬 등 부품·원자재 공급업체들에 거대한 상업적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럽 영토 내로 직접 진입하려는 중국 전기차(EV) 거물들이 현지 가치사슬을 대거 수혈해야만 하는 ‘현지화 딜’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 대규모 리튬 염수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호주 에너지 기업 벌컨 에너지 리소스(Vulcan Energy Resources)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유럽 전격 유입과 브뤼셀 당국의 지역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 결합하면서 유럽 현지 자동차 공급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분 49% 제한·직원 절반 유럽인 의무화… 장벽이 만든 ‘합작 투자’ 기회


현재 비야디(BYD)부터 샤오펑(Xpeng)에 이르기까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낀 중국 전기차 거두들은 더 높은 이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시장으로의 공세적인 영토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EU 집행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을 49%로 대폭 제한하고, 전체 기업 직원의 50% 이상을 유럽 현지인으로 채우며, 핵심 기술 공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가속기법’ 초안을 만지작거리며 중국 진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중국자동차제조협회는 즉각 “체계적인 차별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그러나 프랜시스 웨딘(Francis Weddin) 벌컨 집행 의장은 이 같은 장벽이 오히려 양 진영의 전략적 기술 동맹을 강제해 현지 부품 생태계를 폭발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하류(다운스트림) 산업 가치사슬에서 기술과 생산 단가 혁신을 주도하는 중국의 진입은 유럽에 엄청난 보너스”라며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유럽 현지 업체들과 무조건 합작 법인(JV)을 결성하고 현지 원자재를 사들여야만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비용 절감이 절실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유럽 전통의 완성차 거인들은 이미 중국 기업들과 자율주행 및 R&D 협력을 광범위하게 맺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중국 내 직접 판매망이 없음에도 상하이에 R&D 센터를 전격 설립해 신형 ‘트윙고’ 모델의 개발 및 생산 기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인 21개월로 단축하는 이득을 챙겼다.

스텔란티스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립모터(Leapmotor)의 마이클 우 공동 사장 역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럽 현지 공급업체로의 가치사슬 전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업계 기류를 전했다.

이란 전쟁 위기 뚫은 EV 수요… ‘탄소 국경세’ 도입 시 유럽산 리튬 몸값 폭등


최근 중동 이란 전쟁의 가속화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유가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럽 시장 내 전기차 수요는 외려 독보적인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한 120만 대를 기록하며 미국과 중국의 수요 둔화세를 완벽히 방어해 냈다. IEA는 올해 유럽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 성장한 5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폭발적인 수요는 현지 원자재 수급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EU가 수입 화학물질과 배터리 원료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인 ‘탄소경해조정메커니즘(CBAM·탄소국경세)’이 본격 발효되면, 중국 본토에서 정제되어 건너오는 리튬 제품에 가혹한 관세가 붙게 된다.

웨딘 의장은 “탄소세 장벽이 도입되면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고객사들은 탄소 발자국이 적고 지리적 이점이 확실한 유럽 현지산 리튬 화학제품을 압도적으로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글로벌 외환·원자재 시장이 두 개의 분절된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벌컨, 2028년 독일에 연산 2만 4천 톤 리튬 기지 완공… 10년 치 물량 완판


이 같은 공급망 현지화 랠리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벌컨은 오는 2028년 독일 라인 계곡(Rhine Valley)에 염수 리튬 프로젝트 1단계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해당 기지가 가동되면 연간 약 24,000톤 규모의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상업적 납품은 가동 3년 후인 2031년경부터 전격 시작될 예정이지만, 서방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며 이미 스텔란티스, LG에너지솔루션, 글렌코어 등 핵심 앵커 기업들에 초기 10년 치 생산 물량 전체를 완판(선매각)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 속도가 가속화될 경우 오는 2050년 전 세계 리튬 수요가 기본 전망치의 두 배를 초과하는 1,300만 톤을 돌파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테크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저장용 배터리(ESS) 수요와 전기차 시장의 결합으로 향후 수년간 글로벌 핵심 광물의 공급 부족과 현지화 선점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