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3배 확충·소버린 클라우드 육성… 삼성·SK, 수조 원 유럽 특수 노린다
HBM·AI 인프라 한국 강점 분야 수요 폭증… "비미국계 파트너 찾는 EU, 한국이 답"
HBM·AI 인프라 한국 강점 분야 수요 폭증… "비미국계 파트너 찾는 EU, 한국이 답"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유럽 기술 주권 전략'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EU는 "기술 및 경제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유럽의 위치를 되찾아야 할 결정적인 시점"이라고 규정하고,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유럽 기업 육성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오는 6월 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70% 점유 아마존·MS·구글 겨냥… EU판 클라우드 독립선언
이번 전략의 핵심은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이다. 이 법안은 데이터센터 관련 절차를 단순화하고 규제를 표준화해, 향후 5~7년 안에 EU의 데이터센터 역량을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소버린(주권형) 클라우드 및 AI 육성도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현재 EU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미국 3개 기업이 70% 넘게 장악하고 있다.
가트너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정보기술(IT) 리더의 55%가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선택 시 오픈소스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답했다.
EU의 이번 전략은 규제 중심의 기존 빅테크 대응 기조에서 '유럽 자체 인프라 구축과 육성' 방향으로 180도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U는 사이버보안법 개정을 통해 통신망 내 고위험 공급자, 즉 중국 보안 장비 사용을 강제 금지하는 방어 전략과 함께, AI 기가팩토리를 한 곳당 최소 30억 유로(약 5조 2723억 원)를 투입해 구축하는 공세 전략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3배 확충 수요… 한국 HBM·서버 인프라 '최전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 확대 흐름 속에서 HBM뿐 아니라 서버 D램과 기업용 SSD까지 수요 증가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을 기반으로 HBM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D램·낸드·SSD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6년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메모리 소비량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국제데이터공사(IDC)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6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U 데이터센터 급팽창은 이 수요 위에 추가 수주 기회를 얹어주는 구조다.
소버린 클라우드 영역에서는 삼성SDS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 고리로 꼽힌다. 삼성SDS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에서 구글 클라우드와 AI·클라우드·보안 분야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루스 선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삼성SDS와의 파트너십 확장은 에이전틱 AI와 소버린 클라우드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규제 산업을 혁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올해 1월 설비투자(CAPEX)를 약 5000억 원으로 증액하고 구미 AI 데이터센터(60MW 규모 포함) 등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투자를 현재의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EU가 유럽 내 소버린 클라우드 파트너를 발굴할 때, 삼성SDS의 구글 클라우드와의 공동 인프라 역량이 협력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온다.
"보호주의 아닌 전략적 균형추"… 한국기업의 진입 전략은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전략이 "고립·보호주의·기술 디커플링(분리)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유럽이 세계를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자국 이익과 가치를 지키는 '전략적 균형추'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를 대체할 '비미국계 파트너'를 유럽이 적극 찾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EU-한국 그린 파트너십 논의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김선교 연구위원은 "AI 리더십과 에너지 안보가 국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EU의 클라우드·AI 개발법이 향후 5~7년간 EU 데이터센터 용량을 세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단순 부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소버린 클라우드 파트너십, 장기 공급 계약, 현지 데이터센터 공동 운영 등 복합적인 방식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 AI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포함한 풀스택 AI 역량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접점을 넓혔다.
EU의 기술 주권 전략은 미국 빅테크에 집중됐던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공급망 구조를 흔들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전략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및 서버 메모리 추가 수주, 삼성SDS의 소버린 클라우드 사업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인프라 수출 기업까지 연쇄 수혜 경로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