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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겨울’ 오나… 삼성·SK하이닉스 덮친 밸류에이션 논쟁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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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겨울’ 오나… 삼성·SK하이닉스 덮친 밸류에이션 논쟁의 진실

전통적 청산가치(PBR) vs AI 실적(PER), 빅테크 장기 계약이 반도체 주기 바꾼다
단기적 차익 실현 압력 속 설비투자 규모·HBM 단가 추이가 장기 흥망 가를 것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직면한 기업가치 평가 논쟁이 뜨겁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직면한 기업가치 평가 논쟁이 뜨겁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한국시각)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직면한 기업가치 평가 논쟁을 보도했다. 이들 메모리 반도체 3사는 올해 AI 특수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 달러(1380조 원) 규모의 세계적 반도체 연합을 형성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장이 단기 과열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장기 구조적 성장의 시작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논쟁의 핵심 요인은 △평가 방식의 충돌 △장기 공급 계약(LTA) △투자 지속 여부다.

메모리 3, 자산 가치로는 고점 수익성으론 여전히 저평가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는 극심한 경기 변동 특성을 보여왔다. 호황기에는 이익이 급증해 주가수익비율이 낮아 보이고, 불황기에는 적자를 기록해 이 지표가 무력화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청산가치를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을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해 왔다.
현재 자산 가치 기준으로 보면 3사의 주가는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돌아 과열 징후를 나타낸다. 그러나 월가 분석가들이 제시하는 향후 실적 전망치를 대입하면 주가수익비율은 오히려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호황기와 비교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 연구원은 "전통적인 시클리컬(경기민감) 잣대로만 지금의 주가를 재단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진 AI 메모리 독점력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3~5년 장기 계약이 바꾼 반도체 지형, 현금 창출력 역대 최고


자산 가치 중심의 전통적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장기 공급 계약'을 강력한 근거로 제시한다.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를 상대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AI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핵심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3년에서 5년 단위의 비환불성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유동성 확보에 유리한 대규모 선급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그룹은 현재 전 세계 디램(DRAM) 출하량의 20%에서 30%가량이 이러한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기가 수월해졌다. 마이크론의 경우 오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주당순이익이 100달러를 유지하며 이 기간에만 4000억 달러(552조 원)의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는 마이크론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누적 현금 흐름인 160억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동반 상승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국내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사전 조율로 장기 물량을 확정 짓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갑작스러운 재고 폭발 리스크가 현저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코로나 착시' 재현 우려… 빅테크 지갑 닫히면 동반 추락 리스크


시장 전반에 낙관론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착시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시 원격 근무 확산으로 노트북과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022년 중반 19%까지 치솟았으나, 비대면 특수가 사라진 1년 만에 -18%로 폭락하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 공급 계약의 세부 조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실제 불황이 닥쳤을 때 제조사를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규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미국 4IT 기업의 AI 관련 예정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90% 급증한 7250억 달러(1000조 원)에 육박한다. 만약 AI 서비스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들 기업이 설비투자를 축소한다면 반도체 3사의 실적 역시 가파르게 꺾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AI 반도체 시장의 거품 여부와 주가 방향성을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가 향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분기별 설비투자(CAPEX) 집행률 및 증감 추이: 거대 IT 기업들의 AI 인프라 지출 지속 여부를 확인해 전방 수요의 둔화 신호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잣대다.

둘째, 엔비디아 등 설계 기업으로 공급되는 HBM의 단가 변동과 공장 가동률: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마진율과 공급 과잉 여부를 파악하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지속성을 진단하는 핵심 지표다.

셋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과거 고점 대비 밸류에이션(PBR/PER) 위치: 현재 주가 수준의 과열 정도를 역사적 밴드와 비교해 기술주 전반의 단기 차익 실현 압력과 진입 시점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열풍이 과거 1999년 닷컴 버블 직전의 폭등세와 닮아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주요 고객사의 선주문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과거와 같은 급격한 폭락 장세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공존한다. 이번 상승 주기는 지출 규모 면에서 과거의 흐름을 넘어서고 있지만, 장기적 안정성을 입증하기에는 아직 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단기적인 주가 조정 압력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기업만이 진정한 승자로 살아남을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