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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수소 제철, 속도 2배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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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수소 제철, 속도 2배 빨라진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사진=연합뉴스
철강 생산 과정에서 수소를 환원제로 쓸 때 반응 속도를 2배 높이고 공정 온도를 300도까지 낮추는 촉매 기술이 나왔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속가능소재연구소(MPI-SusMat) 연구팀은 산화니켈을 촉매 전구체로 활용하면 수소 기반 철광석 환원 반응 속도가 촉매를 쓰지 않은 공정보다 2배 빨라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테시스(Nature Synthesis)'에 지난 12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 중인 수소 환원 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와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 수소 대응 제철소 계획이 맞물리는 시점에 나온 연구여서, 국내 철강업계의 그린 스틸 전환 비용과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단계 공정을 1단계로…거기다 속도까지 2배
기존 합금 생산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철광석을 금속으로 환원하는 1단계, 원소를 녹여 합금을 만드는 2단계, 열처리로 물성을 조정하는 3단계다. 이 모든 과정은 탄소를 에너지원이자 환원제로 쓰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크고 CO₂를 대량으로 내뿜는다.

MPI-SusMat 연구팀은 앞서 수소를 환원제로 쓰면 이 3단계를 단일 공정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정 속도 자체를 2배로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철광석을 철-니켈 합금으로 환원하는 과정에 산화니켈을 추가했더니 반응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연구팀이 원자 탐침 단층 촬영법(Atom Probe Tomography)과 투과전자현미경(TEM)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산화니켈은 수소 환경에서 빠르게 나노다공성 니켈로 변환되고, 이것이 인접한 철 산화물과 결합해 계면(界面)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저자인 신런 천(Xinren Chen) 박사후연구원은 "니켈이 수소 분자를 반응성이 높은 수소 원자로 분리하면, 이 원자들이 철 산화물 표면을 타고 이동하는 '수소 흘림(hydrogen spillover)' 현상이 일어나 환원 반응이 가속된다"고 설명했다. 천 박사후연구원은 "이 메커니즘 덕분에 수소의 점화 온도(500도)를 훨씬 밑도는 300도에서도 반응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반응 온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투입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속도 2배와 온도하락이 동시에 달성되면서 수소 제철의 핵심 약점인 높은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소할 실마리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인리스에서 극저온 강재까지…산업용 합금에 직접 적용

이번 공정에서 나오는 철-니켈 합금은 스테인리스강 304·316 계열을 비롯해 자동차·에너지·의료 분야에 쓰이는 고강도 및 극저온 강재의 원료다.

실험실 수준의 반응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합금 계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강점으로 꼽힌다.

디르크 라베(Dierk Raabe) MPI-SusMat 소장은 "코발트 등 니켈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전이금속 산화물도 유사한 촉매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산화티타늄(TiO₂)처럼 이 조건에서 쉽게 환원되지 않는 산화물도 수소 원자 이동 경로를 제공해 수소 흘림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베 소장은 "수소 제철의 경쟁력은 그린 수소의 공급 가용성과 비용에 크게 달려 있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경제적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박사후연구원도 "이번 연구는 수소 기반 환원을 가속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과학적 전략을 제시한 것이며, 산업 적용까지는 더 많은 검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포스코·현대제철, 수소 제철 전환 한창…기술 격차 좁힐 단서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철강업계가 수소 제철 전환을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포스코는 독자 개발한 하이렉스(HyREX) 기술을 바탕으로 BHP와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8년 시범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 세계수소엑스포에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60억 달러(약 9조 870억 원) 규모의 수소 대응 제철소를 짓는 계획을 공개했고, 오는 2029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용광로-전로(BF-BOF) 중심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저온 환원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기술 과제였다.

이번 막스 플랑크 연구팀의 발견이 이 문제를 푸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하이렉스 등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2026년 본격 시행되면 탄소 집약적인 철강 수출에 추가 비용이 붙는다.

그린 스틸 전환 속도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한 만큼, 이번 촉매 기술의 산업화 가능성에 철강주·탄소중립 테마 ETF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