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주가 5% 급등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AI 개발사 앤스로픽과 메모리·스토리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야후파이낸스는 22일(이하 현지시각) 마이크론 주가가 장중 5% 안팎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고 23일 보도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업체 샌디스크도 함께 상승하며 AI 메모리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상승세의 직접적인 계기는 마이크론과 앤스로픽의 전략적 계약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앤스로픽과 차세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에는 메모리·스토리지 아키텍처 설계 협력, 공급 계약, 마이크론 내부의 클로드 도입, 앤스로픽 투자 참여가 포함됐다.
마이크론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앤스로픽의 장기 AI 연산 인프라 확장을 지원하게 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AI 기업으로 오픈AI와 함께 생성형 AI 시장의 핵심 업체로 꼽힌다.
◇ AI 추론 확산에 메모리 수요 폭증
이번 계약은 AI 시장의 병목이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메모리와 저장장치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하려면 고성능 GPU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DRAM),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부품이 함께 필요하다.
마이크론은 앤스로픽과 다양한 AI 작업 부하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하고 AI 인프라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톰 브라운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겸 최고컴퓨팅책임자는 “AI 연산 전략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클로드를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고 서비스하는 데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론과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필요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AI 산업에서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GPU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추론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용자가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 마이크론, 실적 발표 앞두고 상승세
마이크론 주가는 오는 24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미 강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마이크론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360% 이상 올랐다. 지난 18일에는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UBS의 멜리사 웨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주당 1500달러(약 231만원)로 높였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스마트폰에 쓰이는 D램 수요가 앞으로 몇 년 동안 공급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봤다. 메모리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AI 작업 부하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종목으로 부상했다. 실적 발표에서 고대역폭메모리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장기 공급계약, 가격 상승 흐름이 확인될 경우 AI 반도체 랠리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지난달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모두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37조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AI 투자 붐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평가를 과거 경기순환형 산업에서 핵심 AI 인프라 기업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의미다.
◇ 메모리, AI 인프라 핵심 병목으로
메모리는 한때 범용 부품 성격이 강한 경기순환형 산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AI 모델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더 긴 문맥을 기억하며, 더 빠른 응답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연산장치와 메모리, 저장장치 사이의 데이터 이동 속도가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메모리 공급이 부족하면 GPU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AI 인프라 성능을 제대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마이크론과 앤스로픽의 계약은 이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AI 개발사는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망을 확보하려 하고 메모리 기업은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설계 단계에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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