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7일(현지시각)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만장일치(12-0)로 금리를 동결(3.50~3.75%)했지만, 점도표(dot plot)는 3월의 '인하' 전망을 지우고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워시 의장이 본인 전망 제출을 생략하면서 점도표에 공개된 18명 가운데 9명이 연내 인상을, 그중 6명이 두 차례(50bp) 인상을 전망했다.
회의 직후 CME 페드워치(FedWatch) 기준 연내 인상 확률은 약 70% 수준까지 치솟았고(전일 약 40%대), 동결 확률은 10%대 중반으로 밀렸다. 증시는 S&P500 -0.6%, 나스닥 -0.7%로 물러섰고 2년물 국채금리는 11bp 가까이 튀었다.
그런데 바로 이 매파적 결과 앞에서도, 정반대편 전망에 거는 한 갈래의 목소리가 월가에서 사그라지지 않는다. 요지는 이렇다. ▲중동발 물가 상승은 7~8월을 정점으로 꺾이고(피크아웃) ▲워시 의장이 미리 깔아둔 'AI 생산성 향상론'이 인하의 탈출구가 되며 ▲6개 분기 연속 이어진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 하방을 떠받쳐, 결국 4분기(9~10월)에는 연준이 동결 기조를 깨고 인하로 반전한다는 것이다.
연준이 인하의 문을 오히려 닫는 방향으로 움직였는데도, 이 시나리오는 왜 여전히 시장을 떠도는가. 진원지는 어디이며, 얼마나 전망의 가치가 있는가.
금리와 주식이 '다른 세계관'을 가격에 담고 있다
지금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비일관성이다. 채권시장은 '인상·고금리 지속'을, 주식시장은 'AI 낙관'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채권은 워시의 디스인플레이션론을 믿지 않고, 주식은 그 수혜를 미리 사고 있는 셈이다.
이 괴리가 역발상론이 죽지 않는 토양이다. 만약 7~8월 물가가 꺾이면 채권의 매파 가격이 주식의 낙관 쪽으로 수렴(re-pricing)한다.
역발상론,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이 시나리오의 세 기둥은 각각 출처가 분명하다.
첫째, 'AI 생산성론'의 원저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다.
가장 핵심인 'AI=금리 인하 명분' 논리의 저작권자가 현 연준 의장이다. 워시는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미국 경쟁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AI 붐을 "우리 생애 가장 강력한 생산성 향상의 물결"이라 규정하며, AI가 "구조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적(structurally disinflationary)"이라고 못 박았다. 실전적 함의는 '경제를 안전하게 과열(run hot)시키면서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6월 점도표가 매파로 기운 와중에도 이 시나리오가 끈질긴 이유의 절반은 '인하를 원하는 사람이 의장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에 있다.
둘째, '유가 정점 → 물가 피크아웃 → 인하 가능' 프레임도 살아있다.
7~8월 물가 피크아웃과 이를 인하의 명분으로 연결하는 매크로 프레임의 대표 주창자는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Fundstrat) 리서치 헤드다. 그의 트레이딩 프레임워크는 앞서 본 역발상 시나리오와 거의 일치한다. "유가가 정점을 찍으면(peaking oil)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주며, 그 수혜는 S&P500과 기술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리는 올해 시장을 '상반기 고통, 하반기 강세'로 그린다. 2022년 여름 같은 출발을 거치되 "고통은 거의 끝났다"며, 연중 15~20%의 조정 뒤 S&P500이 연말 7700까지 오른다고 본다(현 6800선 대비 약 12% 상승). 특히 반도체·메모리(HBM)를 '변동성 장세에서도 아웃퍼폼할 희소 자산(scarcity)'으로 꼽는다. 펀드스트랫은 빅테크의 2026년 AI 설비투자(capex)를 7250억 달러(약 1108조 원)로 추산한다.
셋째, '실적 독주 → 증시 하방 지지', 실적 데이터도 있다.
실적 체력은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펙트셋(FactSet) 집계 기준 S&P500은 Q1 2026까지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분기 잠정 이익증가율은 15% 안팎, 보고 기업의 85%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2021년 2분기 이후 최고). 견인차는 IT 섹터로 분기에 따라 45%대 이익 증가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Q2~Q4 2026 이익증가율을 19~25%대, 연간 17%대로 본다.
역발상론의 세 기둥은 모두 실재하는 출처를 갖는다. '공상'이 아니라 월가 일각의 실제 담론을 종합하고 있다.
6월, 연준은 문을 닫는 쪽으로 벌써 이동
문제는 이 시나리오가 '소수 의견'이라는 점이다. 무게중심은 정반대편에 있고, 가장 최근의 정책 이벤트가 이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첫째, 워시 데뷔전이 '4분기 인하' 프레임을 흔들었다.
6월 17일 FOMC는 만장일치 동결과 함께 점도표를 인상 쪽으로 돌렸다. 2026년 말 FFR 중앙값 전망은 3월 3.4%에서 3.8% 부근으로 상향됐고, 연말 PCE 물가 전망도 2.7%에서 3.6%로 크게 올랐다. 정책성명문에서 '향후 완화 편향'을 시사하던 문구가 삭제됐고, 워시는 본인의 점도표 제출마저 생략했다. 시장은 이를 '인하를 원하는 의장이 첫 무대에서 인하 신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읽었다. 역발상론이 닫힌 문을 다시 열려면 '의장의 의중'이 아니라 '데이터의 반전'이 필요하다는 게 6월의 교훈이다.
둘째, 물가 실측치가 인하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
2월 28일 발발한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유가가 급등했다. 댈러스 연준 분석에 따르면 WTI는 1월 말 배럴당 약 60달러에서 3월 약 91달러, 4~5월 약 110달러(분기 평균)로 치솟았다.
5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4.2%로 202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물가가 2% 목표를 5년 넘게 웃도는 상황에서, 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워시가 누구에게도 조기 인하를 설득하기 어렵다"(헤더 롱, 네이비페더럴)고 본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쟁 격화기 4.4%대까지 올랐다가 6월 중순 미·이란 예비 평화합의로 다소 진정됐으나, 30년물은 4.95%대로 5% 선을 위협한다.
셋째, 'AI 디스인플레이션론' 자체가 학계·연준 내부에서 반박당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AI 효과의 타이밍', 즉 수준(level)과 변화율(flow)의 구분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AI는 장기적으로는 단위비용을 낮춰 물가 '수준(level)'을 끌어내리지만,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투자 사이클을 통해 총수요를 밀어올려 물가 '상승률(flow)'을 오히려 자극한다. 결국 워시는 장기 구조를 근거로 말하고 있고, 현재 점도표와 물가는 단기 사이클을 근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대 클라크센터·파이낸셜타임스(FT) 설문에서 경제학자 약 60%가 "향후 2년간 AI가 물가·차입비용에 미칠 영향은 거의 0"이라 답했다. 다수는 AI가 24개월간 PCE 물가와 중립금리를 각각 0.2%포인트 미만으로만 낮출 것으로 봤다. 존스홉킨스대 조너선 라이트(전 연준 스태프)는 "AI 붐은 디스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마이클 바(Michael S. Barr) 이사가 "AI 붐이 정책금리 인하의 이유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제롬 파월 전 의장도 "단기적으로 AI는 오히려 중립금리를 끌어올린다"며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생산성 성과보다 앞서 나간다고 지적했다.
토르스텐 슬록(Apollo 수석이코노미스트)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다르다며, 연준이 무엇을 하든 하이퍼스케일러 사이의 FOMO 때문에 AI 지출은 고금리에 둔감하다는 취지로 진단했다. 즉 AI 자본지출은 인하를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현 단계에선 오히려 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1990년대와 달리 지금 거시 환경은 덜 디스인플레이션적이어서, AI를 명분으로 한 공격적 완화는 2027년 물가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나리오 확률화, '가능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베팅할 값인가'
전망에 대한 판단은 '가능 여부'가 아니라 '확률 가중'의 문제다. 아래는 시장 내재 확률(market-implied)을 앵커로 삼고, 시장 내부 목소리를 대략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는 매파 동결~인상 시나리오로, 가장 높다. 지난 17일 직후 CME 페드워치 기준 연내 인상 확률이 약 70% 수준, 동결은 10%대 중반. 물가가 끈적이는 한 현 정책 경로가 유지되거나 추가 긴축으로 기운다.
두 번째는 연말 1회 인하 전망이다. 소수 의견이다. 7~8월 근원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유가가 안정될 경우. 역발상론의 핵심 시나리오이다.
세 번째는 급격한 인하다. 가장 낮은 확률이다. 전쟁 종식과 동시에 성장·고용이 빠르게 식는 경우로. 확률은 낮으나 증시엔 양날의 검(인하 호재 vs 경기 둔화 악재)이 될 수 있다.
위 확률은 CME 선물 가격 등 시장 내재 시그널에 기반으로 추정한 것으로, 확정적 예측이라기보다 '포지셔닝의 기준선'에 가깝다.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역발상 전망에 무게를 더 실을지, 아니면 거둬들일지는 결국 앞으로 나올 지표가 말해준다. 아래 세 가지는 '인하의 문이 다시 열리는지'를 가늠하는 신호등이다. 방향을 읽는 참고선으로 보면 된다.
먼저 물가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근원 PCE 물가의 최근 석 달 흐름(연율 환산)이 추세적으로 2%대 중반 아래로 내려온다면,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첫 번째 조건이다.
다음은 시장 신호다. 10년물 국채금리가 4.0% 아래로 내려가고, 시장이 보는 기대인플레이션(BEI)도 함께 떨어진다면, 채권시장이 '물가 둔화'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매파 일변도였던 채권의 시각이 비로소 주식의 낙관 쪽으로 돌아서는 신호다.
마지막은 유가다. 모든 것의 출발점이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었던 만큼,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7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 안정되는지가 관건이다. 전쟁 고점이었던 110달러대와 비교하면 상당한 되돌림으로, 에너지가 물가를 밀어올리는 압력이 풀렸다는 확인이 된다.
세 신호가 함께 켜질수록, 무게중심은 '매파 유지'에서 '연말 인하' 쪽으로 옮겨갈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셋 중 하나라도 거꾸로 간다면, 특히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른다면 역발상 전망은 일단 접어두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 변수, 방향은 만들되, 타이밍은 결정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과 11월 중간선거는 분명한 변수다. 다만 이는 금리 결정의 '직접 요인'이 아니라 '정책 편향(bias)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트럼프가 워시를 지명한 명분도, 백악관(케빈 해싯)이 'AI 공급 충격론'을 펴는 것도 방향성을 만든다.
그러나 6월 위원회가 만장일치 동결 위에 매파 점도표를 얹은 데서 보듯, 의장은 1표일 뿐이다. 정치는 방향을 만들지만, 타이밍은 결국 데이터가 결정한다. 4분기 인하는 '논리'는 있지만 아직 '데이터'가 없다. 문을 열 열쇠는 의장의 의중도, 헤드라인 유가도 아니라 근원물가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7~8월 CPI·PCE에서 '근원물가'의 추세적 둔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헤드라인 유가가 빠져도 근원이 끈적이면 인하 명분은 서지 않는다. 닫힌 문을 여는 열쇠는 의장의 의중이 아니라 지표다.
둘째, 9~10월 FOMC와 점도표를 주시해야 한다. 역발상론의 진위는 워시가 분열된 위원회에서 인하 표를 끌어낼 수 있는지로 판가름 난다. 다음 점도표에서 위원들의 전망이 인하 쪽으로 다시 모이기 시작하는지, 아니면 인상·인하로 더 갈라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셋째,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AI·메모리(HBM) 희소 자산'은 양 진영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영역이다. 톰 리는 변동성 장세의 매수 기회로, 슬록은 금리와 무관한 구조적 수요로 본다. 다만 'AI 인하 기대'에 베팅하기보다, 금리 경로와 분리된 실적 펀더멘털 자체에 근거해 접근하는 편이 위험 대비 안전하다.
역발상 전망은 소수 의견이다.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매파 유지'라는 기본 전망에 두고, 금리 인하 전망은 이를 보완하는 작은 곁가지 정도로만 다루는 것이 안전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