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發 유로존 GDP 0.5% 반토막·물가 3% 동반 상승
S&P·EU 집행위 동시 경고 "에너지 충격 여파 2028년까지"
S&P·EU 집행위 동시 경고 "에너지 충격 여파 2028년까지"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부분 해제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 경제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유럽 경제 전망 2026년 3분기 보고서'에서 유로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추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0.7%포인트 올렸다.
EU 집행위원회(EC)도 지난 5월 21일(현지시각) 발표한 '2026년 봄 경제 전망'에서 EU 전체 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로 대폭 올렸다.
호르무즈 '부분 재개방'에도 유가 충격 후유증 현재진행형
미·이란 평화 협상 진전으로 수백 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면서 브렌트유는 28일 현재 배럴당 72~79달러대로 내려앉아 전쟁 발발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전쟁 절정기(배럴당 119달러)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의 안도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선박 통항 재개로 화물·선원 안전 우려는 일부 완화됐지만 보험료와 대기 비용을 비롯해 항만 혼잡, 선박 재배치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Allianz)의 해상 보험 인수 책임자 유스투스 하인리히는 "그동안 현실적인 재난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이제 실제로 재난 시나리오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안츠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봉쇄로 1250억 달러(약 192조 2500억원) 상당의 상품을 실은 화물선 1200척 이상이 고립됐다. UBS는 미·이란 휴전 합의 이후 10일간 브렌트유가 배럴당 약 15달러 하락하자, 공급 회복 지연 가능성을 들어 유가 재상승을 전망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110달러(약 16만 9180원)로 제시했다. 현재 시세(배럴당 72~79달러)보다 높은 수준으로, 에너지 시장의 완전한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반영된 것이다.
JP모건도 병목 현상이 해협 자체에서 유조선 가용성, 정유소 가동 재개, 광범위한 물류 제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2026년 하반기까지 시장이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올해 2월 27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과 비교해 4월 29일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50%, 원유 가격은 65% 급등했다. 이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는 기뢰 약 80개가 잔존하는 것으로 유엔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산해, 완전한 정상화까지 물리적 장애물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비료·반도체 원자재까지 충격 전이…공급망 전반 타격
이번 에너지 충격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S&P에 따르면 세계 황(硫黃) 수입량의 절반 이상, 요소 수입량의 3분의 1, 암모니아 수입량의 4분의 1이 페르시아만을 경유한다.
비료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약 10% 올랐으며, 이는 2022년 식료품 가격 폭등의 경로를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EU 집행위는 사이클로헥산, 폴리프로필렌, 에틸렌, 알루미늄 등 핵심 산업 원자재 가격 급등이 공급망을 타고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헬륨 공급 차질이 반도체 산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깊다.
국가별 성장 편차도 두드러진다. S&P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0.4%에 그치는 반면 스페인은 1.7%로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은 철도 인프라·국방 분야 재정 지출이 없었다면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을 것이라고 S&P는 평가했다. 영국은 0.9% 성장이 예상되나, 오는 7월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의 에너지 상한 가격 13% 인상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 물가 재상승이 불가피하다.
ECB 이미 금리 인상 단행…9월 추가 인상 주목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2.25%, 기준금리를 2.40%, 한계대출금리를 2.65%로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이루어진 금리 인상이며, G7 국가 중앙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긴축에 나선 사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결정이 통화정책위원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은 이번 금리 인상을 "이란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악화하는 추가 역풍"이라고 평가했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엘런레이놀즈는 ECB의 긴축 사이클이 짧을 것으로 전망하며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ECB 내부 경제학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이 최대 3.5~4.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RWI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슈미트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최대 6%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S&P는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여부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봉쇄가 2027년까지 풀리지 않는 '위기 시나리오'에서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기준 전망치보다 0.7%포인트 높아지고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진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연말 이전 경기침체에 빠지고 스페인과 영국도 3분기 내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이 빠르게 완전 재개방되는 '완화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성장률이 기준 전망보다 0.25%포인트 높아지고 ECB의 9월 추가 금리 인상도 재검토될 수 있다.
EU 집행위의 발데이스 돔브로프스키스 경제·생산성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월 성명에서 "중동 전쟁이 초래한 대규모 에너지 충격에 유럽은 과거 위기의 교훈을 따라야 한다"며 "재정 지원은 일시적·선별적으로 유지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자산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주목해야 할 변수는 결국 두 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빨리 완전히 열리느냐, 그리고 ECB가 9월에 추가로 금리를 올리느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정상 운항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료와 항만 혼잡, 선박 재배치 문제가 남아 있어 운임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P와 EU 집행위 모두 에너지 충격의 완전한 해소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한 만큼, 유럽 증시와 유로화 자산의 본격 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