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日 은행, 對美 투자용 ‘2470억 달러’ 조달 비상… 통화 폭락 우려에 당국에 구제 요청

글로벌이코노믹

日 은행, 對美 투자용 ‘2470억 달러’ 조달 비상… 통화 폭락 우려에 당국에 구제 요청

MUFG·SMBC·미즈호 등 ‘미·일 관세 빅딜’ 이행 압박 속 달러 확보 고군분투
차세대 원자로 등 2차 라운드 12조 엔 육박… 민간 은행 해외 대출 잔액의 30% 규모
시장서 대규모 달러 매수 시 엔화 가치 연쇄 붕괴… 사사키 “1조 엔 매도당 엔화 1엔씩 약세”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금융 시장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금융 시장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보복 관세 장막을 넘기 위해 미국 본토에 대규모 자본 투자를 약속했던 일본 금융 진영이 전대미문의 ‘달러 조달 경색’ 파고를 마주했다.

일본 대형 은행들이 약속된 투자 자금을 대기 위해 외환 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달러를 긁어모을 경우 엔화 가치가 연쇄 폭락하는 거시경제적 부침이 예고되자, 민간 금융권이 정부와 일본은행(BOJ)을 향해 통화 안보 차원의 긴급 달러 수송 지원을 요청하며 공조를 고심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MUFG(미쓰비시UFJ)·스미토모미쓰이(SMBC)·미즈호 등 일본의 3대 메가 뱅크와 정부 산하 국책은행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미·일 관세 협상에 의거한 첫 번째 프로젝트 금융(PF) 집행에 착수했으나, ‘겉화려 속빈강정식’의 자금 조달 한계 경고등이 전면에 켜졌다.

12조 엔 육박하는 트럼프발 투자 압박… 대출 잔액 30% 폭증하는 ‘돈 가뭄’


현재 일본 3대 은행은 미국 내 인프라 건설 초기 라운드 지원을 위해 총 3,500억 엔(약 3조 3,200억 원) 규모의 달러 표시 대출을 전격 실행했으며, 향후 집행 스케일을 대대적으로 리밸런싱할 방침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 수뇌부가 차세대 원자로 등 핵심 청정 인프라 자강론을 골자로 합의한 2차 투자 라운드의 규모가 무려 12조 엔에 달한다는 점이다.

미·일 합의 매커니즘에 따라 전체 투자 예산의 3분의 1은 JBIC가 방어하지만, 나머지 가혹한 3분의 2 총량은 민간 금융기관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향후 확정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정밀 추산한 결과, 일본 민간 은행들이 단독으로 감당해야 할 달러 표시 대출 총액은 무려 40조 엔에 육박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일본 3대 메가 뱅크의 전 세계 해외 대출 잔액 합산치가 약 140조 엔 선임을 고려하면, 기존 포트폴리오의 무려 30%를 미국 한 곳에 추가로 쏟아내야 하는 셈이다. 한 고위 은행 임원은 “일반적인 여신 신용 논리나 리스크 관리 펜스 안에서는 도저히 결정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액수”라며 자금 조달의 가혹한 단가 부침을 고백했다.

“달러 사면 엔화 붕괴한다”... BOJ에 외환 보유고 빗장 해제 청원


더욱 치명적인 금융 안보 복병은 시장 공급망의 왜곡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외화 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거나 현물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대량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매입 랠리는 필연적으로 엔화 가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트리거가 된다. 사사키 토오루 후쿠오카금융그룹 수석 전략가는 “현재 시장 매커니즘상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1조 엔을 매도할 때마다 일본 통화 가치는 즉각 약 1엔씩 약세 흐름으로 침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수뇌부들은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을 향해 비공개 서신을 급파하고 제도적 치트키 가동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나섰다. 민간 은행들은 ▲BOJ가 보유한 달러화를 민간에 직접 대출하는 스왑 운영 ▲정부 외환시장특별회계(외환보유액) 자산의 다이렉트 투입 ▲JBIC의 보증 비율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중앙은행 연합군의 방어벽은 단호하다. BOJ 고위 관계자는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왑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달러 공급 운영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쇼크처럼 전격적인 금융위기 국면에서 시장 기능을 치유하기 위한 긴급 용도로 한정된다”며 “정상적인 무역 투자 믹스에 외환 보유고를 내주는 특혜는 국제 규제 장벽상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무성 고위 관료 역시 “어차피 미국 대출은 수년에 걸쳐 분할 수송되므로 한꺼번에 엄청난 외환 유동성을 쓸 필요가 없다”며 민간이 스스로 리스크를 각자도생하라는 싸늘한 시그널을 보냈다.

대법원 위헌 판결로 흔들리는 ‘상호 관세’ 족쇄… 정치 외교가 남긴 청구서


일본 금융권의 이 같은 독점적 고통은 정치적 외교 결정이 비즈니스 자본 현실을 무리하게 앞서간 후유증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 미·일 협정의 독소 조항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해 도쿄에 통보하면 일본 측은 단 45영업일 이내에 달러 표시 자금 수송을 최종 완료해야 한다.

지난 3월 중순 합의된 2차 프로젝트 대출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도장이 찍힌 후 단 1개월 반 이내에 금융 집행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가혹한 시한폭탄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거대 투자의 대가였던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 약속은 이미 법적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관세’ 드라이브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관세 철막 자체의 명분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경쟁 진영이 미국의 투자 압박 속에서도 눈치를 보며 구체적인 프로젝트 공시를 미루고 있는 반면, 일본만 과도한 속도전으로 자국 금융사들의 마진과 통화 주권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자성론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부서진 엔화 방어벽과 미국발 자본 청구서의 틈바구니 속에서 금융 시스템의 파산을 막아내려는 일본 금융 거두들의 위태로운 달러 확보 수싸움에 전 세계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