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비는 7%뿐”…AI 승부는 우주보다 지상 속도전이라는 판단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VS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어느게 적절한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 주목된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궤도상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면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주장과 달리 손 회장은 데이터센터 비용 구조상 전력비 절감만으로는 승부가 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손 회장이 최근 일본 투자자들을 상대로 머스크의 궤도 데이터센터 계획에 대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300년 뒤까지 살아남는 기업 집단이 되려면 어떤 기술 변화에 올라타야 하는가를 말하는 장기 비전인 ‘300년 비전’, AI가 인간 지능에 가까운 범용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범용인공지능(AGI)과 특이점 개념 같은 거대한 기술 담론을 일찍부터 말해온 인물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의 초기 투자로 명성을 얻었고 지난 2017년에는 1000억달러(약 153조90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만들어 세계 기술 투자의 흐름을 흔들었다. 그런 손 회장이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 머스크 “우주는 당연한 선택”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장기 기업가치 논리 가운데 하나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제시해왔다. 스페이스X의 2조달러(약 3078조원) 규모 기업가치 전망에는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이 중요한 축으로 포함돼 있다.
머스크는 지구 밖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훨씬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의 경제성이 지상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올해 초 이를 두고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만 이 가능성을 보는 것은 아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우주 데이터센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그는 CNBC 인터뷰에서 2~3년 안에 구현될 것이라는 기대는 다소 성급하다고 말했다.
◇ 손정의 “전기료보다 칩 비용이 문제”
손 회장이 주목한 것은 데이터센터의 실제 비용 구조다. 그는 “지상 데이터센터 운영비 가운데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반도체와 장비, 기타 인프라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즉 우주에서 태양광 전력을 더 싸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전체 비용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비용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서버, 냉각·통신 인프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에게 이같은 비판은 낯설지 않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물리 법칙에 기반해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계산하는 ‘제1원리 사고’로 성장해왔다. 재사용 로켓과 대중적 전기차 모두 한때는 불가능하거나 비경제적인 구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제1원리 접근이 항상 가장 빠른 해법은 아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알파벳의 웨이모는 레이저 센서인 라이다를 활용해 미국 여러 도시에서 무인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머스크는 사람처럼 카메라 기반 시각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은 아직 초기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 AI 승부는 10년 기다릴 수 없다
WSJ에 따르면 손 회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속도다. AI 경쟁에서 승자가 몇 년 안에 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모델 성능이 몇 주 단위로 바뀌고 핵심 인재가 경쟁사로 옮겨가며 시장 구도가 계속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주 인프라 구축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손 회장은 궤도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주 공간에서의 유지보수 문제도 해결해야 할 큰 난제로 꼽힌다.
그는 “승자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결정될 것”이라며 “AI 사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우주에 집중하기보다 가까운 관점에서 AI 관련 사업의 선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머스크와 손 회장이 비슷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장기 해법을 우선 계산하는 반면, 손 회장은 시장 선점과 속도를 앞세운다.
◇ 소프트뱅크, AI 4대 축에 집중
손 회장은 지난주 소프트뱅크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전략의 네 축으로 △AI 모델 △반도체 △로봇 △인프라를 제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오픈AI 투자,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와 맞물려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을 “황금알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역할은 보유 사업들이 황금알이 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경영인들은 큰 비전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해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대형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WSJ에 따르면 그의 투자 철학은 “우리는 한 번만 산다. 그래서 크게 생각하고 싶다. 작은 베팅을 할 생각은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다만 이 방식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에 대한 투자는 손 회장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AI 분야에서 다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픈AI와 ARM, 로봇,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AI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머스크 진영은 AI 모델, 반도체, 로봇, 데이터센터를 모두 아우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협력은 반도체와 제조, 로봇,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하나로 연결한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목표보다 시간표에 있다는 관측이다. 머스크는 우주까지 포함한 장기 인프라에서 AI 경쟁의 돌파구를 찾고 있고, 손 회장은 앞으로 몇 년 안에 결정될 AI 패권 경쟁에서 지상 인프라와 반도체, 모델 투자로 먼저 승부를 보려 한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