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막대한 AI 비용·빅테크 경쟁·모델 범용화가 공개시장 평가 흔들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오픈AI와 앤스로픽이 각각 1조달러(약 1532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공개시장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민간 투자자들은 두 회사의 미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증시 투자자들은 결국 지속 가능한 현금창출력을 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존 손힐 기술 칼럼니스트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상장 과정에서 AI 개발비 부담, 빅테크와의 경쟁, AI 모델 범용화라는 세 가지 난관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각) 진단했다.
손힐은 ‘단기적으로 시장은 투표기계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하며 “AI 붐도 이제 기대만으로 평가받는 국면에서 실제 수익성을 따지는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 이론가다.
◇ 1조달러 기대와 공개시장 검증
최근 몇 년 동안 민간 투자자들은 오픈AI와 앤스로픽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왔다. FT는 두 회사가 계획 중인 상장 목표 기업가치가 각각 약 1조달러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AI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짧은 사업 이력 탓에 미래 성장 서사에 크게 의존한다. 초지능 개발 기회에 뒤처질 수 없다는 투자 심리가 기업가치 상승을 밀어올린 배경이다.
그러나 공개시장 투자자는 민간시장 투자자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증시에 상장하면 매출 성장뿐 아니라 비용 구조, 현금흐름, 장기 이익률, 경쟁 우위가 더 엄격하게 검증된다.
손힐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상장 투자설명서가 이례적으로 설득력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에 대한 좋은 분위기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스페이스X 흥행도 비교 기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투자은행들은 최근 스페이스X 상장 흥행을 참고 사례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달 1조8000억달러(약 2758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했고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강한 수요를 끌어냈다.
그러나 손힐은 스페이스X가 순수 AI 스타트업과 다른 두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고 봤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위성이라는 방어력 높은 핵심 사업을 보유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라는 창업자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강한 팬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스페이스X의 250억달러(약 38조30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에 대해서는 시장이 더 냉정하게 반응했다. FT는 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이스X 채권에 투자등급을 부여했지만 이후 채권이 투기등급 영역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영업손실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사례는 오픈AI와 앤스로픽에도 시사점이 있다. 주식 투자자는 성장 서사에 강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채권 투자자나 장기 투자자는 결국 손익과 현금흐름을 따질 수밖에 없다.
◇ AI 인프라 비용이 수익성 압박
가장 큰 부담은 AI 최전선에 남기 위한 비용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강력한 AI 모델을 만들고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첨단 모델을 계속 개발하고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막대하다.
FT는 기술·경제 분석 플랫폼 엑스포넨셜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기술업계가 지난 1년 동안 생성형 AI에서 1100억달러(약 168조5000억원)의 실제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어떤 기술 사이클보다 빠른 성장 속도다.
그러나 2026년 1분기 기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차지한 매출 비중은 약 11%에 그쳤다. 반면 호스팅 서비스가 82%를 가져간 것으로 추산됐다. AI 모델을 만드는 기업보다 이를 돌리는 인프라와 클라우드 쪽으로 더 많은 매출이 흘러간 셈이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 향후 5년 동안 AI 인프라에 5조달러(약 7660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오픈마켓인스티튜트의 매트 셰러는 생성형 AI 산업이 연간 11자리 수 매출로 13자리 수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래 성장률에 대한 매우 높은 기대를 전제로 한다.
◇ 협력자였던 빅테크, 경쟁자로 전환
두 번째 부담은 빅테크와의 관계 변화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은 오픈AI와 앤스로픽을 지원해 온 주요 파트너이자 투자자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자체 AI 모델과 인프라를 강화하며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
FT는 “알파벳이 올해 최대 1900억달러(약 291조1000억원)의 자본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800억달러(약 122조6000억원)의 신규 지분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자체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앞세워 오픈AI·앤스로픽과 직접 경쟁할 수 있다.
스페이스X도 자체 AI 기업 xAI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FT는 스페이스X가 코드 편집 스타트업 커서를 600억달러(약 91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자금을 투입하며 앤스로픽에 직접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입장에서는 자금과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해 온 빅테크가 언제든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상장 투자자들은 이 점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 AI 모델 범용화도 이익률 제한
세 번째 난관은 AI 모델의 범용화다. 초기에는 최첨단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델 간 성능 차이는 줄고 고객은 더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다.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직원들이 AI 서비스를 대량으로 쓰면서 비용을 크게 늘리는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반드시 같은 수준의 투자수익으로 이어지는지는 불분명하다.
FT는 기업들이 일상적 업무에는 더 싸고 조정이 쉬운 개방형 모델을 활용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중국계 개방형 모델을 포함한 저비용 대안이 늘면서 최첨단 모델의 이익률에는 상한이 생길 수 있다.
모델이 범용화되면 고객은 특정 회사의 모델에 더 적게 의존하게 된다. 이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이 높은 기업가치를 방어하는 데 불리한 요인이다.
◇ 앤스로픽은 기업고객 강점, 규제 리스크도
FT는 현재 앤스로픽이 기업 고객 공략, 매출 확대, 법률과 과학 등 실제 업무 적용 측면에서 오픈AI보다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앤스로픽은 미국 정부와의 갈등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FT는 앤스로픽이 미 국방부와의 분쟁 이후 ‘공급망 위험’ 지정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상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오픈AI는 트럼프 행정부에 회사 지분 5%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정책 리스크는 AI 기업 상장 과정에서 점점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 기술이 안보, 노동시장, 데이터, 저작권, 전력망 문제와 맞물리면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닷컴버블과 비교되는 AI 열풍
FT는 주식시장이 AI 업계의 막대한 투자 계획에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 주가는 강세를 보였지만 매그니피센트7 주식은 올해 상반기 영국 국채보다도 부진한 성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베테랑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미국 증시가 역사상 가장 비싼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현재 AI 열기가 투자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붐은 2000년 닷컴버블 직전과 자주 비교된다. 당시 버블 붕괴가 아마존과 구글 같은 인터넷 거인의 등장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77% 급락했고 2003년까지 인터넷 기업 4800곳이 사라졌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실제로 거대 AI 기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FT의 분석은 두 회사가 상장에 성공하려면 AI 열풍의 상징이라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공개시장 투자자들은 결국 두 회사가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현금을 벌 수 있는지를 따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