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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늘었지만 마진 붕괴… 中 공장들, ‘수출 호조의 역설’에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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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늘었지만 마진 붕괴… 中 공장들, ‘수출 호조의 역설’에 신음

펄리버 델타 전자 수출업체들, 원자재 폭등과 공급망 현금 결제 압박에 ‘돈 안 남는 장사’
수출 증가세가 고용 회복으로 못 이어져… ‘성장 둔화’ 속 이달 말 정치국 회의 부양책에 촉각
하류 부품 10배 폭등에 견적 유효기간 ‘며칠’로 단축… 고부가가치 대기업만 혜택, 양극화 심화
중국 장쑤성 리안융강 항구에 있는 화물선과 컨테이너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장쑤성 리안융강 항구에 있는 화물선과 컨테이너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의 제조업 기지인 중국 광둥성 일대의 공장들이 수출 주문 증가라는 호재 속에서도 마진 붕괴와 현금 흐름 악화라는 심각한 내부 압박에 직면해 있다. 원자재 및 인공지능(AI)발 핵심 전자부품 가격이 수 배씩 폭등한 데다, 공급망 내부의 대금 결제 조건까지 극도로 까다로워지면서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시장이 중국의 2분기 및 상반기 거시 경제 지표 둔화를 예상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시선은 마진 압박을 완화해 줄 경기 부양책이 나올 이달 말 정치국 회의로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와 아시아-태평양 제조업 가치사슬 분석 내용을 보면,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남부 펄리버 델타(주강삼각주) 지역의 전자제품 수출업체들은 최근 미국 등 해외로부터의 주문 물량 증가가 실제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자재 단가 상승, 상류 공급업체들의 가혹한 대금 결제 요구,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출혈성 가격 경쟁이 삼각편대를 이루어 제조 마진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부품 가격 최대 10배 폭등에 견적서 유효기간 ‘며칠’로 단축… 신용 거래 실종


광저우에서 전자 및 조명 제조업체인 ‘A 디라이트 그룹’을 운영하는 량슝 공동 창립자는 최근 중미 무역 환경의 일시적 개선으로 미국발 주문이 소폭 늘었지만 속사정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커패시터(콘덴서), 저항기 등 특수 전자부품 가격이 최근 인공지능(AI)발 수요 폭증과 상류 원가 상승이 맞물리며 적게는 4~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치솟았다”며 “재료 가격이 매일 바뀌다 보니 과거 몇 주 동안 유효했던 바이어 대상 견적서의 유효기간을 이제는 단 며칠로 줄여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상류 부품 공급사들이 기존의 신용(외상) 거래 장부를 닫고 제품 인도 전 ‘100% 현금 결제’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현금 흐름 가이드라인은 고사 직전에 몰렸다.

량 창립자는 최근 단가 급등 이전에 얇은 마진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상당수 수출 주문들의 경우, 현재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감수하며 물량을 이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온기 불균형은 통계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6월 중국의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생산과 신규 주문 항목 개선에 힘입어 확장 국면으로 복귀했으나, 정작 기업들의 채용 동향을 나타내는 고용 지수는 여전히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원가 압박에 짓눌린 공장들이 신규 투자와 고용 펀더멘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하류 밸류체인의 단가 인하 압박과 회복 양극화… 임대료 반토막 처방도 무색


압박은 공급망 하단으로 갈수록 더욱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 동관의 포장·인쇄 업체인 후이홍의 탄보 대표는 “하류 내수 수요가 워낙 약하다 보니 최종 고객사들이 제품 단가를 더 강하게 깎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제조 허브인 중산 지역 역시 유럽향 에어컨·선풍기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섹터만 계절적 특수로 반짝 수혜를 입었을 뿐, 국내 수요 약화와 가동률 과잉에 노출된 대부분의 전통 제조 라인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장부지 공급 과잉으로 중산 지역의 평방미터당 월 임대료가 작년의 절반 수준인 7위안(약 1,550원) 선까지 폭락해 고정비 부담을 일부 상각해 주고 있으나, 덤핑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류카이밍 선전 현대관측연구소 소장은 “최근의 수출 성장세는 해외 유통망이 탄탄한 일부 고부가가치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심각한 양극화를 낳았다”며 “산업 노동력의 절대다수를 고용하는 영세 전통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마진 압박 펜스에 갇혀 있어, 수출 호조가 고용·투자·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고립 상태”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자본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7월 정치국 회의’


현장의 공장주들이 마진을 갉아먹는 비용 고통을 호소함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이달 말 개최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로 일제히 향하고 있다. 통상 7월 정치국 회의는 집권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상반기 거시경제 장부를 면밀히 평가하고 하반기 통상 정책의 키를 쥐는 변곡점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자본 시장과 원자재 진영은 중국 수뇌부가 제조업 전반을 휩쓴 가격 왜곡 리스크를 인지하고 유동성 공급이나 세제 환급 등 실질적인 공급망 안정화 조치를 단행할지 주목하고 있다.

자국 칩 인프라 국산화와 첨단 제조 자강론을 외치는 중국이 내부 하청 생태계의 붕괴와 마진 잠식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치료할 유효한 카드를 꺼내 들지 여부는 하반기 아시아-태평양 제조 밸류체인의 경기 방향성을 가를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