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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 美 SiC 공장 가동…전력반도체 ‘현지화 경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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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 美 SiC 공장 가동…전력반도체 ‘현지화 경쟁’ 신호탄

보쉬, 美 캘리포니아 공장서 SiC 반도체 샘플 생산 돌입…연내 상용화 목표
미국 정부와 2억 2500만 달러 지원 협약…전기차·AI 전력 시장 동시 정조준
보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서 SiC 칩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서 SiC 칩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보쉬(Bosch)가 미국 내 첫 반도체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북미 전력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 거리와 충전 효율을 좌우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칩의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망 내재화 기조와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각), 보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서 SiC 칩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생산은 보쉬가 미국 상무부 ‘칩스 프로그램 오피스(CHIPS Program Office)’와 체결한 2억 2500만 달러(약 3368억 원) 규모의 직접 지원 협약에 따른 성과다. 보쉬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안으로 본격적인 상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2조 9940억원 투입해 구축한 SiC 허브…전력 변환 효율 극대화가 핵심

보쉬는 2023년 TSI 세미컨덕터(TSI Semiconductors)로부터 인수한 로즈빌 공장을 최첨단 생산기지로 재구축하는 데 총 20억 달러(약 2조 9940억 원)를 투입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와 비교해 고전압·고온 환경에서도 전력 손실이 적고 고속 스위칭이 가능하다. 전력 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어서 전기차의 전력 변환 효율과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폴 토머스(Paul Thomas) 보쉬 북미 사장 겸 CEO는 인터뷰에서 “미국 내 완성차 고객사들이 현지 생산 공급망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번 투자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제 내 공급망 강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보쉬는 향후 전기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전력 관리(인버터 등) 분야로도 SiC 칩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 격화…한국 기업에 '위협이자 기회' 양날의 검


현재 글로벌 SiC 시장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인피니언(Infineon), 온세미(onsemi) 등 유럽과 미국의 전통 강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생산 시설을 대폭 확충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여기에 보쉬까지 대규모 현지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북미 전력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에 보쉬의 이번 행보는 양면성을 띤다. 북미 완성차 업계의 현지화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웨이퍼 소재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이나 하나머티리얼즈 같은 부품·장비 공급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라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전력반도체와 팹리스 업계 전반은 북미 시장 내 기존 수출 경로가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생산 제품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수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내 합작법인(JV) 설립이나 현지 파트너십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EV 성장 둔화에도 SiC 수요 견조…AI 데이터센터 시장 정조준

최근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도 SiC 칩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배경에는 다변화된 산업 수요가 존재한다.

전기차 대체재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력 효율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장치(Power Supply)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보쉬는 이번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미국 내 사업에 총 75억 달러(약 11조 2275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 상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안전한 국내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미국의 경제와 안보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히며 외국계 기업의 현지 생산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북미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투자 유치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