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메 CEO 내부 메모서 “추가 5만명 조정 가능”…비용 격차 20% 해소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그룹이 최대 10만명 규모의 감원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5만명 감원에 합의한 데 이어 경쟁사와의 비용 격차를 줄이려면 이론적으로 5만명 추가 감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부 메모가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각)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경쟁력을 맞추기 위해 약 5만명 추가 감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이 최대 10만명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 보도를 경영진 문서로 사실상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루메 CEO는 메모에서 “폭스바겐이 비교 가능한 경쟁사보다 비용 측면에서 20%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합의된 5만명 감원 이후에도 비용을 더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 “이론적으로 추가 5만명 감축”
블루메 CEO는 내부 메모에서 “전 세계 브랜드와 회사, 지역을 대상으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조정이 필요하고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5만명 감원에 더해 전 세계에서 “이론적으로” 5만명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즉각적인 확정 감원 규모라기보다 경쟁사와의 비용 격차를 기준으로 산출한 잠재적 구조조정 규모에 가깝다.
다만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최대 10만명 감원 검토 보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해왔다. 이번 내부 메모는 경영진이 실제로 대규모 추가 감원을 구조조정 선택지에 올려놓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 관세·중국 경쟁·독일 공장 비용 삼중 압박
폭스바겐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다.
폭스바겐은 수십억유로 규모의 관세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졌고, 독일 제조 네트워크는 높은 인건비와 운영비 때문에 효율화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한때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핵심 성장 시장이었다. 그러나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의 입지가 약해졌다.
독일 내 생산기지도 부담이다. 폭스바겐은 오랜 기간 독일 제조업의 상징으로 꼽혔지만 전기차 전환과 중국 경쟁,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고비용 생산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블루메 CEO가 언급한 20% 비용 열위는 이 위기감을 압축한다. 경쟁사와 비교해 비용이 5분의 1가량 높다면 가격 경쟁과 투자 여력에서 동시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 노동계, 구조조정안 제동
폭스바겐 경영진의 구조조정안은 이미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로이터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의 노동계 대표들이 블루메 CEO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 안에는 감원과 공장 4곳 폐쇄 가능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기업 지배구조에서 감독이사회는 경영진을 감독하고 주요 전략을 승인하는 핵심 기구다. 폭스바겐처럼 노동자 대표의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는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가 단순한 경영 판단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
이번 내부 메모도 노동자들이 경영진에 구조조정 계획 설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한 뒤 나왔다. 감원 규모가 수만명 단위로 거론되면서 폭스바겐 내부 갈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은 독일 정치권과 지역경제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독일 공장 폐쇄나 대규모 감원은 제조업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직접 충격을 줄 수 있다.
◇ 독일 공장 4곳 미래 불확실
블루메 CEO는 내부 메모에서 엠덴, 하노버, 츠비카우, 네카르줄름 공장의 미래도 언급했다.
그는 이들 공장이 2030년대에 경쟁력 있는 활용 사례를 확보했다고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공장들이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엠덴과 츠비카우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생산 거점이다. 하노버는 상용차, 네카르줄름은 아우디 생산과 관련된 핵심 공장으로 꼽힌다.
경영진이 이들 공장의 2030년대 활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의심한 것은 공장 폐쇄나 용도 전환 논의가 단순한 추측을 넘어 실제 구조조정 테이블에 올라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블루메 CEO는 공장 폐쇄보다 “지능적인 해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활용도가 낮은 공장에 대해 방산업 생산이나 중국 폭스바겐 모델의 유럽 생산 같은 대안을 언급한 바 있다.
◇ 방산·중국 모델 생산도 대안 거론
폭스바겐은 공장 폐쇄를 피하기 위한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산업 생산은 독일 제조업에서 새롭게 부상한 선택지다. 유럽 각국이 국방 지출을 늘리면서 군수장비와 부품 생산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설비를 일부 전환할 수 있다면 유휴 공장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새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 폭스바겐 모델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중국 시장용 또는 중국에서 개발한 모델을 독일 공장에서 생산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방산 생산은 자동차 생산과 공급망, 인증, 고객 구조가 다르고 중국 모델의 유럽 생산도 비용 경쟁력이 관건이다.
블루메 CEO가 “실제로 필요하고 가능한 조정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경영진은 비용 절감을 원하지만 노동계와 지역사회 반발, 공장 전환 가능성, 브랜드별 수익성을 모두 따져야 한다.
◇ 독일 자동차산업 위기의 상징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감원 논의는 독일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를 상징한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비용과 중국 경쟁, 미국과 유럽의 관세·규제 부담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내연기관 시대에 쌓아온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 테슬라식 비용 구조를 따라잡기 어려워졌다.
폭스바겐은 규모가 큰 만큼 변화 비용도 크다는 지적이다. 브랜드와 모델, 공장, 인력이 방대한 구조는 호황기에는 장점이지만 수요가 둔화하고 가격 경쟁이 거세질 때는 부담으로 바뀐다.
블루메 CEO가 비용 격차 20%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구조조정이 단순한 단기 비용 절감이 아니라 폭스바겐의 사업 구조 재편과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 반발로 당장 계획이 확정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내부 메모를 통해 추가 5만명 조정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폭스바겐 구조조정 논의는 앞으로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폭스바겐의 과제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독일 제조 기반과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감원과 공장 폐쇄가 현실화할 경우 폭스바겐뿐 아니라 독일 자동차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