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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일랜드 AI 칩 거점에 50억유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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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일랜드 AI 칩 거점에 50억유로 투자

레익슬립 캠퍼스 Intel 3 웨이퍼 증산…2027년 말까지 대부분 집행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른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아일랜드의 제조 거점에 50억유로(약 8조5000억원)를 투입한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늘면서 유럽 내 첨단 웨이퍼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아일랜드 더블린 외곽의 레익슬립 캠퍼스 업그레이드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본투자를 시작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57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다.

인텔은 이번 투자를 통해 레익슬립 시설의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유럽 내 AI·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인텔 3 공정 기반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한다. 인텔은 이 시설을 “유럽에서 가장 앞선 동종 반도체 제조시설”이라고 설명했다.

◇ AI 서버 수요가 투자 배경


이번 투자의 직접 배경은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라는 분석이다.

나가 찬드라세카란 인텔파운드리 수석부사장은 “서버 수요와 AI 수요가 인텔 3 웨이퍼 필요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새로 설치하는 첨단 제조 장비를 통해 제온 6 프로세서와 차세대 제온 제품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제품들은 인텔 3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인텔 3는 이 회사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위해 내세우는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다. 인텔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진 첨단 제조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공정 전환과 생산 거점 재편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레익슬립 투자는 이런 전략의 유럽 축에 해당한다. 인텔은 아일랜드 캠퍼스를 유럽 제조기지로 삼아 기존 공장과 신규 장비를 연계하고 연구개발, 직원 재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 2027년 말까지 대부분 집행


투자금 대부분은 2027년 말까지 집행될 예정이다.

찬드라세카란 수석부사장은 이번 투자가 인텔의 2026년 예정 자본지출 170억달러(약 25조4000억원)의 약 3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어려운 재무 환경 속에서도 AI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확인되는 생산라인에는 자본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투자로 아일랜드 고용도 늘어난다. 인텔은 현재 아일랜드에서 49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백명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는 단순한 설비 증설에 그치지 않는다. 인텔은 레익슬립 시설을 같은 캠퍼스 내 다른 공장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기존 인력 재교육도 포함된다. AI 반도체 제조 수요에 맞춰 생산라인과 인력 구조를 함께 조정하는 셈이다.

◇ 아일랜드 누적 투자 51조원


인텔은 아일랜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계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인텔은 1989년 이후 아일랜드에 총 300억유로(약 51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2019~2023년 사이 투입됐다. 해당 기간 투자금은 아일랜드 내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운 제조시설에 집중됐다.

아일랜드는 외국계 다국적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의 아일랜드 고용 인원은 최근 1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었고 전체 노동시장의 11%를 차지한다.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인텔의 새 투자가 아일랜드와 첨단 제조 입지에 대한 강력한 신뢰 표시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는 고급 일자리와 세수,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아일랜드 정부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 유럽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인텔의 아일랜드 투자는 유럽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유럽연합은 첨단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제조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인텔은 그동안 독일, 폴란드, 아일랜드 등을 연결하는 유럽 생산망 구상을 제시했다. 다만 비용 부담과 시장 환경 변화로 일부 지역 투자는 조정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랜드 레익슬립 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인텔이 모든 유럽 프로젝트를 같은 속도로 밀어붙이기보다 AI와 서버 수요가 뚜렷한 생산거점에 우선순위를 두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아일랜드 캠퍼스는 이미 대규모 제조 기반과 숙련 인력을 갖추고 있다. 신규 부지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식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 파운드리 재건의 시험대


이번 투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재건 전략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텔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처럼 가속기 중심의 지배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와 자체 제조 역량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 수요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인텔이 강조하는 지점은 AI 인프라가 그래픽처리장치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에는 CPU와 네트워크, 메모리, 저장장치, 전력 효율을 조합한 전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텔은 이 가운데 서버 CPU와 첨단 제조공정을 앞세워 수요를 확보하려 한다.

아일랜드 투자는 이런 전략이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는 사례다. 다만 자본지출 부담도 함께 커진다. 인텔은 이미 글로벌 반도체 경기 변동과 파운드리 경쟁 심화, 대규모 투자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