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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칩플레이션’에 전자제품 가격 폭등… 스마트폰·PC 판매 2억 대 증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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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칩플레이션’에 전자제품 가격 폭등… 스마트폰·PC 판매 2억 대 증발 전망

모건스탠리 “범용 D램 가격 6배 급등”… 빅테크 AI 서버용 HBM 쏠림에 일반 메모리 공급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가 94달러 상승… 소니 PS5·닌텐도 스위치2 등 콘솔도 가격 인상
삼성·SK·마이크론 ‘3대 거두’ 순이익 7배 폭증 속 미 소비자는 “감산 담합” 집단 소송 제기
닌텐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닌텐도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향한 글로벌 빅테크 진영의 막대한 자본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전 세계 소비자 가전 시장을 덮쳤다.

AI 특수를 누리는 메모리 반도체 거두들이 고부가가치 AI 칩 생산에만 라인을 집중하면서 일반 가전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단가가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쇼크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완제품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위축시키며 올해 스마트폰과 PC 출하량을 무려 2억 대 가까이 증발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이 나왔다.

14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 보도와 글로벌 IT 가치사슬 분석 내용을 보면,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관련 자본 지출이 전년 대비 76% 증가한 7250억 달러(약 1070조 원) 규모로 폭증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수급에 극심한 비대칭성이 발생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극대화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캐파(생산능력) 확충에만 매달리면서 기저 원자재급인 일반 DRAM과 낸드플래시 공급망이 최악의 긴축 상태에 빠진 것이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신 보고서에서 수전해 DRAM 가격이 수요 부족과 라인 전환으로 인해 수십 년간의 하락세를 뒤집고 1년 만에 6배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부터 콘솔까지 도미노 인상…스마트폰 평균가 550달러 돌파


이 같은 부품 원가 압박은 글로벌 완성차·가전 진영의 유통망을 타고 완제품 소비자 단가 인상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마트폰 제조사 임원은 “단말기에 들어가는 가장 저렴한 로우엔드 메모리조차 1년 전보다 100달러나 올랐다”면서 “주문 서류를 넣을 때마다 단가 장부가 새로 고쳐진다”고 비명을 질렀다.

시장조사업체 IDC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94달러 상승한 550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내년에는 23달러가 추가 인상될 가이드라인이 잡혔다.

실제 일본 샤프는 7월 출시한 프리미엄 아쿠오스 스마트폰 가격을 이전 대비 50% 이상 올린 16만 엔(약 146만 원)에 세팅했으며, 중국의 오포와 샤오미도 안방 가격을 인상했다. 애플 역시 차기 플래그십 아이폰 가격의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PC 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애플이 3월 출시한 맥북 네오 가격을 6월 들어 100달러 기습 인상했고, 일본 노지마 산하의 바이오도 기업용·소매용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엔터테인먼트 진영도 직격탄을 맞아 소니 그룹의 플레이스테이션 5가 1만8000엔,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 스위치2가 1만 엔씩 가격을 높였다.

중저가 폰 위주로 14% 침체…서버 리드타임 4개월 밀리고 클라우드 강제 전환


가혹한 칩플레이션의 대가는 고스란히 출하량 상각으로 이어졌다. IDC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과 컴퓨터 합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억 대가 감소한 13억4000만 대에 머무를 관측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기기 단가 대비 메모리 부품 원가 비중이 절대적인 중저가 보급형 라인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하락률인 14%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가 최근 브라질 노트북 유통망에서 전격 철수하고 20억 헤알 규모의 가전 공장에 올인하기로 한 결단 역시 이 같은 메모리 단가 쇼크와 PC 시장의 구조적 침체 시나리오와 무관하지 않다.

하류 산업계의 피해는 기업간거래(B2B) 서버 영역으로도 번졌다. 메모리칩 조달 실패로 인해 일본 오쓰카로 향하는 기업용 서버 수송이 4개월 이상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 대형 기술기업 NEC의 모리타 다카유키 사장은 “현재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인해 2개월 이후의 서버 배송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면서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물리적 장비 구축 대신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로의 조기 전환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3대 거두 순이익 7배 폭증 속 미 소비자 집단 소송…2027년까지 고단가 장기화


이 같은 글로벌 IT 공급망의 고통 속에서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독점 중인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사상 최대의 신용 창출 메커니즘을 구동하고 있다.

범용 제품 단가 상승과 HBM 고마진이 결합되면서 이들 3사의 이번 회계연도 합산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7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러한 독과점 횡재 이익에 대한 소비자 진영의 사법적 보복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미국 법원에는 이들 메모리 3사가 2022년 반도체 경기 침체 주기를 방어한다는 명분 아래 초당적으로 공급 감산 정책을 조율(담합)해 부당하게 메모리 단가를 끌어올렸다는 취지의 소비자 집단소송 소장이 전격 접수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장기 단가 시나리오에 따르면, DRAM의 기가비트(Gb)당 평균 가격은 2025년 0.48달러 선에서 오는 2027년 1.96달러까지 꾸준히 우상향한 뒤, 생산 라인이 증설되는 2028년에야 1.47달러 선으로 소폭 조정될 전망이다.

메모리 거두들이 과거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 폭락 트라우마 탓에 신규 팹(공장)의 과도한 자본 투자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지독한 칩플레이션과 하드웨어 시장의 수요 위축 현상은 최소 2027년까지 글로벌 경제의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