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투자 1조 달러 시대, 물가 잡던 기술의 배신
고유가·보호무역 겹친 '런 핫' 경제, 금리 인하 멀어지나
고유가·보호무역 겹친 '런 핫' 경제, 금리 인하 멀어지나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인 AI 지출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 4'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투자 규모는 7250억 달러(약 1070조 원)에 육박한다. 오는 2027년에는 오라클과 코어위브 등을 포함해 1조 달러(약 1477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미국 비금융권 전체 기업 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65년 만의 대변혁, '물가 잡던 기술'이 물가 올린다
지금까지 기술은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추는 '디플레이션'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정반대 양상을 띈다. 스티펠의 토마스 캐롤 연구원은 "기술 제품 가격이 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65년 만에 처음 나타났다"며 "기술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시대(Tech-flation)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데이터 센터 건설, 전력 수요 폭증, 핵심 반도체 확보 경쟁이 맞물리면서 관련 장비와 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숙련 노동력에 대한 과도한 수요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촉매제가 됐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장 보이뱅 소장은 "AI 구축을 위한 에너지와 데이터 센터, 전문 인력 수요가 정치적·물리적 제약에 부딪히면서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트럼프 관세' 덮친 설상가상 경제
AI발 물가 압력은 대외 악재와 만나 폭발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3개월 새 65% 이상 폭등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계 경제를 압박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수입 물가마저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신뢰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3월 3.5%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면 1분기 경제성장률은 2%에 머물며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이라는 난기류에 빠졌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은 더딘데 물가는 다시 뛰고, 연준은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프라 과부하가 부른 '착시'… 생산성 혁신이 결국 물가 잡는다
다만 현재의 물가 상승은 AI 산업이 '인프라 구축'이라는 병목 구간을 지나며 발생하는 일시적 진통이라는 분석도 공존한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장 보이뱅 소장은 "에너지와 숙련 노동력의 공급 제약이 단기 비용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이는 혁신 초기의 전형적인 과도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비투자가 일단락되고 AI 기반의 공정 자동화와 소프트웨어 효율화가 본격화되면, 강력한 생산성 혁신이 '칩플레이션'을 상쇄할 전망이다. 22V의 조르디 비세르 연구원 역시 "AI가 주도하는 GDP 성장과 마진 개선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며 중장기적으로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하락(Disinflation)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의 고비용 구조는 더 낮은 생산 단가와 효율적인 경제 체제로 진입하기 위한 '성장통'인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의 늪… 독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지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시장 금리도 들썩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3%를 넘어섰고, 30년물 금리는 5.014%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조달 비용 상승과 가계 대출 금리 압박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AI의 생산성 향상이 물가 상승분을 상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당분간 아래 세 가지 지표를 예밀하게 살펴야 한다.
첫째,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추이다. AI 투자가 매출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비용 증가로만 머물 경우 주가 조정과 물가 압력이 동시에 커진다.
둘째, 국제 유가 및 에너지 비용 변화다.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7750원)를 상회할지 주시해야 한다.
셋째, 미 국채 10년물 금리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시장 금리가 5% 선을 다시 위협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AI는 분명 미래 성장의 엔진이지만, 그 엔진을 돌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인플레이션 세금'이 예상보다 가혹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의 화려함 뒤에 숨은 물가의 역습을 대비해야 할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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