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부족 여파…아이폰 가격은 일단 동결
삼성전자도 미국향 신형 S26 스마트폰 일부 모델 가격 100달러 인상
삼성전자도 미국향 신형 S26 스마트폰 일부 모델 가격 100달러 인상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자 비용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전체 제품군 가격을 약 20% 올렸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플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가격 인상 중 하나로, AI 인프라 경쟁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까지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가총액 4조3000억달러(약 6631조원) 규모의 애플은 소비자 기술산업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메모리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밝혔다.
다만 애플은 최대 매출원인 아이폰 가격 인상은 아직 단행하지 않았다.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 맥북에어 170만원서 200만원으로
애플의 가격 인상은 주요 노트북과 태블릿 제품 전반에 적용됐다. FT에 따르면 512기가바이트(GB) 맥북에어 가격은 1099달러(약 169만원)에서 1299달러(약 200만원)로 올랐다. 256GB 아이패드 프로는 999달러(약 154만원)에서 1199달러(약 185만원)로 인상됐다.
지난 3월 출시된 저가형 노트북 맥북 네오는 가격 인상 폭이 더 컸다. 맥북 네오는 599달러(약 92만원)에서 749달러(약 115만원)로 25% 올랐다.
애플은 그동안 신제품 출시와 함께 일부 모델 가격을 조정하거나 저가 모델을 단종하는 방식으로 가격 체계를 바꿔왔다. 그러나 맥북과 아이패드라는 두 핵심 제품군 전체 가격을 하룻밤 사이에 일괄적으로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은 “지금까지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고객을 보호해왔다”며 비용 상승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 데이터센터가 소비자 메모리 밀어내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대량 확보하면서 전통적인 소비자 전자제품용 메모리 공급이 압박을 받고 있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이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의 이례적 급증을 만들었다”며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언급한 메모리 부족은 최근 몇 년간 공급망 충격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폭스콘 공장 폐쇄에도 가격 인상을 피했고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이후에도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비켜갔다. 그러나 AI발 메모리 가격 상승은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델, HP, 레노버, 에이수스 등 노트북 업체들도 올해 메모리 부족을 이유로 비슷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신형 S26 스마트폰의 일부 모델 가격을 100달러(약 15만4000원) 올렸다.
◇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 수혜
메모리 시장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세 회사는 구글·메타·아마존 같은 AI 대형 고객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각각 1조달러(약 1542조원)가 넘는 기업가치에 도달했다.
생산능력은 한정돼 있다. 이들 주요 공급사는 전통적인 소비자용 메모리보다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우선하고 있다. 그 결과 PC, 태블릿,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일반 디램(DRAM)과 낸드(NAND) 가격도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마이크론은 분기 이익이 15배 늘었다고 24일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80%를 넘었고, 주가는 25일 장전 거래에서 16% 올랐다. 낸드 공급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와 일본 키옥시아 주가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6배 올랐다고 분석했다. 또 새로운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품질을 안정화해 대량 생산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같은 ‘칩플레이션’이 AI 대형 고객들이 소비자 메모리 시장의 기존 구매자를 밀어낸 직접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아이폰 부품 원가에서 디램과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15% 수준이지만 2027년에는 4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아이폰 가격 인상 여부가 다음 변수
애플은 현재까지 아이폰 가격 인상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아이폰도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자 전자제품 브랜드로서 공급업체를 압박하거나 자체 칩 생산 확대를 통해 비용 상승을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해왔다. 애플은 일부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있으며, 대형 고객으로서 공급망 협상력도 크다.
그러나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은 애플의 협상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커지고 있다. 애플은 중국 메모리 업체 YMTC와 CXMT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왔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안보 위험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애플은 3월 분기 하드웨어 제품 마진을 전년 동기 35.9%에서 38.7%로 높였고, 분기 순이익 296억달러(약 4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아직 수익성은 탄탄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은 AI 인프라 경쟁의 비용이 메모리 공급망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이 소비자 수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애플이 아이폰 가격까지 손댈지가 향후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