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재정 자립 입증 수단으로 추진
시민권 취득 뒤 환급…소수 국가서 시범 시행 가능성
시민권 취득 뒤 환급…소수 국가서 시범 시행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무부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외국인의 이민을 제한하고 이민자의 재정 자립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논의 대상은 미국에 영구 이민하기 위해 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하면 영주권을 받게 된다.
일부 국무부 관계자들이 제시한 보증금은 10만달러(약 1억5300만원)로 알려졌다. 다만 신청자의 사정에 따라 실제 금액은 이보다 높거나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시민권 취득해야 보증금 돌려받아
보증금을 낸 신청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에야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얻으려면 일반적으로 최소 5년이 걸린다.
미국에 이주한 영주권자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보증금을 담보로 잡아두겠다는 취지다. 신청자 본인이 아닌 친척이 대신 보증금을 낼 수도 있다.
토미 피곳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이민하려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피곳 대변인은 국무부가 이민·국적법에 따라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는 기존 권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증금이 신청자가 미국에서 스스로 생활할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족초청 이민에 영향 클 듯
이민비자는 미국 시민의 배우자와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이 주로 이용한다.
미국 기업은 외국인을 곧바로 이민비자로 채용하기보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등 임시비자로 먼저 고용한 뒤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영주권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국무부는 통상 한 해 약 50만건의 이민비자를 발급한다. 다만 올해 발급 건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의 샤르바리 달랄데이니 정부관계 책임자는 높은 보증금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이민자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유한 사람만 미국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재결합하고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는 제도로 바뀔 수 있다고 비판했다.
◇ 75개국 이민비자 처리 중단 이어 보증금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부터 75개국을 대상으로 이민비자 발급 결정을 중단했다. 대상에는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이 포함됐다.
해당 국가의 신청자들은 이민비자 심사를 받고 있지만 발급 여부에 관한 최종 답변은 받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과 유학생 등을 위한 임시비자는 계속 처리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영주권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75개국에 대한 이민비자 처리 중단 조치가 해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참모들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정부 지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2019년 도입된 ‘공적부조 수혜자 규정’으로 이어졌다. 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재산과 학력, 영어 능력, 장애 여부 등을 평가하는 제도였다.
이 규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에 시행됐지만 팬데믹 확산으로 이민이 크게 줄면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다시 도입되지 않았다.
다만 비자 심사 담당자들은 신청자의 건강 상태를 비롯해 비슷한 조건을 살펴보라는 지침을 받은 상태다.
◇ 관광비자 보증금 제도 50개국으로 확대
10만달러 보증금 방안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8월부터 관광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시험해온 제도를 영주권 신청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은 처음에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잠비아 관광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5000달러(약 230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했다.
비자 소지자가 체류 기간을 넘기거나 미국에 입국한 뒤 망명 등 다른 체류 자격을 신청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했다.
대상 국가는 이후 대부분 아프리카에 있는 50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 국무부는 보증금을 낸 비자 소지자의 약 97%가 체류 기간을 지켰다며 시범사업이 초기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 뒤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의 수는 크게 줄었다. 미국 국무부는 비자 면제 대상이 아닌 모든 국가의 관광비자 신청자로 보증금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