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 수위 급락해 화물선 적재량 20%로 축소
프랑스 원전 8기 출력 감축…독일 경제도 타격
프랑스 원전 8기 출력 감축…독일 경제도 타격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을 덮친 이른 폭염과 가뭄이 전력 생산과 에너지 운송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스위스에서 발원해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 북해로 흐르는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석유제품과 석탄, 석탄, 산업용 원자재를 운반하는 바지선은 적재량을 대폭 줄였다. 프랑스에서는 냉각수로 사용하는 하천의 수온이 올라 원자력발전소들이 출력을 낮췄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의 공급 불안으로 유럽의 에너지 비용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폭염에 따른 내륙 물류 차질과 발전량 감소까지 겹치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럽을 휩쓸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하천 수위와 수온을 동시에 변화시키면서 에너지 공급과 물류, 산업 생산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라인강 수위 급락…화물선 적재량 20%
유럽의 폭염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수주 동안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졌고 강수량도 크게 줄었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유럽의 주요 내륙 운송로인 라인강 수위도 빠르게 낮아졌다.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약 1300㎞ 길이의 수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 벨기에 앤트워프 등 북해 항만에서 들어온 연료와 석탄, 화학제품, 산업 원자재를 독일 남부와 프랑스, 스위스의 산업지대로 운송하는 핵심 통로다.
라인강 남부 일부 구간에서는 화물선이 정상 적재량의 약 20%만 싣고 운항하고 있다.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줄면서 같은 화물을 운반하는 데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졌다.
◇ 카우프 수위가 운송량 결정
라인강 중류의 독일 카우프는 수심이 얕은 대표적인 병목 구간이다.
이곳의 수위는 북해 항만과 독일·프랑스·스위스 산업지대를 오가는 바지선이 얼마나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카우프 수위가 낮아지면 선박의 흘수가 제한돼 적재량을 줄여야 한다. 수위가 더 내려가면 일부 대형 선박은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독일 당국에 따르면 최근 카우프의 수위는 42㎝까지 떨어졌다.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원료 공급 차질로 일부 고로 생산을 줄이고 바지선 운항을 중단했다.
석유제품을 실은 바지선의 로테르담∼독일 카를스루에 운임은 6월 말 톤당 약 45유로(약 7만7000원)에서 최근 60∼70유로(약 10만2000∼11만9000원)로 올랐다.
상단 기준으로는 약 56% 상승한 수준이다. 적재량 감소에 따른 추가 운임이 붙으면서 남부 독일로 향하는 경유와 다른 연료의 물류비도 높아졌다.
◇ 프랑스 원전 8기 출력 6.4GW 감축
폭염은 프랑스의 전력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원전은 강과 바다에서 끌어온 물로 발전설비를 냉각한다. 폭염으로 하천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원전을 식힌 물을 다시 강으로 방류할 때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환경 기준을 지키기 위해 원전 출력을 줄이거나 일부 원자로의 운전을 중단한다.
프랑스는 최근 원전 8기의 출력을 약 6.4GW 낮췄다. 이는 감산이 이뤄진 당시 프랑스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온으로 강물이 따뜻해지면서 원자로 냉각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제한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프랑스는 발전량을 줄인 상황에서도 주변 국가로 전력을 수출했다. 다만 폭염이 장기화하고 냉방용 전력 수요까지 늘어나면 전력 수급과 수출 여력이 동시에 줄어들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과거에도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원전 출력을 낮춘 사례가 있었다. 최근 폭염의 지속 기간과 강도가 커지면서 이 같은 감산도 더 자주 발생하는 양상이다.
◇ 바다 수온 상승에 가스발전소도 위협
고온의 영향은 원전에 그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남부 마르티그의 가스화력발전소도 지중해 수온 상승으로 가동 차질 위험에 직면했다.
이 발전소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지중해 수온이 허용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프랑스 당국은 여름철 발전량을 유지하기 위해 냉각수 온도 허용 기준을 한시적으로 높였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이 기준마저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원전과 가스발전소가 같은 시기에 냉각수 문제를 겪으면서 폭염이 프랑스의 기저전원과 보완전원을 함께 제약하는 위험요인으로 부각됐다.
◇ 호르무즈 위기와 겹쳐 에너지 비용 압박
유럽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의 공급 차질로 원유와 천연가스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내륙 운송 문제까지 맞고 있다.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 북해 항만으로 들어온 석유제품과 석탄을 독일 남부와 중부 유럽으로 보내는 비용이 높아진다.
강을 이용하지 못한 물량을 철도나 도로로 옮길 수 있지만 운송비가 더 비싸고 대체 수송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프랑스 원전 감산으로 부족해진 전력을 가스나 석탄 발전으로 보완하면 화석연료 수요와 전력 생산비도 높아질 수 있다.
중동의 해상 공급 위험과 유럽 내부의 하천 물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외부 에너지 조달과 역내 운송이라는 두 경로가 함께 압박받는 구조다.
◇ 독일 폭염 피해 10조원 넘어
폭염은 노동 생산성과 산업활동에도 직접적인 손실을 주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업체 프로그노스는 6월 말 폭염으로 독일 경제가 약 60억유로(약 10조22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고온으로 건설과 제조 현장의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건강 문제가 늘어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프로그노스는 앞으로 독일에서 기온이 35도를 넘는 강한 폭염이 매년 여름 세 차례나 네 차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는 하루 약 10억유로(약 1조7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연간 피해액은 200억유로(약 34조800억원)를 웃돌 수 있다고 추산했다.
◇ 2018년엔 독일 GDP 0.4% 낮춰
라인강의 저수위가 독일 경제를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라인강 수위가 크게 떨어져 석탄과 석유제품, 산업 원자재 운송이 차질을 빚었다.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물류 차질은 독일 산업생산을 1.5% 감소시키고 국내총생산(GDP)을 0.4%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겪던 시기에 라인강 수위가 급락했다.
올해는 중동발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폭염과 가뭄이 겹쳤다는 점에서 당시와 비슷한 구조가 재현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체계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연료뿐 아니라 이를 내륙으로 운송하는 하천과 발전소 냉각에 사용하는 물에도 크게 의존한다.
폭염이 반복될수록 하천 수위 저하와 냉각수 부족이 일시적인 기상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산과 에너지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