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에서 소프트웨어로 자금 이동설 확산… 실적·수익률 데이터는 시기상조 확인
7월 약세장 진입은 레버리지 청산 여파… 연초 이후 수익률·현금흐름은 반도체 압승
단기 소프트웨어 반등에도 '수익화 격차' 여전… AI 성장률 상한선은 연산 제약이 결정
7월 약세장 진입은 레버리지 청산 여파… 연초 이후 수익률·현금흐름은 반도체 압승
단기 소프트웨어 반등에도 '수익화 격차' 여전… AI 성장률 상한선은 연산 제약이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반도체에서 인프라·소프트웨어로 자금이 옮겨간다는 이른바 '사다리 이동론'이 하반기 들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자금 흐름과 기업 실적, 수익률을 대조하면 이 주장은 방향으로는 맞지만 시점으로는 이르다. 하드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자금이 여전히 반도체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약세장 진입한 반도체…방아쇠는 중국 모델
블룸버그는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6월 말 사상 최고치보다 20% 낮아져 기술적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지수는 3월 저점에서 6월 고점까지 105% 올랐다가 급락했다.
낙폭의 방아쇠는 중국이었다. CNBC는 지난 17일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오픈AI·앤스로픽에 필적한다는 신규 모델 '키미 K3'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투자 규모로 우위를 지킨다는 전제가 흔들리자, 반도체가 급락했다. 포천은 지난 17일 그 여파로 대만 파운드리 TSMC 주가가 하루 7% 빠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매도세가 마진콜을 부르며 일부 투자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청산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변동성이 커지자, 레버리지 단일종목 ETF 신규 상장을 멈췄다.
맨그룹은 지난 10일 하반기 기술주 전망 보고서에서 자금이 GPU에서 메모리, 광학, 웨이퍼로 병목이 생기는 곳마다 빠르게 옮겨다닌다고 진단했다. 맨그룹은 보험을 해약해 메모리주를 사는 한국 개인과, 두 종목에 자금의 3분의 2가 몰린 일부 연기금을 과열 사례로 들었다.
자금은 정말 떠났나
ETF닷컴은 지난 8일 하루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에 54억 3000만 달러(약 8조 원)가 순유입됐다고 집계했다. 같은 날 소프트웨어 ETF인 IGV에서는 4억 200만 달러(약 5950억 원)가 빠져나갔다. ETF액션은 6월 중순까지 한 달간 반도체 ETF 유입이 4월보다 12배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를 방향성 매수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ETF 자금은 실질적인 신규 매수뿐 아니라 기관 간 포지션 이전과 파생상품 헤지, 정기 리밸런싱 수요를 함께 반영한다. 대규모 유입 직후 지수가 약세장으로 추락한 점은, 그 유입이 정점 국면의 재배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금 이동은 아직 진행형이 아니라 경고음 단계에 가깝다.
다음 단계는 반도체만큼 버나
엔비디아는 지난 5월 20일 회계연도 2027년 1분기 매출이 816억 달러(약 121조 원)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고 발표했다. 세일즈포스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12.5%에 그쳤다. 소프트웨어 성장 속도는 반도체에 크게 못 미친다.
io펀드는 지난 7월 구글·아마존·MS·메타 네 곳의 합산 시가총액이 올해 3.7% 느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론 한 종목이 시총 약 7000억 달러(약 1036조 원)를 더했다. 주가로 봐도 구글은 18.7% 올랐고 MS는 오히려 17.8% 내렸다.
수익률 격차는 더 뚜렷하다. 포트폴리오랩은 연초 이후 SOXX가 89.09% 오르는 동안 IGV는 3.81% 내렸다고 집계했다.
다만 최근 흐름은 갈린다. 시킹알파는 지난 2일 IGV가 6월 하순 저점에서 11% 반등했다고 전했다. 반도체가 약세장에 빠진 뒤 소프트웨어가 반사이익을 얻는 조짐이다. 그럼에도 이 반등은 낙폭 과대주의 저가 매수 성격이 짙어, 누적 격차를 뒤집기에는 이르다.
시장은 여전히 설비투자를 쏟아붓는 빅테크의 약속보다, 당장 현금을 찍어내는 칩·메모리의 실적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사다리론이 방향으로는 맞는 이유
사다리 이동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맨그룹은 기술 수익화가 반도체에서 인프라·하드웨어를 거쳐 소프트웨어·서비스로 넘어가는 세 단계 파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첫 파도의 가치가 칩에 몰린 뒤 두 번째 파도가 넘어가는 초입이다.
이 상층 이동은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전력으로 대표되는 인프라 계층과, 소프트웨어·서비스·사이버보안으로 대표되는 애플리케이션 계층 두 갈래로 갈린다.
다만 맨그룹은 위험도 짚었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매출 잔고 6270억 달러(약 928조 원) 가운데 약 49%가 오픈AI·앤스로픽 두 곳의 지출 약속에 묶여 있다. 맨그룹은 AI 수익화가 2026년을 넘겨 지연되면 인프라 계층에 심각한 밸류에이션 압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기울기는 여전히 우상향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월 말 구글·아마존·MS·메타의 2026년 설비투자 합계가 7250억 달러(약 1073조 원)로 전년보다 77% 늘어난다고 집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7년까지 확정 수요가 최소 1조 달러(약 1480조 원)라고 밝혔다.
메모리 수요는 가격으로 확인된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6월 2027년 HBM 계약가격이 여러 배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3분기 출하되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은 HBM4를 실어 추론 비용을 10배 낮춘다. 모건스탠리는 이 제품의 랙당 메모리 비용이 이전 세대보다 435% 오른다고 추산했다.
월가 자금은 반도체를 떠난 것이 아니라 사다리를 오를 준비를 하는 단계다. 다음 단계 기업의 수익은 아직 반도체를 대체할 만큼 무르익지 않았다. 관건은 이번 반등이 추세로 굳어질지이며, 답은 다음 실적 발표에서 갈린다.
한국 시장은 별도의 위험을 안고 있다. 개인의 신용거래와 기관의 종목 집중, 외국인의 단기 매매가 겹쳐 변동성이 커졌다. 언제 자금이 사다리를 오르느냐보다, 전환기의 변동성을 견디는 일이 한국 투자자에게 더 현실적인 과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