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흑해·파나마운하 운임 잇따라 사상 최고
극동→美동부 컨테이너 운임 234%↑…소비자 물가 압박 우려
극동→美동부 컨테이너 운임 234%↑…소비자 물가 압박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지정학적 위험에 파나마운하, 유럽 라인강의 수위 저하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과 장기간의 가뭄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파나마운하·라인강·홍해·흑해 등 주요 운송로의 비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를 인용해 17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동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충격이 다른 항로로 확산하고 있다. 전쟁 이전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운송됐다.
◇ 홍해·흑해 유조선 운임 사상 최고
중동발 충격은 원유 운송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10일 배럴당 15.22달러(약 2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아거스가 관련 운임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계된 유조선들이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할 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운임을 끌어올렸다. 흑해에서 지중해로 향하는 유조선 운임도 이번 주 최소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중동의 공급 차질을 피하기 위한 선박들의 항로 변경이 다른 지역의 운송 수요와 비용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파나마운하 통항에 최고 35억 원…라인강도 가뭄 직격
전쟁과 별개로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도 주요 물류 통로를 압박하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수위가 낮아진 가운데 중동발 우회 운송 수요까지 몰리면서 선박 통항 슬롯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달 초 서로 다른 크기의 선박이 이용하는 파나마운하의 두 갑문 통항 가격은 각각 110만 달러(약 15억6000만 원), 250만 달러(약 35억4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모두 아거스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럽에서도 장기간의 가뭄으로 독일 중공업의 핵심 운송로인 라인강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쾰른·뒤스부르크·프랑크푸르트·카를스루에 등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바지선 운임은 201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아거스의 존 올렛 유럽 화물가격 책임자는 현재 상황을 해운시장이 겪은 사상 최대의 혼란으로 평가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러시아 제재 당시의 충격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 극동→美동부 컨테이너 운임 1년 새 234% 급등
컨테이너 운송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극동 지역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의 평균 현물 운임은 1만249달러(약 1450만 원)로 전년 동기보다 234% 급등했다.
운임 급등이 길어지면 기업의 물류비 상승이 상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운 분석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란 전쟁에 따른 해운 차질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높아진 운임 비용은 결국 공급망의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며, 특히 마진이 낮은 상품에서는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물류 ‘병목 지점’ 영향력 갈수록 커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황은 주요 해상 요충지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다시 부각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싸고 오만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박에 통항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무역이 소수의 좁은 해협과 운하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들 물류 요충지에 대한 통제권이 경제적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박중개업체 브레이마의 헨리 쿠라 리서치 책임자는 세계가 다극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도 글로벌 교역로를 통해 막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주요 병목 지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유조선 용선료도 2008년 여름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거나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쟁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주요 운송로를 압박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비용 부담이 일시적인 급등을 넘어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