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60일 뒤 유료화 길 열릴 수도”…밴스 “통행료 아닌 안보체계 논의” 진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평화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공식 재개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향후 이란이 해협 통항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합의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행정과 해상 서비스’를 이란이 오만 및 걸프 국가들과 논의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해운업계가 새로운 통항료 체계 도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동안 국제 해상 통로로서 ‘무료’ 통항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최소 60일간 통항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운업계는 그 이후 이란이 통항료나 별도 기금 제도를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조선 업계 단체 인터탱코의 필립 벨처 해사 담당 이사는 “논의의 최종 결과는 호르무즈 해협이 통항료 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핵심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해운회의소의 존 스토퍼트 해사 담당 이사는 합의문에 등장한 ‘해상 서비스’라는 표현이 말라카 해협과 유사한 제도를 시사할 수 있다고 봤다. 말라카 해협에서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 항행 보조시설과 유류 유출 대응 등을 지원한다. 다만 그는 말라카의 경우 업계가 아니라 국가가 부담하는 자발적 기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이란, 전쟁 중 비트코인 통항료 요구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과정에서 이란의 핵심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해협을 사실상 폐쇄하고 통항 선박에 200만달러(약 31억원)를 비트코인으로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항로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주장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충돌 기간 중 미국이 이란과 합작 형태로 해협을 운영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백악관은 통행료를 내는 선박을 위한 ‘VIP 항로’ 구상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의무적 통항료를 부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밝혀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8일(현지시각) 국제 해상 통로는 통행료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오만, 이란, 걸프 국가들이 향후 해협의 적절한 안보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통행료 문제가 아니라 해협이 다시는 세계 경제의 병목으로 쓰이지 않도록 보장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 60일 무료 통항…이후 체계가 쟁점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합의에 따라 19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합의상 이란은 최소 60일 동안 통항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도 18일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에서 페르시아만 해협 당국이 합의 목표 달성을 위해 신청을 신속하고 우선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60일 동안 신청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기뢰 제거 작업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 측은 해협에 “일부 안전상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선박들이 통보받은 항로와 일정에 따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ISNA통신은 “‘해상 서비스’라는 표현은 수수료 징수와도 관련된다”고 보도했다.
걸프 국가들과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료화 가능성에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 해상 통로라는 지위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오만도 공식적으로는 통행료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오만은 전쟁 기간 중 이란과 환경 대응, 항행 관리, 도선, 보안 등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합법적 비용 부과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부 선박은 해협 통과를 시작했다. 중국 코스코 소속 유조선과 이탈리아 자동차 운반선 등이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시작했고 다른 해운사들도 위험 평가를 갱신하거나 선박 출항 준비에 들어갔다.
FT에 따르면 걸프 지역에는 여전히 최소 550척의 선박이 묶여 있으며 이 가운데 200척 이상은 원유 및 석유제품 유조선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에너지 물류 정상화의 첫 단계지만 향후 통항 체계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논의는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