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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탈탄소화냐, 공급망 자립이냐"… 서방, '中 그린 테크 독점'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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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탈탄소화냐, 공급망 자립이냐"… 서방, '中 그린 테크 독점'에 '딜레마'

英 맨체스터대 보고서 "전 세계 전기차 70%·태양광 80% 장악한 中 배제 시 ‘넷제로’ 지연 위험"
美 IRA·EU 추가 관세 등 서방의 견제 조치, 친환경 전환 비용 대폭 상승시키는 역효과 경고
전면적 디커플링 대신 '위험 경감(디리스킹)' 기반 선택적 협력과 녹색 금융 벤치마킹 촉구


전기차들이 중국 장쑤성 난통의 난통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들이 중국 장쑤성 난통의 난통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산 친환경 기술을 배제하려는 서방의 통상 규제가 오히려 세계적인 탈탄소화 전환을 심각하게 지연시키고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었다.

서방 정부들이 '기후 목표 달성'과 '중국 공급망 의존 탈피'라는 모순된 과제 사이에서 '근본적인 정책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8월 1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지속가능소비연구소는 최신 정책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전기차(EV),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3대 핵심 녹색 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리튬이온 배터리의 80%, 태양광 발전 설비의 80%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中 1조 달러 보조금이 낮춘 글로벌 전환 비용… 서방 관세 장벽이 위협


보고서의 주저자인 제임스 잭슨(James Jackson) 연구원은 "중국의 압도적인 청정 기술 지배력은 각국 정부에 근본적인 딜레마를 던지고 있다"며 "전 세계가 탈탄소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게 공급되는 중국산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서방이 중국과 경쟁하고 이를 차단하려는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 비용이 급등하고 전환 속도가 현저히 늦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25년 기준 중국 정부의 녹색 산업 보조금이 7조 2,000억 위안(약 150조 5,600억 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대규모 국가 지원이 중국산 청정 장비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 글로벌 보급을 가속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공급하는 태양광 설비를 전 세계에 설치할 경우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약 15%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을 통해 중국산 부품을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EU는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에 대한 상계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작성한 'EU 경쟁력 보고서'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수용하면 EU의 탈탄소화 목표를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유럽 경제의 산업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경고한 바 있다.

무조건적 디커플링 대신 '현지 합작'과 '녹색 금융 벤치마킹' 해법 제안


보고서는 서방이 중국과 무모한 정면 대결이나 완전한 공급망 단절(디커플링)을 꾀하기보다, 실용적인 협력과 전략적 공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국 등 주요국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의 자국 내 공장 유치를 장려하여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선진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친환경 녹색 투자를 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인민은행(PBOC)이 2021년 도입해 올해 고탄소 산업의 에너지 절감 설비 개선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한 '탄소 감축 대출 지원 제도(저금리 녹색 재대출)'처럼, 영란은행(BOE) 등 서방 중앙은행들도 녹색 산업 투자를 촉진하는 적극적인 금융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싱크탱크 E3G의 마크 반호이켈렌 전 EU 무역대사 역시 중국이 유럽 녹색 전환의 필수 공급망에 깊이 뿌리내린 현실을 인정하고, 위험을 완화(디리스킹)하면서 산업 회복력을 확보하는 '선택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글로벌 녹색 기술 독점과 서방의 안보 견제 갈등은, 향후 ‘파리 기후협정 이행을 위한 글로벌 넷제로 달성 시점’과 더불어 ‘청정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미·유럽과 중국 간의 통상 규제 재편’을 좌우할 핵심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