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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허브로 도약"… 베트남·필리핀, '반도체 특수' 타고 ‘고소득국’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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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허브로 도약"… 베트남·필리핀, '반도체 특수' 타고 ‘고소득국’ 정조준

세계은행 분류서 '중상위소득국' 전격 진입… AI발 반도체 수요 급증에 수출 주도 성장 가속
베트남, LG이노텍·삼성·인텔 투자 잇따라… 2030년까지 5만 전문 인력 양성해 '설계·전공정' 진출
필리핀, 美 '팍스 실리카' 동맹 합류… 태국·인니의 '중진국 함정' 딛고 말레이시아 잇는 도약 노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 11개 회원국 중 세계은행이 '고소득국'으로 분류한 것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뿐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 11개 회원국 중 세계은행이 '고소득국'으로 분류한 것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뿐이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와 첨단 전자제품 수요 급증에 힘입어 베트남과 필리핀이 국가 경제 체질을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던 단순 임가공 조립 기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도약함으로써, 신흥국 발전의 최대 난제인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극복하고 '고소득 국가'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 8월 1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국가별 경제 분류 업데이트를 통해 베트남과 필리핀을 '중상위소득국(Upper-Middle-Income, 1인당 GNI 4,636~14,375달러)' 범주로 공식 상향 조정했다.

과거 의류 등 경공업과 단순 가전·완성차 조립을 통해 전후 성장을 일궜던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이 이제는 첨단 칩 제조와 패키징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베트남, 10억 달러 기판 투자 등 쇄도… '2030년 5만 엔지니어 양성'으로 전공정 정조준


반도체 도약의 선두에는 베트남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무역 협정과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바탕으로 전자·전기 부품 허브로 자리 잡은 베트남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조 단위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LG이노텍은 지난 6월 베트남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기판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했으며, 삼성전자와 인텔 역시 현지 반도체 패키징 및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영 통신사 비에텔(Viettel)과 IT 대표 기업 FPT가 자체 칩 설계와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순 노동 집약적인 후공정(OSAT)을 넘어 회로를 형성하는 전공정(Fab)과 칩 설계·개발 영역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국가 전략을 가동 중이며, 늦어도 2027년까지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제조, 테스트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현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베트남은 2037년경 1인당 국민소득에서 태국을 추월하고 2040년경 고소득국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美 안보 공급망 편입… 태국·인니 '중진국 함정'과 차별화


필리핀 역시 전체 상품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전자 부품 산업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4월 미국이 주도하는 우호국 AI 반도체 공급망 연대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이니셔티브에 전격 합류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백엔드(후공정) 거점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세안 선발 주자였던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성장 정체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2011년 중상위소득국에 진입한 태국은 첨단 산업 전환 실패와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으며, 인도네시아 역시 미가공 광석 수출 금지(자원 민족주의)에도 불구하고 낮은 직업 교육 수준으로 인해 제조업 고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첨단 패키징과 독자 칩 설계 인프라 구축에 성공하며 2분기 GDP 성장률 6%를 달성한 말레이시아는 2030년 고소득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역시 말레이시아의 성공 모델을 따라 저임금 허브를 탈피하고 기술 중심의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반도체 밸류체인 고도화와 고소득국 진입 도전은, 향후 ‘글로벌 AI 하드웨어 공급망 내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위상 격상’과 더불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하는 신흥 제조업 국가들의 산업 전환 모델’을 입증할 핵심 거시경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