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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 속 반도체 핵심 시설 지하화…AI주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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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 속 반도체 핵심 시설 지하화…AI주 수혜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전력망과 통신망 등 핵심 기간시설의 지하화 추세 확산
초고온 플라즈마 터널 굴착 신기술 도입과 데이터센터의 자연 암반 활용 증가
천문학적인 공사 비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한 신중한 시설 선별 필요성 대두
지하터널을 달리는 차량.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하터널을 달리는 차량.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 위기가 커지면서 일부 국가에서 전력망과 통신망을 비롯한 핵심 기간시설을 지하 깊은 곳에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BBC는 8월 18일(현지시각) 무인기 공격과 물리 침입에서 인프라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목적과 함께, 초고온 플라즈마로 단단한 암반을 빠르게 뚫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고비용과 시공 난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고온 플라즈마로 화강암 뚫는 신기술 시험 성공


미국 굴착 기업 어스그리드는 올해 1월 캘리포니아주 한 채석장에서 고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암반 굴착 시험을 진행했다. 이 장비는 회전하는 머리 부분에 장착한 플라즈마 토치 3개로 작동한다. 토치가 방출하는 플라즈마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뜨거운 섭씨 2만 7000도에 달한다.

어스그리드의 굴착기는 이번 시험에서 3미터 깊이의 화강암반을 뚫었다. 트로이 헬밍 어스그리드 최고경영자는 로켓 점화에 비유하며 10년 동안 준비해 온 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개발팀은 장비 조정 작업을 거쳐 이르면 내년에 상업적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어스그리드는 전력선과 광케이블 매설뿐 아니라 물과 천연가스, 암모니아 수송용 파이프라인 매설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연 암반이 제공하는 천연 요새 데이터센터


안보 리스크에 대응해 지하나 산속으로 시설을 옮기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 지하 100미터 지점에는 최근 트렌티노 데이터마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데이터센터가 들어섰다. 과거 스파클링 와인과 사과, 치즈 저장고로 쓰던 굴착 동굴 옆에 서버를 설치했다.

이 시설은 천연 암반을 물리 장벽으로 활용한다. 데니스 본 트렌티노 데이터마인 최고경영자는 9000만 세제곱미터 규모의 돌로미티 암반이 물리 침입과 전자기 방해, 지진, 수문지질학적 위험으로부터 서버를 높은 수준으로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지하 공간의 서늘한 온도 덕분에 냉각 비용과 전력 소비도 줄어든다. 엑서터대학교의 알렉산더 테일러 미디어학 선임강사는 거친 물질 장벽이 여전히 유효한 방어 수단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하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했다.

인접국 위기감에 늘어나는 인프라 매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지하에 매설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토목과 터널 굴착 기업인 조셉 갤러거의 로비 맥고란 사업개발 책임자는 국경 인접국들이 장비 매설과 보호 조치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사업 문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계도 안전을 위해 해저 인터넷 케이블 매설 깊이를 깊게 가져가고 있다.

통신시장 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의 레인 버뎃 수석분석가는 해저 케이블을 최대 3미터 깊이로 묻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사고가 잦은 구역은 전 구간을 매설한다고 설명했다. 도심 지역에서도 대형 지하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 아룹의 마크 넬러 에너지 부문 책임자는 영국 런던 지하에 대형 송전 케이블을 수용하기 위한 29킬로미터 길이의 전력 터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고비용 해결과 핵심 시설 지하화 과제


지하 터널 공사는 지상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몇 배로 든다. 땅속에 갇힌 가스 유출 위험이나 침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맥고란 책임자는 터널 굴착 속도가 보통 분당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될 만큼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비용 부담 탓에 모든 시설을 지하에 묻기는 불가능하다. 리처드 리틀 인프라 정책 컨설턴트는 파괴되었을 때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시설을 선별해 지하에 묻어야 한다며 컴퓨터 칩 제조 시설을 그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주요 반도체 공장과 전력망 등 핵심 안보 인프라의 재해 대비를 위해 이러한 지하화 기술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