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10년물 금리·엔화 약세·기술 열풍,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국면과 일치
- 아시아 자본 수입국서 수출국 전환…금융 전염 아닌 IT 하드웨어 수요가 쟁점
-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AI 투자 사이클 둔화 시 실물 경제 타격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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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HSBC 프레더릭 뉴먼 수석이코노미스트가 8월 31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79%까지 치솟은 현재 아시아 거시경제 환경이 1997년 금융위기 직전과 3가지 측면에서 닮았다고 분석했다.
CNBC 인도네시아는 9월 2일 이를 보도하며 이번 충격은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 수요 둔화라는 실물 경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주요국이 자본 수출국으로 전환했으나 한국을 비롯한 역내 4개국의 AI 하드웨어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실물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97년 직전 3대 징후 일치
보고서는 현재 시장 환경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과 닮은 3가지 경로를 밟고 있다고 짚었다. 첫 번째 지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993년 10월 연 5%에서 1994년 11월 연 8% 안팎으로 급등한 뒤 1997년 4월에는 연 7% 선을 나타냈다. 이번 국면에서도 2020년 8월 연 0.5% 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국채금리는 2026년 2월 연 3.9%를 기록한 뒤 올해 들어서만 약 80bp(1bp=0.01%포인트) 뛰었다.
세 번째 지표는 기술 투자 과열이다. 1997년 직전 인터넷 보급 확산이 기술 낙관론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AI 인프라 확장 열풍이 시장을 주도한다.
자본 수출국 전환과 수요 취약성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현재 아시아 경제 체질이 과거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1990년대 아시아 국가들은 자체 저축률이 낮아 해외자본을 차입하던 자본 수입국이었다. 달러 조달 비용 상승과 엔화 불안정이 겹치자,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며 연쇄 금융위기를 불렀다.
반면 현재 아시아 경제권은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를 집행하는 자본 수출국으로 바뀌었다. 미국 고금리와 엔화 약세가 단기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문제는 성장 동력이 미국 AI 하드웨어 수요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다.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AI 관련 전자제품 수출이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성장을 지탱해 왔다"며 "1990년대의 금융 취약성 대신 아시아는 수요 취약성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채권시장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10년물부터 30년물 국채 바이백 한도를 기존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 4392억 원)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국채 금리 안정을 꾀하려는 조치다.
한국 산업 가치사슬 파급
미국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AI 설비투자 둔화는 한국 반도체 가치사슬의 실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속도 조절을 부르고,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비롯한 핵심부품 공급 계약의 지연 경로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주요 제조사는 실적 개선을 고부가 메모리 수출에 기대고 있어 하드웨어 발주 둔화가 가시화되면 완제품 출하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요 위축 가설이 힘을 얻으려면 선행 지표의 둔화가 확인되어야 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예산 삭감이나 서버용 부품 재고 증가가 공식 확인될 경우 역내 수출 둔화 경로는 뚜렷해진다.
반면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와 통화정책 완화로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되거나 AI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수익화가 입증되어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경우 이번 수요 충격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는다.
주요 IT 기업들의 설비투자 조정 여부와 미국 채권시장의 금리 안착 흐름이 향후 전개 국면을 가를 핵심 관건이다. 한국 제조사들의 분기별 수주 잔고 변화와 엔화 추가 개입 여부가 맞물리며 역내 실물 경제의 충격 반경을 결정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