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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해상봉쇄 강화…상선 86척 항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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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해상봉쇄 강화…상선 86척 항로 돌렸다

미 해군 3척 무력화·2척 승선…하루 새 항로 변경 84→86척
7월 재봉쇄 이후 상선 직접 통제 확대…대이란 경제압박 넘어 해상교역 장악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미 중부사령부.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미 중부사령부.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강화하면서 이란 항만을 드나들려던 상선 86척의 항로를 변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은 봉쇄 과정에서 선박 3척을 무력화하고 2척에는 직접 승선했다.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단순한 해상 통항 제한 선언을 넘어 상선의 실제 항로를 통제하는 상시 집행 단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CBS뉴스는 미 중부사령부가 이날 기준 대이란 해상봉쇄 과정에서 상선 86척의 항로를 변경시켰다고 밝혔다고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하루 전 84척에서 2척 늘어난 규모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에 "미 해군은 계속해서 미국의 대이란 봉쇄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봉쇄 준수를 위해 지금까지 선박 3척을 무력화하고 2척에 승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항로가 변경된 86척은 미 해군이 나포하거나 억류한 선박을 뜻하지 않는다.

미군의 지시에 따라 이란 항만으로 들어가거나 이란 항만에서 출항하는 계획을 포기하고 다른 항로로 이동한 상선이 대부분이다.

반면 3척은 미군이 실제 운항 능력을 무력화한 선박이며, 2척은 미군 병력이 직접 승선해 봉쇄 준수 여부를 확인한 사례다.

◇ 7월 14일 재봉쇄…두 달도 안 돼 86척 차단


미국은 지난 7월 14일 오후 4시부터 이란 항만과 연안 지역을 오가는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를 재개했다.

대상은 국적에 관계없이 이란 항만이나 연안 지역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선박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봉쇄를 위반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역내 해상 통항을 계속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집계된 상선 86척은 재개된 봉쇄가 실제 상업 운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에 앞서 4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약 두 달 동안 1차 대이란 해상봉쇄를 실시했다.

당시 미군은 상선 140척 이상의 항로를 변경시켰고, 봉쇄에 따르지 않은 선박 9척을 무력화했다.

인도적 지원을 운송하던 상선 50척 이상은 봉쇄선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봉쇄가 한동안 중단됐지만 양측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7월 중순 재개됐다.

결국 미국은 1차 봉쇄에서 축적한 상선 통제 방식을 다시 가동하면서 이란의 해상 교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 '몇 척 잡았나'보다 중요한 86척의 의미


이번 집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제로 무력화하거나 승선한 선박보다 항로를 바꾼 선박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모든 상선을 물리적으로 나포하지 않더라도 해군의 봉쇄 지시 자체만으로 상당수 선박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음을 뜻한다.

상선과 선사는 미군과 직접 충돌할 위험뿐 아니라 선박 손상, 운항 지연, 보험비용 상승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미 해군이 봉쇄를 계속 집행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만으로도 이란 항만으로 향하려는 민간 선박에 강한 억제 효과를 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3척을 무력화하고 2척에 승선했다는 숫자보다 86척이 스스로 항로를 변경했다는 수치가 봉쇄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더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모든 선박에 병력을 투입하거나 공격하지 않고도 이란의 해상 교역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이란에는 원유를 비롯한 수출품을 실어 나를 선박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 군사공격·해상봉쇄 결합…압박 강도 높이는 미국


이번 봉쇄 집계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새로운 공습을 실시했다.

공격 대상에는 방공시설, 레이더 시스템, 해상 자산과 시설, 기뢰 부설 능력, 통신시설 등이 포함됐다.

미군은 최근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과 중동에 배치된 미군 장병을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뢰 부설 능력과 해상 시설을 공격한 것은 미국이 이란의 해상전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체 봉쇄의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에 5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전략은 공중에서는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고 해상에서는 항만 출입을 차단하는 이중 압박 형태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 봉쇄 목적도 '경고'에서 실제 교역 차단으로


미국의 해상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의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이란의 해상 수출입 자체를 제한하는 경제 압박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란 경제에서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는 대부분 해상운송에 의존한다.

선박들이 이란 항구 접근을 꺼리기 시작하면 이란이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해외 구매자에게 인도하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해상봉쇄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금융 제재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실물 교역을 제한할 수 있다.

상선 86척의 항로 변경은 이 같은 압박이 실제 해상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 사례다.

다만 미국의 봉쇄가 강해질수록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이나 미군 함정을 다시 공격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해상 시설과 기뢰 부설 능력을 직접 공격하고 이란도 역내 미군 관련 시설과 선박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양측의 충돌은 다시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집계에서 미군이 단순 항로 변경에 그치지 않고 일부 선박을 무력화하거나 직접 승선했다는 점은 봉쇄 집행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봉쇄를 지속할 경우 향후 핵심 변수는 항로 변경 선박 숫자보다 물리적 강제조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될 전망이다.

상선 대부분이 미군의 요구에 따르는 현재 구조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비교적 제한된 군사력만으로도 이란의 해상 교역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

반대로 봉쇄에 불응하는 선박이 늘어나고 이란이 이를 군사적으로 보호하려 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 상선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새로운 전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