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100대 민간기업 창업주 평균 64세… 개혁개방 1세대 은퇴 속 2세대 '푸얼다이' 승계 거부 속출
닝보·원링 중소제조사 114곳 중 승계 완료는 단 10곳… "공장 매각해 상하이 부동산 투자" 확산
GDP 60%·고용 80% 책임지는 '경제 모세혈관'… 지리자동차는 자녀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닝보·원링 중소제조사 114곳 중 승계 완료는 단 10곳… "공장 매각해 상하이 부동산 투자" 확산
GDP 60%·고용 80% 책임지는 '경제 모세혈관'… 지리자동차는 자녀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 도시 일자리의 80%를 책임지며 '세계의 공장'을 떠받쳐 온 중국 민간 제조업 생태계가 창업 1세대의 급격한 고령화와 부유층 2세대(푸얼다이·富二代)의 가업 승계 거부로 인해 사상 초유의 '승계 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민간기업의 85% 이상이 가족 경영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가업을 물려받기를 꺼리는 자녀들의 이탈로 인해 알짜 중소·중견 제조사들이 줄줄이 공장 문을 닫거나 지분을 매각하고 있어 중국 산업 공급망의 모세혈관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9월 6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민간 경제의 심장부로 불리는 동부 저장성(浙江省)을 중심으로 제조업 승계 위기가 단순한 가족 갈등을 넘어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위협하는 거시경제적 뇌관으로 부상했다.
저장성 원링(溫嶺)시에서 30년 넘게 자동차용 고무·플라스틱 부품 공장을 운영해 온 창업주의 아들 리판테(30대 초반) 씨는 최근 70세를 앞둔 부모를 설득해 흑자를 내던 공장 문을 닫고 부지와 생산 설비를 전량 매각했다.
그는 매각 대금으로 주식과 상하이 부동산에 투자했다.
리 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가업을 물려받는 것은 아버지 세대와의 끝없는 갈등과 충돌의 시작을 의미하며, 제조업은 지루하고 과거만큼 막대한 수익을 주지도 못한다"며 "경영에 대한 합의가 없는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으며, 사업적 통찰력이 세대를 거쳐 자동으로 유전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의 공장은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 등 메이저 완성차에 플라스틱 사출 부품을 납품하던 핵심 밸류체인의 일원이었다.
저장성 100대 기업 창업주 평균 64세… 114개 사 중 승계 완료 단 '10곳'
저장성은 민간 부문이 지역 GDP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최고의 부유한 산업 벨트다.
현장의 실태는 훨씬 심각하다.
연간 산업 생산액 1억 위안(약 20억 1,100만 원) 이상인 원링 지역 주요 민간 제조사 중 60%가 창업주 연령이 60세를 넘어서며 '긴급 승계 대책'이 절실한 상태로 조사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닝보와 원링 등지의 민간 제조사 114곳을 정밀 추적한 결과, 창업주가 여전히 단독 경영하는 기업이 90곳(일부는 70세 이상)에 달했다. 약 60개 기업은 후계자가 지정되지 않았거나 경영진에 가족 2세대가 전무했다.
114개 사 중 2세대로 승계가 완료된 기업은 단 10곳에 그쳤다. 2세대 자녀의 20%는 가업 승계를 명시적으로 거부했고, 45%는 승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금융·IT·전문직 등 외부 경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조사를 총괄한 수사이어 NBUFE 교수는 "대다수 창업주는 경영권을 자녀 외부에 넘기기를 꺼리는 반면, 해외 유학을 거치며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진 자녀 세대는 거친 제조업 현장을 지키려는 기업가 정신과 끈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中 제조업 모세혈관 끊긴다"… 하청 납품 차질 및 연쇄 폐업 공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계 실패가 개별 기업의 폐업을 넘어 중국 제조업 공급망 전반에 연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이징의 민간 싱크탱크 중국기업연구소의 탕다제 수석 연구원은 중소 가족 공장들을 '거대한 중국 경제 생태계의 모세혈관'에 비유했다.
탕 연구원은 "이들 중소 공장은 외견상 거대 대기업은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외주를 주는 단일 특수 부품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쥐고 있다"며 "창업 세대의 은퇴와 함께 이 공장들이 문을 닫는다면 중국 제조업 특유의 신속한 공급망 회복력과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이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위기는 가시화되고 있다.
저장성 하이닝의 대표 상장사이자 수천 명을 고용해 온 주방가전 명가 저장메이다(Zhejiang Meida)는 85세의 고령 창업자가 자녀들에게 가업을 승계시키는 데 최종 실패하자, 지난 7월 경영권 지분을 외부 인수자에게 12억 9,000만 위안(약 2,590억 원)에 전격 매각했다. 매각 발표 직후 주가는 급락했으며, 지방정부가 일자리 보존과 생산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긴급 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리자동차 리슈푸, 자녀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발탁… 새로운 모델 부상
위기감이 고조되자 중국 정책 당국도 개입에 나섰다.
공산당은 민간 경제 활성화 정책을 통해 2세대 후계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멘토링을 지시했으며, 2025년 5월 시행된 민간경제촉진법에는 민간 기업들이 현대적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명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완성차 대기업 지리자동차(Geely Auto)의 창업주 리슈푸(Li Shufu) 회장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리슈푸 회장은 지난 8월 17일, 3,450억 위안(약 65조 원) 규모의 거대 자동차 제국의 지휘봉을 친자식이 아닌 오랜 동지이자 전문경영인인 안충후이(An Conghui) 지커 CEO에게 전격 승계하고 자녀들을 경영 일선에서 전면 배제했다.
관영 저장일보는 이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가족이 주식 지분 소유권을 유지하되, 최고경영진 자리는 외부의 전문 경영 인재에게 과감히 개방하는 현대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개혁개방 이후 성장한 1세대 기업인들이 모두 노쇠한 지금, 가업 승계는 머리 위에 걸린 칼날과 같으며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의 창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중국 가족 민간기업들의 승계 대란은, 향후 ‘부동산과 주식으로 자본을 회수하려는 부유층 2세대와 제조업 생태계를 사수하려는 국가 정책 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중국 민간 경제가 전문경영인 중심의 현대적 지배구조로 탈바꿈하느냐, 아니면 핵심 부품 소부장 공장들의 연쇄 쇠락으로 이어지느냐를 가를 중대한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