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인물] 마크 카니 (Carney) "트럼프와 맞장"....미국-캐나다 관세전쟁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인물] 마크 카니 (Carney) "트럼프와 맞장"....미국-캐나다 관세전쟁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캐나다 총리실 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캐나다 총리실
[김대호 인물 오디세이] 트럼프와 맞장뜨는 마크 카니, 그는 누구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상적인 관세 공세와 거친 설전 속에서 국제 외교·경제 무대의 시선이 한 인물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2025년 3월 캐나다의 제24대 연방 총리로 취임한 마크 카니(Mark Carney)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캐나다를 향해 5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양국 접경의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개칭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할 수 있다는 식의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백악관과 미 재무부의 일방주의적 겁박에 맞서 마크 카니 총리는 "인터넷 밈(Meme)을 만들며 터프한 척하는 유치한 짓을 중단하라(Stop doing memes, stop throwing shade and stop trying to be tough)"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맞불 보복관세를 단행하며 일전불사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정치적 수사(Rhetoric)와 근거 없는 억지가 난무하는 시대에 마크 카니는 직관적인 포퓰리즘에 맞서는 정통 계량경제학과 정밀한 금융 이론의 체현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브렉시트(Brexit)라는 사상 초유의 거대한 파고를 최전선에서 방어해 낸 세계 유일의 ‘영·캐나다 양국 중앙은행 총재’ 출신 테크노크라트가 왜 지금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의 대척점에 섰는지, 그의 궤적을 짚어본다.

골드만삭스에서 중앙은행 총재까지: 위기 해결사로 다져진 칼날

마크 카니는 1965년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포트스미스에서 교육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최우등으로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케인스주의적 거시 총수요 관리와 신고전학파의 시장 미시구조 이론을 균형 있게 섭렵한 그는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월스트리트의 심장부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런던, 도쿄, 뉴욕, 토론토를 거치며 13년간 골드만삭스 매니징 디렉터로 활약한 카니는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러시아 정부의 채무재조정 실무를 진두지휘하며 월가와 국제금융기구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기 수습 능력을 입증했다.

그의 진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에 각인되었다. 2008년 불과 42세의 나이에 제8대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총재로 부임한 카니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전후로 선제적 유동성 공급과 파격적인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전 세계 중앙은행 중 최초로 "물가 목표가 위협받지 않는 한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조건부 선도 지침(Conditional Forward Guidance)’을 도입하여 시장의 기대를 안정시켰다. 그 결과 캐나다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대형 은행의 파산이나 구제금융 투입 없이 가장 빠르고 견고하게 위기를 극복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고, 글로벌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는 '중앙은행가들의 록스타'라는 별칭이 붙었다. 300년 영란은행 역사를 깬 이방인: 브렉시트 격랑을 방어하다마크 카니의 독보적인 역량은 영국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2013년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1694년 설립 이래 319년간 단 한 번도 외국인을 수장으로 앉힌 적 없던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제120대 총재로 카니를 영입했다. 영란은행 총재 재임 기간은 거대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가결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파운드화는 30년 만의 최저치로 폭락했다. 정치권이 당파 싸움과 혼란에 매몰되어 있을 때, 카니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2,500억 파운드 규모의 비상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금융 시스템 붕괴를 틀어막았다. 정치적 압박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을 비롯한 강경 브렉시트파 정치인들이 "영란은행이 브렉시트의 부정적 경제 충격을 과장한다"며 사퇴를 종용했으나, 카니는 데이터와 계량 모델에 입각한 정교한 리스크 평가를 굽히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과학적 신뢰도를 지켜낸 그의 행보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독립적 테크노크라트의 표본으로 칭송받았다. 그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과 UN 기후행동·금융 특사를 역임하며 기후변화 리스크를 금융기관 건전성 평가(STRESS TEST)와 정보공시(TCFD) 프레임워크에 편입시키는 등 글로벌 거시금융의 제도적 지평을 넓혔다.

왜 세계 경제학자들은 마크 카니를 지지하는가

주류 경제학계가 마크 카니라는 정치 지도자에게 강력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첫째, 시장 메커니즘을 훼손하지 않는 철저한 실증주의적 정책관이다. 카니는 2021년 저서 《가치(Value(s): Building a Better World for All)》를 통해 시장가격(Price)이 인간 사회의 본질적 가치(Value)를 잠식하는 왜곡 현상을 비판하면서도, 해결책으로 포퓰리즘적 분배가 아닌 '시장 친화적 인센티브 설계'를 제시했다. 좌파의 무분별한 재정 만능주의와 극우의 보호무역주의를 모두 거부하고, 공급망 재편과 자본 시장의 효율적 배분을 옹호하는 그의 노선은 학계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폴 크루그먼 등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른 석학들조차 카니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금융의 파이프라인이 어디서 막히는지를 완벽히 꿰뚫고 있는 드문 정책가"라는 평가를 일치하여 내린다. 카니의 발언과 대외 통상 전략은 감정적 선동이 아니라 면밀한 산업 연관 분석과 계량적 게임이론에 기초한다.

셋째,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는 정책적 결단력이다. 2025년 초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 추락으로 자유당이 붕괴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카니는 취임 직후 자유당의 상징과도 같았던 소비자 탄소세를 과감히 철폐했다. 이론적으로 탄소세가 효율적일지라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계의 생계를 짓누른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그는 중도 실용주의(Blue Grit)를 표방하며 2025년 연방 총선 승리와 원내 안정적 다수 구도를 이끌어냈다.

'트럼프의 관세 폭거' vs '카니의 정밀 외교': 오디세이의 결말은?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통상 마찰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일방적 관세 장벽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의 '마가(MAGA)' 패권주의와, 다자주의 규범 및 국가 주권을 수호하려는 정통 경제 관료 카니의 세계관이 정면충돌하는 지정학적 대전투다.

트럼프는 캐나다의 자동차, 철강, 에너지 산업을 미국 기업의 하청기지로 종속시키려 획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미국의 자회사가 아니다. 캐나다 산업을 점진적으로 말살하려는 협정 조건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유럽연합(EU), 영국,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무역 다변화를 신속히 구축하며 미국의 대외 압박을 정밀하게 분산시키고 있다. 정치적 쇼맨십과 즉흥적 협상술을 무기로 상대를 굴복시켜 온 트럼프에게, 월가의 냉혹한 딜(Deal) 생태계와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마크 카니는 지금까지 상대해 본 적 없는 가장 까다롭고 영민한 맞수다.

허세와 감정적 충동 대신 냉정한 수치와 법적·경제적 논리로 맞서는 마크 카니의 통상 방어전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경제 외교의 정점이다. 복합 경제위기와 신냉전의 격랑 속에서 테크노크라트 총리 마크 카니가 써 내려갈 인물 오디세이는 글로벌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우리에게도 주권 수호와 실용적 국익 극대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