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세계 식량 위기에도 끄떡없다"… 中, '주식 자급·거대 비축'으로 방파제 구축

글로벌이코노믹

"세계 식량 위기에도 끄떡없다"… 中, '주식 자급·거대 비축'으로 방파제 구축

우크라이나 흑해 수출 18만→2만 톤 급감·이란 분쟁·슈퍼 엘니뇨로 국제 곡물가 연일 최고치
FAO 식품물가지수 131.1 급등… 美 옥수수 수입 단가 톤당 330 달러로 한 달 새 30 달러 껑충
中 여름 수확 1.5억 톤 돌파·쌀 6년 연속 풍작… 80% 수입 의존 '대두' 사료값 상승은 숙제


농부들이 중국 장시성 구장시 외곽에서 가뭄을 겪으며 벼 수확기가 남긴 쌀 이삭을 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농부들이 중국 장시성 구장시 외곽에서 가뭄을 겪으며 벼 수확기가 남긴 쌀 이삭을 따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격화로 인한 흑해 해상 곡물 수송망 붕괴와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위기, 여기에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 기상이변까지 겹치며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공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4억 인구를 품은 중국이 막강한 주식 곡물 자급력과 두터운 전략 비축량을 바탕으로 외부 인플레이션 충격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글로벌 분석기관들의 평가가 나왔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아시아·아프리카의 수입 의존 개발도상국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한 것과 달리, 중국은 쌀과 밀 등 핵심 주식의 국내 생산 기반이 확고해 글로벌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비켜서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소비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두(콩)'와 가축 사료용 옥수수 가격의 상승 압력, 그리고 미·중 통상 마찰은 여전히 잠재적 뇌관으로 지목된다.

9월 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옥수수, 대두, 소맥(밀) 선물 가격이 수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식품물가지수가 7월 기준 131.1포인트로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식품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흑해 수출 90% 증발·슈퍼 엘니뇨… "대체 공급선 찾아 글로벌 가격 폭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평가기관인 아르거스(Argus)에 따르면, 이번 국제 곡물가 폭등의 최대 진원지는 흑해 공급망의 붕괴다.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일일 곡물 선적량은 과거 '흑해 곡물 협정' 가동 당시 18만 톤 이상에서 최근 2만 톤 안팎으로 90% 가까이 급감했다.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 바이어들이 7~9월 수출 성수기를 맞아 북미와 남미, 호주로 몰려들어 대체 물량 확보전에 나서면서 글로벌 스팟 가격을 단숨에 밀어 올렸다.

이러한 가격 급등세는 중국의 수입 단가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아르거스 집계 결과, 오는 11월 인도 기준 미국 걸프만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옥수수의 운임 포함 수입 가격(C&F)은 톤당 330달러로 8월 초 대비 톤당 30달러 이상 치솟았다.

주식 자급률 100% 근접… 옥스퍼드 "중국, 식량 충격 방어력 뛰어나"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비명과 달리 중국 내부의 식탁 물가는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셰나 유에(Sheana Yue) 거시경제 전문 연구원은 "중국은 쌀과 밀 등 국민 주식 곡물의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자급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고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글로벌 식량 충격으로부터 매우 두텁게 보호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거스 역시 중국의 흑해산 옥수수 직접 수입 비중이 높지 않아 물리적 공급 차질 위험이 매우 낮다고 짚었다.

아르거스는 "국제 가격 급등이 국내 심리에 심리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중국으로의 가격 전이 속도는 다른 시장보다 훨씬 온건하고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여름 곡물 수확량은 사상 처음으로 1억 5,000만 톤을 돌파하는 대풍년을 기록했다.

주식인 조기 벼(쌀) 생산량 역시 6년 연속 2,800만 톤 이상을 유지했다.

아르거스는 "중국 내 주요 곡창 지대의 기상 여건이 대체로 양호해 당국이 해외에서 곡물을 긴급 추가 매입해야 할 긴박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등 육로 공급망 다변화… '대두 80% 수입'은 최대 취약점


중국은 외부 충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해상 수송로에 의존하지 않는 유라시아 내륙 공급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5일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후난성 창사에서 양국 간 농산물 직교역을 위한 전용 곡물 무역 플랫폼을 공식 개설했다.

류환신 중국 국가식량전략비축관리국장은 이 플랫폼이 해상 봉쇄 위험을 우회해 내륙 지역의 식량 안보를 사수할 전략적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식량 방파제에도 명확한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식용유와 가축 사료의 핵심 원료인 '대두(콩)'의 대외 의존도다.

중국은 전체 대두 소비량의 80% 이상을 미국과 브라질 등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셰나 유에 연구원은 "대두는 중국 식량안보의 가장 취약한 고리"라며 "글로벌 대두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주식인 쌀과 밀의 가격은 안정되더라도 사료비 인상을 거쳐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형태로 국내 물가에 간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9월 수확기를 맞은 가을 옥수수 재배지의 이상 기후 여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관세 전쟁 재개 가능성도 농축산물 수급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식량 위기 속 중국의 곡물 방어선 구축은, 향후 ‘지정학적 분쟁과 기후재난으로 흔들리는 글로벌 식량 시장에서 14억 인구의 자체 생산·비축 역량이 국가 안보의 가장 단단한 방패막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대두 등 필수 사료 원자재의 높은 대외 종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남미 및 중앙아시아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중국의 식량안보 독립 작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