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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살리는 국가 ATM"… 中 담배공사, 공상·농업은행에 600억 위안 자본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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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살리는 국가 ATM"… 中 담배공사, 공상·농업은행에 600억 위안 자본 '수혈'

재무부 주도 3,600억 위안 8대 금융기관 증자 일환… ICBC·ABC에 각각 300억 위안 투입
바젤III 최고 등급 보통주자본(CET1) 전액 보충… CNTC, 공상은행 지분 1% 이상 확보
작년 순익만 2,850억 위안 추산… 부동산 침체발 세수 결손 메우는 베이징의 '현금 인쇄기'
중국국가담배공사(CNTC)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수혈받아 보통주자본(CET1)을 확충하는 중국 최대 국영은행 ICBC.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국가담배공사(CNTC)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수혈받아 보통주자본(CET1)을 확충하는 중국 최대 국영은행 ICBC. 사진=로이터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위기, 경기 부양용 저금리 기조로 중국 국영 상업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담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국영 '중국국가담배공사(CNTC)'가 은행권의 핵심 자본을 확충해 주는 거대한 '국가 공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면에 등장했다.

중국 재무부가 추진하는 총 3,600억 위안(약 71조 8,000억 원) 규모의 국영은행·보험사 자본 재조정 계획에 발맞춰, 담배 독점 기업인 CNTC가 중국 4대 국영 상업은행 중 양대 축인 중국공상은행(ICBC)과 중국농업은행(ABC)에 각각 300억 위안씩 총 600억 위안(약 12조 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9월 9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은 증시 공시를 통해 이번에 유치하는 자금 전액을 국제결제은행(BIS) 바젤III 기준 최상위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을 확충하는 데 배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통주자본은 손실 흡수력이 가장 높은 핵심 자본으로, 규제상 위험가중자산의 최소 4.5% 이상을 상시 유지해야 한다.

ICBC 지분 1% 확보·ABC 지분 3.3%로 확대… 6대 국영 대출기관 '큰손'

이번 자본 투입은 CNTC 본사와 산하 지방 독점 자회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은 각각 총 300억 위안을 유치하며, 이 중 CNTC 본사가 각 은행에 100억 위안씩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200억 위안은 상하이담배그룹 등 알짜 자회사들이 나누어 인수한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CNTC 그룹은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보통주 지분을 1% 이상 확보하게 되며, 농업은행 지분율은 기존 1.70%에서 3.29%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해 핵심 주주로 올라선다.

CNTC는 이미 농업은행 상장 우선주 기준 상위 10대 보유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와 금융가에서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동원한 담배공사의 재정력에 경탄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중국국가담배공사는 국가 재정을 지탱하는 진정한 '현금 인쇄기'"라며 "수많은 지방 자회사들이 일제히 수백억 위안씩 현금을 출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기업의 자본 저력이 얼마나 깊은지를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장기·인내 자본 제공"… 1993년 특별법 명시된 '국가 재정 보장' 임무


보건 위해 물질인 담배를 판매하는 공기업이 국가 기간 은행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중국 체제 내에서 CNTC는 태생적으로 국가 재정을 지탱할 법적 의무를 쥐고 있다.

1993년 제정된 담배전매법에 따라 설립된 CNTC는 설립 목적 자체에 "국가의 재정 수입 보장"이 명문화되어 있다.

더욱이 규제 당국인 국가담배전매국(STMA)과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결합되어 베이징 본사 사옥까지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CNTC의 국영 금융기관 자본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3월 정부가 4개 대형 은행 증자를 단행했을 당시, CNTC는 교통은행의 1,200억 위안 증자에 75억 8,000만 위안을 투입해 그룹 지분율을 3.8%로 끌어올렸으며, 별도로 3.3%의 우선주를 확보했다.

CNTC는 중국우편저축은행(PSBC)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하이담배그룹을 통해 중국은행(BOC) 우선주 3%를 쥐고 있다. 재무부 산하 중신(CITIC)은행에서도 10년 넘게 4.64%의 지분을 보유하며 제3대 주주로서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은행은 공시를 통해 "담배 독점 기업은 재무적 건전성과 시장 자원 배분 측면에서 독보적인 이점을 자랑한다"며 "은행의 리스크 방어 역량을 높이고 제품 혁신을 이끌 '장기적이고 인내심 있는 전략 자본'을 공급받게 됐다"고 밝혔다.

연 순익 2,850억 위안의 '캐시카우'… 국유기업 재정 기여의 30% 독점


베이징 당국이 담배공사의 금고를 적극적으로 열어젖히는 배경에는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지방 재정 적자와 세수 결손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CNTC가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이익 배당금 비율을 기존 25%에서 35%로 전격 인상했다.

이는 석유·천연가스, 통신, 전력 등 중국 내 내로라하는 초우량 국유 독점 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최고 수준의 부담금율이다.

리창 국무원 총리 역시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가 재원과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 재무부 예산 결산서에 따르면, CNTC는 2025년 한 해에만 중앙정부에 996억 7,000만 위안(약 20조 원)의 이익 배당금을 상납했다.

이는 베이징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2,433개 전체 국유기업이 납부한 국고 수입 총액의 무려 3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이를 역산하면 CNTC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만 약 2,850억 위안(약 57조 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국가담배공사의 대규모 은행 증자 참여는, 향후 ‘부동산 거품 붕괴와 부실채권 압박에 직면한 국영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최대 담배 독점 이익을 자본 확충 수단으로 전용하는 중국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재정 동원술’인 동시에 ‘정부의 재정 적자가 심화될수록 현금 창출력이 압도적인 비금융 독점 공기업을 국가 금융 시스템의 최종 대부자이자 완충 장치로 활용하는 베이징의 고육지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