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50달러가 만드는 휘발유·물가·비축유와 선거의 연쇄충격
미국 중서부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숫자가바뀐다. 3달러 대였던 가격은 4달러를 넘고, 운전자는 주유 손잡이를 잡은 채 총액이 올라가는 속도를 지켜본다. 같은시간 뉴욕의 원유 트레이더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위치를 보고, 워싱턴의 선거전략가는 경합지역여론조사를 확인한다. 전쟁은 이란 해안에서 벌어지지만, 대통령에게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전황 보고서는 주유소 가격표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은 전쟁 전인 2025년 4분기 하루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490만 배럴로 줄었다. 하루 1670만 배럴, 77.3%의 통항 감소다. 원유와 콘덴세이트는 1590만 배럴에서 370만 배럴로 76.7% 줄었고, 석유제품은 570만 배럴에서 110만 배럴로 80.7% 감소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통항도 하루 105억 입방피트에서 8억 입방피트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수치는 세계의 순공급이 정확히 1670만 배럴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는 우회되고, 재고에서 나오며, 생산 조정으로 흡수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에너지 동맥의 실제 통과량이 이 정도로 무너졌다는 사실 자체가 물리적 부족과 보험료, 운임, 재고 선점과 위험 프리미엄을 동시에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5일 유조선 공격직전 글로벌 벤치마크 원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6.28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1.48달러였다. 불과 한 주 동안 각각 약 9%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한다고 말해도시장은 아직 그 말을 완전히 사지 않았다. 시장이 보는 통제는 성명서가 아니라 선박 통항량과 보험계약, 하르그섬의 안전과 기뢰제거 속도다.
배럴당 150달러는 기본전망이 아니다. EIA의 8월 기준 3분기브렌트유 평균 전망은 약 85달러였다. 그러나 이 전망은통항과 생산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는 가정을 포함한다. 필자의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150달러는 세계 순공급 부족이 수주간 하루 600만~800만 배럴 수준으로 지속되고, 하르그섬 수출시설 또는 걸프 정유·저장시설이 추가 손상되며, 선박 보험과 선원 확보가 동시에 경색되는 경우에접근할 수 있는 '꼬리위험'이다. 현재 배럴당 96.28달러에서 150달러까지는 53.72달러, 55.8%의 상승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상승을 미국 휘발유 가격으로 바꾸면 정치적 의미가 선명해진다. EIA의 장기 경험칙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지속해서 오를 때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약 2.4센트 움직인다는 것이다. 53.72달러 상승을 단순 적용하면 갤런당 약 1.29달러가 추가된다. 지난달 31일 미국 보통휘발유 평균 4.071달러에 더하면 5.36달러다. 정유마진, 지역별 재고, 운송·보험비용이 동시에 악화되면 실제 스트레스 범위는 전국평균 5.40~6.00달러까지 열릴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5.520달러였고, 미국 경유 평균은 5.599달러였다.
미국이 하루 약 904만 배럴의 휘발유를 소비한다고 보면 이는 약 3억7970만 갤런이다. 가격이 갤런당 10센트만 오를 때 미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액은 하루 약 3800만 달러, 연간 약 139억 달러 늘어난다. 4.071달러에서 5.36달러로 오르면 수요 감소를 반영하기 전의 단순 총액은 하루 약 4억 9000만 달러, 연간 약 1787억 달러 증가한다. 이것은 전부가 국내총생산(GDP)의 순손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생산자·정유사·정부세수로 이전되는 부분과 수요 감소가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체감부담과 소비여력 감소의 크기를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다.
이미지 확대보기물가는 이미 취약하다. 2026년 7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4%,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올랐다. 에너지 가격은 14.7%, 휘발유는 24.6% 상승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모형은 실질유가가 10% 오를 때 첫해 종합(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약 0.15%포인트, 근원물가는 0.06%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55.8% 상승에 기계적으로 확대하면 종합 약 0.84%포인트, 근원 약 0.33%포인트의 추가 압력이 나온다. 단순 모형상 3.4%는약 4.2%로 높아진다. 정유병목, 운임, 항공료, 화학제품, 식품과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번지는 광범위 스트레스에서는 4.5~5.5%, 짧은꼬리위험으로는 6%에 가까운 수치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예측 확정치가 아니라 충격전이 범위다.
미국은 산유국이지만 석유 가격으로부터 독립된 섬이 아니다. 2026년 미국의 석유와 액체연료 소비는 하루 평균 약 2063만 배럴, 연간 약 75억 3000만 배럴로 전망됐다. 원유 생산은 하루 약 1380만 배럴이다. 원유와 제품의 종류, 정유시설 위치와 국제가격 연동 때문에 생산량이많아도 미국 소비자가 세계 가격을 피할 수는 없다. 미국의 정유 시설은 8월말 98%의 높은 가동률로 하루 1750만 배럴을 처리했다. 여유설비가 작다는 뜻이다.
전략비축유(SPR)도 무한한 방패가 아니다. 에너지부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재고는 2억 9410만 배럴이었고, 8월 말에는 2억 8660만 배럴로 더 줄어 1982년 이후최저 수준이 됐다. 미국의 하루 총소비와 단순 비교하면 13.9일분이다. 물론 비축유는 총소비 전부를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며 수입 중단을 보완하는 자산이다. 명목 최대 방출능력은 하루 440만 배럴이고 대통령 결정에서 시장유입까지 13일이 걸린다. 재고를 그 속도로 계속 뽑는다고가정해도 약 65일분이지만, 낮은 재고와 시설 제약 때문에실제 지속 속도는 더 낮을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감소분 1670만배럴과 비교하면 비축유는 시간을 살 뿐 해협을 대체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의 최우선 협상 목표는 이란의 완전한 항복보다 호르무즈해협의 안정 재개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한 발은 군이 요격한다. 배럴당 150달러와 갤런 당 5달러대의 휘발유는 중앙은행, 재무부, 선거캠프와 수억 명의 소비자가 함께 맞는다. 호르무즈해협이 닫히면 이란의 미사일보다 미국의 주유소 가격표가 트럼프를 더 빠르게 압박한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