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비 CEO "트럼프 美 내향화·중·인도 부상으로 다자간 국제 규범 시스템 완전 붕괴"
싱가포르 웡 총리 "강대국 행동 좌우 못 해… 아세안 중심 '새로운 안정 연합' 구축해야"
호르무즈 사태발 에너지 충격… 한국·대만 등 '테크 강국' 선방 vs 저소득 취약국 '비대칭 위기'
싱가포르 웡 총리 "강대국 행동 좌우 못 해… 아세안 중심 '새로운 안정 연합' 구축해야"
호르무즈 사태발 에너지 충격… 한국·대만 등 '테크 강국' 선방 vs 저소득 취약국 '비대칭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일방주의 관세 폭탄, 중동 전쟁의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의 심화가 아시아 경제와 금융 시장을 동시에 옥죄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기존의 세계 질서와 다자간 규범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경기 침체(Geopolitical Recession)’의 단계로 본격 진입했다는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내향적 고립주의와 중국·인도 등 신흥 강대국의 거센 부상이 충돌하면서, 기존 초강대국 중심의 글로벌 안보·경제 지배 구조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2027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될 싱가포르는 강대국의 패권 다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역내 중견국 중심의 '새로운 안정 연합' 결성을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9월 1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정치 위험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이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GZERO 서밋 아시아 2026'에서 각국 정부 고위 관료와 경제 정책 전문가, 글로벌 기업인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덮친 복합 위기를 집중 논의했다.
유라시아 그룹 "기존 세계 질서 붕괴… 지정학적 불황기 진입"
마지아르 미노비(Maziar Minovi) 유라시아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연설을 통해 "우리는 지금 사실상 장기적인 '지정학적 경기 침체'의 시작점에 서 있다"며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장기적인 정치·경제적 불안정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노비 CEO는 "이러한 거대한 구조적 침체는 중국과 인도의 가파른 부상과 이에 맞선 미국의 급격한 내향적 전환(고립주의)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 하의 미국 외교 정책이 과거보다 훨씬 덜 전략적이고 극도로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정조준했다.
그는 "단일 초강대국과 전 세계 국가들이 합의했던 기존 국제 질서의 프레임워크는 더 이상 오늘날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갈등을 중재하고 관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거대한 균열이 아세안과 아시아 전역의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을 직접적으로 강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로렌스 웡 총리 "강대국 좌우 못 해… 중견국 연대 구축해야"
차기 아세안 의장국을 이끌 싱가포르의 로렌스 웡(Lawrence Wong) 총리는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역내 국가들이 패권국의 횡포에 무력하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웡 총리는 "주요 강대국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혹은 세계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우리 같은 국가들이 직접 결정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파트너십을 질적으로 강화하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새로운 연합(New Coalitions)'을 과감히 구축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적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가 간절히 바라는 공통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이 지역에서 참혹한 무력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며 "평화와 안정이 항구적으로 유지되어야만 역내 모든 국민이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집약 아시아의 딜레마… '테크 동맹국' vs '저소득국' 비대칭 격차
서밋에 참석한 국제 금융기구 수장들은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쇼크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심각한 '성장 양극화'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아시아는 제조업 비중이 커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가 높은 지역"이라며 "중동 수입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여전히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석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저소득 국가들은 재정 여력이 없어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글로벌 AI·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테크 중심 경제권은 지정학적 충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폴 그루엔월드(Paul Gruenwald) S&P 글로벌 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첨단 AI 기술 붐을 주도하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강력한 수출 모멘텀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위기의 수혜를 입는 국가와 피해를 보는 국가 간의 비대칭적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 간극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단왕(Dan Wang) 유라시아 그룹 중국 총괄 디렉터는 "중국은 최근 제정된 신에너지법을 통해 주요 에너지 국유기업들에 정상 재고 외에 법적 추가 비축 의무를 부과하는 등 수년간 막대한 국가 전략 자원을 축적해 왔다"며 이러한 강력한 자원 완충 장치가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복원력을 지탱하는 안전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지정학적 침체 경고와 싱가포르의 새로운 연대 제안은, 향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평화)의 퇴조와 미·중 패권 충돌 속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단순한 진영 선택의 강요를 거부하고 다자간 독자 연합을 결성하려는 자구적 전략 모색의 분기점’인 동시에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AI 공급망 재편 속에서 취약국과 테크 제조국 간의 구조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아시아 경제의 냉혹한 현주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