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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이너스 전력가격’ 확산…저장장치 부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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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이너스 전력가격’ 확산…저장장치 부족 비상

독일 573시간·스페인 등 4개국도 500시간 넘어…EU, 2028년까지 30~35GW 추가
유럽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돼 있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사진=챗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돼 있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사진=챗챗GPT

유럽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남는 전기를 저장할 설비 확충이 뒤처지면서 전력 도매가격이 0 아래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마이너스 전력가격을 기록한 시간이 573시간에 달했고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도 각각 500시간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이 남아돌면서 일부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까지 악화하자 유럽연합(EU)이 대규모 에너지저장 설비 확충에 나섰지만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저장설비 부족이 맞물리면서 전력 낭비와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독일 573시간…유럽 곳곳서 전력가격 0 아래로


유럽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에너지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증설의 상당 부분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집중됐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발전량이 수요를 웃도는 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하면 도매 전력가격이 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반복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독일은 2025년 전력 도매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간이 573시간으로 2024년에 세운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도 2025년 10월 말까지 각각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500시간을 웃돌았다.

전력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면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면서 오히려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이런 가격 구조가 장기화할 경우 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위축시켜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스페인 태양광 급증…일부 개발업체 퇴출


스페인은 이런 문제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국가로 꼽힌다.

스페인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까지 높아졌다. 풍부한 태양광 자원을 활용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보다 낮은 전력가격으로 최근 에너지 위기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공급 과잉이 심해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지난 15년간 급증한 태양광 투자가 막대한 전력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면서 피크 시간대 스페인의 전력가격이 반복적으로 0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단지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매각을 모색하는가 하면 일부 개발업체는 사업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2025년 4월 유럽에서 2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 대규모 정전을 겪기도 했다.

다만 오일프라이스는 이 정전을 태양광 확대가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장장치와 전력망 안정성을 함께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 EU 저장설비 확대 나섰지만 격차 여전


문제의 핵심은 저장설비 확충 속도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급격히 높아졌지만 전력이 남는 시간에 저장했다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량이 떨어질 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충분히 늘어나지 못했다.

오일프라이스가 인용한 유로뉴스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EU 전력 생산의 44%를 공급하고 있지만 EU 전체 에너지의 약 55%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 등을 포함한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저장설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해가 지거나 바람이 약해질 때 부족한 전력을 수입 화석연료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EU 에너지장관들은 지난 6월 에너지저장 설비를 대폭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계획에 따르면 EU는 2028년까지 약 30~35GW의 저장설비를 추가해 역내 저장능력을 세 배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일프라이스는 EU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가려면 2030년까지 약 200GWh 규모의 저장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현재 EU의 에너지저장 설비는 약 55GW 수준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중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어렵고 남는 전력을 저장해 필요한 시간대에 공급할 수 있는 설비 확충이 유럽 전력시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