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선언과 실질양보가 동시에 가능한 이유
백악관의 한 방에서는 승리 연설문이 작성되고, 다른 방에서는 양보 문안이 수정된다. 연설문에는 '미국이 호르무즈를 열었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했다', '미국의 힘이 평화를 만들었다'는 문장이 들어간다. 협상문에는 이란산 원유수출 면제, 금융·보험 거래 허용, 동결 자산의 단계적 사용, 미군 증강 중단과 해상 봉쇄 완화가 들어간다. 두 문서는 서로 모순돼보인다. 그러나 정치 협상에서는 자주 같은 합의의 앞면과 뒷면이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은 이미 이 구조를 한 번 문서로 만들었다. 지난 6월 17일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협상하도록 했다. 미국은 서명 즉시 해상 봉쇄 철수를 시작하고 30일 안에 완전히 끝내며, 이란은 60일 동안 상선의 무과금 안전 통항을 제공하고 30일 안에 기술·군사적 장애와 기뢰를 제거하도록 했다. 향후 호르무즈해협의 관리와 해상 서비스는 오만과 걸프 연안국이 국제법과 연안국의 권리를 토대로 논의하도록 했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무조건적 자유항행'과 이란의 '주권적 관리권' 사이에 상당한 절충이 들어 있었다.
경제 조항은 더 컸다. 미국은 지역 파트너와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만들고 필요한 면허와 허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모든 형태의 제재를 합의된 일정에 따라 종료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최종합의 전에도 이란산 원유와 석유 제품, 은행 거래, 보험과 운송에 대한 재무부 면제를 발급하며, 동결·제한된 자금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은 신규 제재와 추가 병력 배치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농축물질을 IAEA 감독 아래 현지에서 저농축하는 최소 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최종 합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구속력 있는 결의로 뒷받침하는 구조였다.
이 문서가 그대로 실현됐다면 미국의 일방적 승전문서라 부르기는 어려웠다. 이란이 요구한 봉쇄 해제, 경제 복구, 원유 수출, 자산사용, 제재 종료와 체제 안전이 대폭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란의 일방적 승리도 아니었다. 핵무기 비보유, 농축물질 처리, IAEA 감독, 상선 무과금 통항과 국제적 이행 감시를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항복이 아니라 고비용 상호 교환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양해각서는 순서와 신뢰 때문에 무너졌다. 미국은 이란이 통항과 핵조치를먼저 실행하기를 원했고, 이란은 봉쇄 해제와 자산 사용이 먼저 현실화하기를 원했다. 이스라엘은 합의가 자기의 전쟁 목표에 미달하며 자기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레바논 전선과 공격 귀속, 기뢰 제거의 검증, 제재 완화의가역성,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의 표현도 충돌했다. 협상문은 양측의필요를 담았지만, 이행설계가 그 필요를 동시에 안전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11월 3일 이전다시 협상이 열린다면 출발점은 결국 이 문서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미국은 양보의 이름을 바꿀 것이다. 제재 완화는 “준수에 대한 조건부 면허”가 되고, 동결 자산 해제는 '감시형에스크로'가 되며, 봉쇄 철수는 '해상 안정화 단계 조정'이 된다. 이란재건 지원은 배상이 아니라 '지역 공동 투자'로 포장된다. 미국의 병력 비증강은 양보가 아니라 '작전 효율화'로 설명된다.
협상에서 명칭은 체면의 가격이다.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강경한 '나쁜 경찰'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다음 공격을막기 어렵다고 이란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란도 혁명수비대와 호르무즈해협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한다. 경제 혜택이 먼저 보이지 않으면 강경파가 해협을 더 조일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굳바이 배드 가이(Good Guy/Bad Guy) 구조다. 그러나 나쁜 경찰이 실제로 통제되지 않으면 전술은 거부권으로 변한다. 미국이이스라엘의 독자 타격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란 정부가 혁명수비대의 해상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양측은 서로에게양보를 요구하면서도 자신이 약속한 결과는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새 합의는 지도자의 문장보다 실제중지 명령을 내릴 조직과 그 위반을 자동으로 비용화할 장치를 먼저 묶어야 한다.
필자가 예상하는 선거 전 잠정 패키지는 다음 구조에 가깝다. 첫째, 30~60일의 해상 행동 정지와 상선 통항의 즉시 확대가 이루어진다. 이란은기뢰 부설, 선박 공격과 통행료 부과를 중단하고 미국은 이란 항만에 대한 봉쇄와 선박 차단을 단계별로 줄인다. 둘째, 오만 또는 다국적 중립 감시단이 항행과 사고 조사를 맡되 이란의독점적 통제권도, 미국의 영구적 군사 통제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미국은 제한된 이란산 원유 수출 쿼터와 은행·보험 면제를 제공하고, 동결 자산을 인도·재건 목적의 분할 계정으로 풀어준다. 넷째, 이란은 농축 활동 동결, 60% 물질의 위치 확인과 제한된 IAEA 접근을 제공한다. 다섯째, 위반 시 혜택이 자동 정지되는 스냅백과 군사 핫라인을 둔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거래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얻고 싶은 것은 호르무즈해협 통항량 회복이다. 이란이가장 먼저 얻고 싶은 것은 원유 수입과 금융 결제의 회복이다. 양측의 긴급한 이해가 정확히 맞물린다. 핵문제는 가장 중요하지만 검증과 문안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협과원유 거래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치화할 수 있다. 선박 수, 통항량, 보험 면제, 수출 쿼터와 자금 트랜치를 정하면 된다. 따라서 선거 전 거래는 핵의 완전한 종결보다 에너지와 해상 안정의 잠정 교환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를 양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폭격이 이란을협상장으로 끌어냈고, 이란이 핵무기 비보유와 자유항행을 받아들였으며, 미국은 조건을 집행하기 위해 일부 면허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란도 굴복이라부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봉쇄를 해제시키고 자산과 원유수출을 되찾았으며, 호르무즈해협 연안국 권리를 인정받았다고 말할 것이다. 좋은 합의는양측이 모두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불안정한 합의도 똑같다. 차이는 말이 아니라 이행 장치에 있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이란의 항복 그 자체가 아니다. 미국 유권자가항복으로 읽을 수 있는 장면과 문장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겼다고 말하고, 협상문에는 이란이 요구해 온 경제·순서·안전보장 조항을 상당 부분 넣을 가능성이 높다. 승리선언은 공개재다. 양보문안은 거래비용이다. 정치인은 앞의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뒤의 것을 협상 상대에게 지불한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