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여론이 미국의 협상시계를 어떻게 앞당기는가
선거상황실의 대형화면에는 두 종류의 지도가 떠 있다. 하나는 하원과 상원의 경합 지역 지도다. 다른 하나는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 지도다. 이란의 미사일 궤적은 국방부가 추적하지만, 대통령의 정치 생존을 위협하는 궤적은 이 두화면이 함께 만든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직접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화당의 의회 다수와 트럼프의 입법·예산·전쟁수행 능력은 사실상 그의 성적표로 심판받는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8월 말 로이터·입소스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로 정치 경력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응답자의 71%는 생활비 대응을 부정으로 평가했고,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10명 중 4명이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46%가 11월 투표에 매우 열성적이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31%였다. 무당층의 가상 의회투표에서는 민주당 36%, 공화당 22%였다. 전쟁 지지는 조사문항에 따라 31~36%에 그쳤고, 83%는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트럼프가 전쟁에서 반드시 패배한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지역구별 후보, 경제, 이민, 낙태, 범죄와 정당조직이 복합 결정한다. 대통령 지지율과 휘발유 가격만으로 의석을 계산할 수 없다. 그러나선거 두 달 전 33%의 지지율, 4달러를 넘는 휘발유, 생활비에 대한 71%의 부정평가와 민주당의 열성도 우위가 동시에나타나면 백악관의 전쟁시간은 군사시간보다 빨라진다.
이미지 확대보기휘발유 가격과 대통령 지지율의 역사적 관계도 경고를 준다. 1976~2007년자료를 통제 변수와 함께 분석한 연구는 휘발유가 갤런당 10센트 오를 때 대통령 지지율이 평균 약 0.60%포인트 낮아지는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이것은 2026년의 인과법칙도 아니고 기계적 예측식도 아니다. 정당 양극화, 전쟁효과와 경기상황 때문에 실제 반응은 달라진다. 그럼에도 현재 4.071달러에서 배럴당 150달러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5.36달러까지 1.29달러 오르면, 과거 계수를 단순 적용한 값은 약 7.7%포인트의 하락압력이다. 필자는 비선형성과 지지층 바닥을 고려해 지속기간이 긴 경우 추가 3~7%포인트하락, 즉 지지율 26~30%대의 위험범위를 본다.
이미지 확대보기이란은 이 선거시계를 안다. 이란의 전략은 미국을 전장에서 격파하는것이 아니라 미국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닫지 않더라도 통항량을 불안정하게만들고, 선박 몇 척을 선택해서 통과시키며, 기뢰와 미사일의 잔존위협을 남기면 된다. 원유시장에는 완전한 봉쇄보다 예측할 수 없는 부분 봉쇄가 더 오래 위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더 오래 공격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선거 전에 유가, 물가와 전쟁피로가 계속 쌓이는 것을 감당할 정치 능력은 훨씬 작다.
협상에서는 이것을 기한압박이라고 한다. 기한이 가까운 쪽의 양보비용이 커진다. 미국은 11월 3일까지 화면에 보여줄 결과가 필요하다. 이란은 11월 3일이 지나도 정권이 살아남으면 된다. 따라서 양측의 달력은 같지않다. 미국의 폭격은 이란의 물리적 자산을 줄이지만, 선거일은 미국의 협상시간을 줄인다. 시간이 누구 편인가는 미사일의 수가 아니라 정치적 마감일로 결정된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일과 체감일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원유 선물가격은 합의 발표 몇 분 만에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유조선이 항만을 떠나고, 보험이 복원되며, 원유가 정유공장에 도착하고, 휘발유 가격이 주유소 전광판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비축유 도대통령 결정 뒤 시장 유입까지 약 13일이 필요하고, 원유 가격 충격이 휘발유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데는 통상 수주가 걸린다. 10월 말의 합의는 선거뉴스는 만들수 있어도 11월 3일 이전 생활비를 충분히 낮추지 못할수 있다. 백악관이 실제 가격효과를 원한다면 늦어도 9월 말에서 10월 초에는 틀을 만들고, 10월 중순에는 선박통항과 원유수출이 눈에 띄게 회복돼야 한다. 군사작전의 D데이와 선거경제의 D데이는 서로 다르다.
필자의 9월 6일 기준 시나리오 판단은 다음과 같다. 11월 3일 이전 미국이 이란을군사적으로 굴복시켜 핵·미사일·해협 문제에서 사실상 항복에가까운 결과를 얻을 확률은 15~25%다. 반면 호르무즈통항, 제한적 핵동결과 경제면제를 묶은 잠정합의 또는 사실상 휴전을 만들 확률은 60~70%다. 그런 합의가 성립할 경우 백악관이 이를 미국의 결정적 승리로 공표할 확률은 80~90%로 본다. 합의문에 이란이요구한 경제·봉쇄·자산·이행순서조항이 상당 부분 반영될 확률은 60~75%다. 이 수치는시장확률이 아니라 전황, 유가, 여론, 기존 양해각서와 당사자의 유인을 결합한 필자의 분석범위다.
가장 가능성 높은 장면은 이렇다. 10월 어느 날 백악관은 상선 통항량이 늘어난 화면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기뢰 제거와 자유 항행에 동의했으며, 미국의 힘이 세계 유가를 낮췄다고 말한다. 같은 날 재무부는 제한적 원유수출과 금융·보험 거래를 허용하는 면허를 발표한다. 동결 자산 일부가 감시 계정으로 풀리고, 미국의 해상 봉쇄와 병력 운용도 조정된다. 연설에는 승리가 보이고, 부속문서에는거래가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이것을 무조건 위선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협상은 상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자기 국민에게 정당화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승리의 언어가 합의의 취약성을 가릴 때다. 미국이 이란의 양보만 공개하고 자기의 양보를 숨기면, 이스라엘과 미국 의회는 합의를 약한 거래로 공격한다. 이란이 경제적 성과만 선전하고 핵·해상 의무를 축소하면 강경파가 이행을 방해한다. 과도한 승리선언은 합의를 팔아주는 동시에 합의를 깨뜨리는 씨앗이 된다.
11월 3일까지 미국이필요한 것은 영구평화가 아니다. 선거를 건널 수 있는 정치적 교량이다. 호르무즈가 열리고 유가가 내려가며, 미군에 대한 공격이 멈추고, 이란이 핵동결 문장에 서명하면 그 교량은 만들어진다. 그러나 교량을건넜다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선거 전 휴전의 목표는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화면을 바꾸는 데 있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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