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용 합의가 지역의 종전협정이 되지 못하는 이유
다음 장면은 전망 시나리오다. 11월 4일 새벽, 미국 워싱턴의 화면에는 중간선거 개표가 흐르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작전실 화면에는 이란의 위성사진이 떠 있다. 미국의 정치시계는선거라는 큰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안보시계에는 선거일이 없다. 우라늄 농축시설의 굴착 흔적, 미사일 공장의 전력사용량, 이동식 발사대의 이동과 레바논으로 향하는 무기 수송이 다시 포착되는 순간, 이스라엘은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 시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스라엘과 미국은 같은 적을 보지만 같은 종전 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 방지, 미군 보호, 호르무즈해협 자유항행과 유가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 선거를 앞두면 이 가운데 즉시 측정 가능한 해협과 유가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진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농축·미사일·대리세력 능력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 자체를 장기 생존위협으로 본다. 미국이 동결과 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에서도 이스라엘은 완전한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전쟁중단 합의를추진할 때 로이터는 해당 합의가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에 미달했고, 이스라엘이 자신은 그 조건에 구속되지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교전은 휴전 합의 뒤에도 반복됐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6월 8일서로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직후에도 타격을 주고받았다. 8월 말 이스라엘 에너지장관 엘리 코헨은이란이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하면 미국과 새로운 합의를 맺더라도 다시 공격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여기서 '이스라엘의 도발'이라는표현은 정확히 구분해 써야 한다. 실제 공격의 계기가 이란의 명백한 합의위반이나 임박한 공격 징후일 수도있다. 모든 이스라엘 군사행동을 조작된 도발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미국의 승인과 합의상 긴급검증 절차 없이 이뤄지는 독자 예방타격은, 그 동기가 무엇이든 이란과 국제 시장에는사실상 새 전쟁을 여는 도발로 작동한다. 핵심은 이스라엘의 의도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단독으로전쟁을 재개할 수 있는 구조를 없애지 못한 합의의 결함을 보는 것이다.
스포일러를 협상 밖에 두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그에게 합의를 깨뜨릴자유를 남겨주는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전 통보와 24~72시간의긴급검증 절차를 요구하고, 이란도 혁명수비대와 연계세력의 공격중지 명령을 문서화하며, 위반 귀속을 다국적 조사단이 신속히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실제 위반, 오인, 정보의 공백과 의도적 도발이 모두같은 결과, 즉 재공격으로 수렴한다.
핵불확실성은 이스라엘의 독자행동 가능성을 더 높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0% 농축우라늄 440.9kg의 현재 상태를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와독일은 이란의 비확산의무 불이행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중국의 거부권 때문에 유엔 차원의 제재가 즉시 강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사찰공백 자체가 이스라엘의최악 가정에 힘을 준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예방타격을 주장하는 쪽은 "확실해질때는 이미 늦다”" 말한다.
11월 3일 전 미국이 호르무즈 중심의 잠정거래를 만들면 이란은 원유수출, 금융과 자산사용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 이란은 이를 경제 안정과 방어력 재구축에 사용할 유인이 있다. 이스라엘은 같은 자금을 합의의 성과가 아니라 이란의 재무장 재원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스냅백과 사찰로 위험을 관리하려 하고, 이스라엘은 재구축이 확인되기 전에 파괴하려 한다. 한쪽은 관리 가능한 위험을 거래하고, 다른 한쪽은 거래 가능한 위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보기필자의 시나리오 확률은 이렇다. 2026년 11월 4일부터 2027년 3월 31일 사이 이스라엘이 주도하거나 이스라엘의 행동이 직접 촉발한대이란 군사충돌이 재개될 확률은 기본적으로 45~60%다. IAEA 접근이계속 거부되고, 농축 또는 탄도미사일 생산의 재개 징후가 포착되거나, 레바논 전선이 다시 확대될 경우 조건부 확률은 65~75%까지 높아진다. 같은 기간 포괄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가 유지될 확률은 15~25%로본다. 가장 가능성 높은 상태는 전면전도 완전평화도 아닌, 휴전과제한타격이 반복되는 관리된 간헐전이다. 이 역시 통계상 확률이 아니라 구조적 시나리오 판단이다.
확률은 2026년 11월 4일~2027년 3월 31일을 대상으로 한 필자의 조건부 시나리오 판단이다. IAEA 사찰공백, 이스라엘 비구속성, 레바논·미사일재구축 징후를 핵심 변수로 삼았다.
이 위험을 낮추려면 합의문이 미국과 이란만을 묶어서는 안 된다. 첫째,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중지와 레바논 전선을 별도 부속서로 명시해야 한다. 둘째, 농축·미사일 재구축의 객관적 기준과 사찰기한을 정하고, 정보의심만으로 일방공격하지 않도록 긴급검증 절차를 둬야 한다. 셋째, 해상사고와 대리세력 공격의 귀속을 조사하는 다국적 기구와 핫라인이 필요하다. 넷째, 위반 시 제재와 경제혜택이 자동·대칭으로조정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의 재공격권과 이스라엘의자위권을 무제한 문장으로 남기지 말고 임박한 위협의 기준과 협의절차를 넣어야 한다.
11월 3일 이전 미국은이겼다고 말할 수 있다. 이란은 봉쇄와 제재의 일부를 풀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유가는 내려가고 상선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합의의 당사자도, 검증절차의 수용자도 아니라면 그 합의는 지역 종전협정이 아니다. 미국 선거를 건너기 위한 임시교량일 뿐이다. 11월 3일 이전의 합의가 이스라엘을 묶지 못하면, 11월 4일 이후의 전쟁은 우연한 합의위반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합의설계의 결과가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전쟁에는 세 개의 성적표가 있다. 첫 번째는 얼마나 많은 표적을 파괴했는가를 적는 군사 성적표다. 두번째는 상대의 선택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를 적는 협상 성적표다. 세 번째는 국민이 그 결과를 어떻게받아들였는가를 적는 정치 성적표다. 미국은 첫 번째에서 압도한다. 두 번째에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다. 세 번째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11월 3일 이전미국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완전한 승리와 완전한 양보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군사 우위를 전면에세우고, 호르무즈 통항과 제한된 핵동결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들며, 그대가로 이란의 원유수출, 금융, 자산사용, 봉쇄완화와 체제안전 요구를 단계별로 받아들이는 혼합거래다. 백악관은이를 승리라고 부를 것이다. 테헤란은 버텨서 얻어낸 권리회복이라고 부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같은 문장에 서명해도 이스라엘이 같은 전쟁종료선에 서지 않는다면, 합의는 평화가 아니라 다음 충돌까지의 시간표가 된다. 국제협상에서가장 위험한 문서는 나쁜 문서만이 아니다. 핵심 당사자를 밖에 둔 채 성공했다고 선언하는 문서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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