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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B가 633억 쏜 곳은 전력망 아닌 난방망…한국 원전 '열 공급' 숙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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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B가 633억 쏜 곳은 전력망 아닌 난방망…한국 원전 '열 공급' 숙제 안겼다

- 유럽투자은행, 핀란드 스테디에너지에 최대 4000만 유로 전환대출…첫 소형 원전 지원
- 150도 저온으로 도심 난방만 맡는 50MW급 원자로…2028년까지 인허가 자금 투입
- 발전용 편중된 한국 공급망, 유럽 비발전 열공급 시장 겨냥한 기자재 다변화 직면
유럽투자은행(EIB)은 2026년 9월 15일(현지시각) 핀란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 스테디에너지에 최대 4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투자은행(EIB)은 2026년 9월 15일(현지시각) 핀란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 스테디에너지에 최대 4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투자은행(EIB)2026915(현지시각) 핀란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 스테디에너지에 최대 4000만 유로(633억 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세계원자력뉴스(WNN)는 같은 날 EIB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전환대출을 실행하는 첫 사례로, 향후 상장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선순위 무담보 대출 형태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이 화석연료 난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열전용 원자로 상용화 지원에 나서면서 대형 발전용 중심인 한국 원전 공급망에도 비발전 시장 대응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신규 원전 기피 깨고 4000만 유로 전환대출 결정


EIB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공동 소유한 공공 금융기관이다. 그동안 원전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 속에서 체르노빌 원전 안전 조치 등 제한된 안전 관리 사업 위주로만 자금을 집행했다. 다만 지난 1년간 루마니아 원자로 개보수 사업과 프랑스 남부 트리카스탱 우라늄 농축 시설 확장 사업에 차관을 제공하며 기조 전환을 보였다.
이번 자금 지원은 SMR 개발사를 직접 대상으로 삼은 첫 금융 계약이다. EIB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스테디에너지의 연구개발, 실증 시험, 라이선스 인허가 절차에 자금을 지원한다. EIB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의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 투자의 대표 사례라며,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SMR이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 생산 배제한 50MW 열전용 원자로의 등장


스테디에너지가 개발 중인 'LDR-50'은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열만 생산하는 열전용 원자로다. 열출력은 50메가와트(MW) 규모이며 섭씨 약 150도 안팎의 저온 상태에서 가동하도록 설계됐다. 발전용 증기를 만들기 위해 초고압을 견뎌야 하는 일반 원자로와 달리 압력 부담이 낮아 도심 인근 지역 난방망 연결과 산업용 공정열 공급, 해수 담수화에 특화됐다.

토미 니만 최고경영자(CEO)"유럽 최종 에너지 소비의 40% 이상이 열에너지"라며 "원자로를 통한 열공급 솔루션으로 수입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3년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에서 분사한 이후 핀란드 안에서 15기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20256월 핀란드 방사선핵안전청(STUK)은 방사선 안전과 방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개념 평가 결과를 내놨다. 회사는 실증 시설 착공 시점을 2029년으로 잡았다.

한국 원전 산업의 비발전 열공급 공급망 과제


유럽이 지역난방 전용 소형 원전 실증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원전 산업도 사업 구조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한국 원전 기업들은 대형 경수로와 고온·고압 전력 생산용 SMR 용기 제작에서 제조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반면 섭씨 150도 저온 열전용 원자로는 고온 특화 소재 대신 경제성을 갖춘 열교환 배관과 펌프 기자재가 핵심이어서 제작 표준과 사업 구조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내 원전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한국 원전 생태계가 유럽 지역난방 SMR 시장에 진입하려면 발전용 위주 설비를 산업용 공정열 공급 체계로 신속히 넓혀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난방 수요가 많은 동유럽과 북유럽 지자체들이 탈석탄 대안으로 열전용로 도입을 검토하는 흐름은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핀란드 STUK의 최종 본인허가 획득과 안전성 입증이 지연돼 2029년 착공 목표가 흔들릴 경우 상용화 시점이 늦춰질 위험도 상존한다.

스테디에너지가 2028년까지 집행되는 EIB 지원금으로 상세 설계를 마치고 핀란드 본허가를 통과하는 과정이 1차 시험대다. 유럽 각국이 지역난방망에 원자력을 연계할 수 있는 인허가 기준을 확립하는 속도가 한국 기자재 기업의 공급망 진입 시점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집계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