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G2 전략적 안정' 수렴 속 권력 중심 양극 질서 회귀 우려 심화
뉴델리 BRICS 정상회의서 140개 항 선언 채택… 반미·친중 편중 막는 인도의 '균형추' 역할 부각
7년 만의 모디-시진핑 20초 악수 속 국경 침범 마찰 여전… "선택지 넓히는 다극 체제 사수 총력"
뉴델리 BRICS 정상회의서 140개 항 선언 채택… 반미·친중 편중 막는 인도의 '균형추' 역할 부각
7년 만의 모디-시진핑 20초 악수 속 국경 침범 마찰 여전… "선택지 넓히는 다극 체제 사수 총력"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동맹' 역사를 언급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권력 중심의 양강 질서로 회귀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패권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 공조를 강화해 온 인도의 외교적 계산이 복잡해진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의장국으로서 주재한 9월 뉴델리 브릭스(BRICS) 정상회의는 이 같은 양극화 흐름에 맞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의 독자적 목소리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동시에 현실 국제 정치가 인도의 이상인 다극 체제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 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Nikkei) 보도에 따르면, 미·중 간의 전략적 타협 기류는 중국의 안보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아시아의 두 핵심 축인 일본과 인도에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다극 세계 원했으나 멀어지는 중"… 미·중 G2 양강 구도 회귀의 그늘
인도의 대표적 외교 안보 석학인 라자 모한(C. Raja Mohan) 교수는 최근의 정세를 두고 "인도는 진정한 다극 세계를 갈망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어쩌면 우리는 다극화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이 같은 진단은 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브릭스는 2006년 창립 4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체제에서 2024년 UAE·이란·이집트·에티오피아, 2025년 인도네시아를 흡수하며 10개국으로 몸집을 불렸으나, 전체 경제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창립 당시 47%에서 2025년 62%로 오히려 확대됐다.
주요 7개국(G7) 내에서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같은 기간 46%에서 59%로 상승했다. 결국 서방 진영은 미국, 반서방·신흥국 진영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압도하는 '신(新)양극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미국과의 '철통 동맹'에 올인하는 일본보다, 미·중 사이에서 국익에 기반한 전방위 줄타기를 추구해 온 인도에 훨씬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뉴델리 BRICS 선언 채택… 반서방 극단화 차단한 인도의 완충판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이 전원 대면 참석한 가운데, 회원국들은 첫날 만장일치로 총 140개 조항으로 구성된 '뉴델리 선언'을 전격 채택했다.
지난 5월 외교장관 회의 당시 중동 분쟁을 둘러싼 이견으로 성명 채택에 실패했던 파행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도 과거와 같은 보복 관세 위협 등의 거센 반발을 사지 않았다.
선언문은 중동 사태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직접 적시하는 대신 "깊은 우려"와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 그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직접적 서술도 배제하는 등 수위를 정밀하게 조절했다.
특히 선언문 제116항은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진 2022~2025년 G20 연속 의장국의 성과를 강조하며 BRICS와 G20 간의 협력을 명시했다.
이는 BRICS가 중국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반미·반서방 정치 투쟁 클럽'으로 전락하는 것을 차단하고, 서방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려는 인도의 전략적 의도가 관철된 대목으로 풀이된다.
20초 악수 뒤편의 국경 마찰… "선택지 넓히는 다극 체제 사수해야"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의 현장에서 나눈 20초간의 긴 악수는 2020년 갈완 계곡 유혈 충돌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해빙 무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상회담 당일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위성사진을 토대로 중국군의 인도 북동부 분쟁 국경 진입 정황을 보도하는 등, 양국 간의 구조적 군사 불신은 여전히 깊게 도사리고 있다.
외교 테이블에서의 미소 이면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의 아미타브 마투(Amitabh Mattoo) 국제학부 학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계적인 등거리 외교를 펴는 것은 무력함의 고백이며,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은 곧 굴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계는 더 많은 배타적 블록이 아니라 더 많은 유연한 선택지를 필요로 하며, 아시아의 미래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누구도 독점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를 확립하는 데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인도가 BRICS 내부에서 중국의 일방 독주를 제어하는 '내부 균형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서방 의존도 완화를 이끌고 있는 만큼, 서방 진영 역시 인도의 다극화 메시지를 단순히 반서방적 행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중 양강의 권력 분할 정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국제 질서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 수호 노력이 새로운 다극 공존의 돌파구를 열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