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제재 뚫고 4F² 진입"… 中 CXMT 기술 돌파구에 삼성·SK·마이크론 '화들짝'

글로벌이코노믹

"美 제재 뚫고 4F² 진입"… 中 CXMT 기술 돌파구에 삼성·SK·마이크론 '화들짝'

CXMT, 차세대 수직 게이트(VSG) 기반 4F² 셀 아키텍처 전격 공개… 연내 DDR5 출시 예고
글로벌 3강(삼성·SK·마이크론) 주가 일제히 급락… D램 시장 점유율 10% 돌파하며 4위 안착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 도약" vs "미세화 장비 부재에 따른 고육지책·발열 한계" 팽팽
CXMT 로고는 2025년 10월 21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CXMT 로고는 2025년 10월 21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고강도 반도체 수출통제로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전면 차단된 중국의 선두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메모리 셀 구조인 '4F 스퀘어(4F²)' 아키텍처를 전격 공개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빅3'가 독점해 온 최선단 공정 기술의 진입 장벽을 중국 기업이 독자 아키텍처로 뚫어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주초 글로벌 증시에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요동쳤다.

10월 1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Nikkei)와 닛케이 아시아 서울·홍콩·타이베이·실리콘밸리 공동 취재 보도에 따르면, 차오칸위우(Cao Kanyou) CXMT 사장은 최근 열린 업계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D램 셀 설계인 4F² 아키텍처 개발에서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20년 만의 아키텍처 대전환… 6F² 한계 깨고 웨이퍼 집적도 극대화


DRA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 단위인 '셀'이 칩 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F²(F-제곱)' 단위로 표기한다. 2000년대 중반 8F²에서 6F²로 전환된 이후 글로벌 메모리 업계는 약 20년 동안 6F² 구조를 표준으로 유지해 왔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동일한 웨이퍼 면적 위에 더 많은 셀을 촘촘히 배열할 수 있어 집적도와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CXMT가 공개한 4F² 설계의 핵심은 독자 개발한 '수직 주변형 게이트(VSG, Vertical Surrounding Gate)'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고 전기 게이트가 전류 채널 전체를 원통형으로 감싸도록 설계해 전류 누설을 원천 차단하고 제어력을 극대화했다.

차오 사장은 이 기술을 적용해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고성능 DDR5 RDIMM 모듈을 올해 말까지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CXMT는 지난 9월 5세대 D램(1b급 추정) 기술 플랫폼 기반의 대량 양산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고급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고용량 LPDDR5X 칩을 선보인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상하이 커촹반(STAR 마켓) 상장 직후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도약했던 CXMT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8%), SK하이닉스(25%), 마이크론(24%)의 뒤를 잇는 확고한 글로벌 4위로 올라섰다.

실제로 닛케이는 휴렛팩커드(HP),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주요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D램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CXMT 메모리를 본격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UV 막힌 중국의 궁여지책" vs "차세대 로드맵 조기 실현"


시장에서는 CXMT의 이번 발표를 두고 첨단 EUV 노광장비를 쓸 수 없는 중국이 패터닝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 혁신을 강제당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CW 청(CW Chung) 수석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쟁사들은 정공법으로 미세화와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만, 미국 제재로 장비 수급이 막힌 CXMT는 쉬운 길이 없다"며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멀티 패터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4F² 아키텍처를 무리해서라도 조기에 끌어당겨 쓴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단위 면적당 집적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4F²와 3D D램 구조는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패키징 기술이 최대 난제"라며 "CXMT가 양산 라인에서 수율을 확보하고 발열 제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회로 선폭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셀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 자체는 시장의 거대한 요구를 충족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1위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의 트리스탄 홀탐 기업 전략 부사장은 실리콘밸리 EPIC R&D 센터 개소식에서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4F²나 3D D램 도입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산업 전체에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차세대 칩 개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AI 칩 품귀에 D램 마진율 85% 폭등… 韓 3강 '수직 채널' 맞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생성형 AI 붐으로 촉발된 공급 부족(쇼티지)으로 전례 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이 AI 가속기와 고성능 CPU 구동을 위해 LP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채택을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까지 연쇄 병목을 겪고 있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는 공급 부족에 힘입어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8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물밑에서 4F²와 3D D램 기술을 착실히 준비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수직 게이트(Vertical Gate) 기반의 4F² D램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삼성전자 또한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와 결합된 차세대 4F² 구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 속에서도 중국이 시스템 반도체(화웨이)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CXMT)에서도 공격적인 기술 도약을 과시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미세공정 경쟁을 넘어 차세대 3차원 셀 아키텍처 선점 경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