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마차도의 귀환이 던진 질문: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는 언제 끝나는가
베네수엘라 서부 라라주의 한 성당 앞에서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짧은 글을 올렸다. "나 여기 있다. 여러분과 함께."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0개월여의 국외 체류를 끝내고 조국 땅을 밟은 순간이다.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지금 어디에 머무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른바 '돌연 귀국'이다.
'돌연'이라는 수식어는 절반만 맞다. 마차도는 지난해 12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려고 첩보영화 같은 탈출로 나라를 떠났고, 그 뒤 줄곧 귀국을 공언해 왔다. 올 1월 미군이 카라카스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자, 3월에는 "수주 안에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6월 규모 7.5의 쌍둥이 강진으로 17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을 때는 파나마에서 카라카스행 비행기에 오르려다 제지당했다. 9월에는 하루 사이 세 차례나 입국이 막혔다. 좌절된 시도만 일곱 번이다. 이번 귀국은 여덟 번째로 문을 두드린 결과다.
정작 놀라운 것은 그를 막아선 상대가 베네수엘라 정권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6월 지진 당시 백악관 관리들은 그의 귀국 지원 요청을 '정치적 쇼'라고 깎아내렸다. 국무부는 영토에 대한 최종 권한이 임시정부에 있다며 선을 그었다. 마두로를 끌어낸 미국이 마두로의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낙점하고, 민주주의보다 안정과 석유, 안보 협력을 앞세운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마차도가 국내에서 지지도 존경도 받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노벨상 메달을 백악관에 바치기까지 한 마차도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정통성의 시계다. 로드리게스는 대법원 명령으로 권한을 넘겨받았지만, 허용된 임시 대통령 기간을 이미 넘겼다. 9월 유엔총회 연단에서 선거를 약속했으나 날짜도, 달도, 해도 제시하지 않았다. 마두로는 사라졌어도 집권 사회주의통합당과 군, 권력 엘리트로 이루어진 차베스 체제의 골격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가 굳어지기 전에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둘째는 협상의 시계다. 대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 개편, 선거인 명부 정비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야권은 2027년 7월 대선을 요구하지만, 준비에만 1년이 걸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망명지에서 낸 성명은 협상장에 닿지 않는다. 지도자가 국내에 발을 딛고 광장을 채울 때 비로소 협상력이 생긴다. 마차도는 연내 선거가 치러지면 출마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셋째는 워싱턴의 시계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경제 안정과 제도 재건이 먼저라며 선거를 뒤로 미뤄 왔다. 그러면서도 이달 초에는 마차도에게 원할 때 귀국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묘한 기류 변화다. 실제로 "돌아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던 로드리게스 정부는 그가 입국한 날 눈에 띄는 제지에 나서지 않았다. 체포하면 국제적 역풍을, 방치하면 야권 결집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마차도는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
마차도라는 인물은 원칙주의자이자 탁월한 조직가다. 1967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산업공학도로, 선거감시단체 수마테를 세우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0년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의원이 됐고, 2012년 '벤테 베네수엘라'를 창당했다. 2023년 야권 경선에서 92%를 얻고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자, 무명에 가까운 에드문도 곤살레스를 대신 내세웠다. 그리고 100만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개표 집계표의 83% 이상을 확보하고 부정선거를 입증했다. 총 한 자루 없이 투표지로 독재의 거짓을 폭로한 이 작업이야말로 그의 진짜 업적이다.
그림자도 짙다. 그는 국제 제재와 미국의 개입을 공공연히 지지해 왔다. 미국의 군사작전에 감사하며 노벨상 메달을 건넨 장면은 평화상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을 불렀다. 유럽 우파 정당들과의 이념적 연대와 비타협적 강경 노선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힘이지만, 국민 통합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자유선거라면 90% 이상 득표하리라 장담하는 지도자가 체제에 기대 살아온 나머지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지는 아직 답이 없다.
마차도의 귀국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미국이 만든 '질서'와 베네수엘라 국민이 원하는 '민주주의'는 같은 것인가. 외세는 독재자를 제거할 수는 있어도 정통성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정통성은 오직 투표함에서 나온다. 마차도가 광장으로 돌아온 지금, 선거 날짜를 미루는 쪽이 누구인지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진짜 전환은 마두로가 체포된 1월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투표하는 날 시작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