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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앤트로픽 IPO 아모데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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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앤트로픽 IPO 아모데이의 꿈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사진=로이터
앤트로픽이 마침내 기업공개, 즉 IPO에 착수했다. AI 개발을 전업으로 하는 대형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트로픽은 10월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공개 제출하고, 나스닥에 종목코드 ‘ANT’로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 조달 규모는 최대 1천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이 천문학적 숫자의 뿌리를 따라가면, 한 젊은 대학원생의 상실과 만나게 된다.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의 이야기다.

아모데이는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리카르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언덕 마을 마사 마리티마에서 건너온 가죽 장인이었다. 어머니 엘레나 엥겔은 시카고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의 공공도서관 개보수 사업을 이끌었다. 손으로 가죽을 다듬는 아버지와 책의 집을 고치는 어머니. 차고 창업도, 대학 중퇴 신화도 없는 평범한 이민자 가정이었다. 아모데이는 부모로부터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감각과 강한 책임감을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웹사이트보다 수학과 물리학에 몰두하던 소년이었다. 2000년에는 미국 물리올림피아드 대표팀에 뽑혔다. 칼텍에 입학했다가 스탠퍼드로 옮겨 물리학을 전공했다. 칼텍 학보에 실은 글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 동급생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침묵 역시 책임의 회피라는 그의 기질은 일찍부터 드러났다.

삶이 뒤흔들린 것은 스물셋 되던 2006년이다. 오랜 투병 끝에 아버지가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프린스턴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던 그는 곧바로 생물물리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망막 신경 회로의 전기 신호를 연구하며 생명의 작동 원리를 파고들었다.
운명은 잔인했다. 아버지가 떠난 지 4년이 채 안 돼, 치사율 50%였던 그 병이 완치율 95%에 이르는 병이 됐다. 아모데이는 훗날 누군가 치료법을 찾아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과학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 아쉬움은 평생의 질문이 됐다. 어떻게 하면 과학이 더 빨리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답을 찾아 그는 실험실을 떠났다. 2014년 바이두에서 앤드루 응과 함께 AI 연구를 시작했고, 연산과 데이터를 늘리면 성능이 예측 가능하게 오른다는 이른바 '스케일링 법칙'을 목격했다. 이후 구글을 거쳐 2016년 오픈AI에 합류해 연구 부사장까지 올랐다. 과학을 가속할 도구를 마침내 손에 쥔 것이다.

도구는 강해질수록 위험해졌다. 2021년 1월, 아모데이는 여동생 다니엘라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오픈AI를 나와 앤트로픽을 세웠다. 크리스 올라, 잭 클라크, 재러드 캐플런, 샘 매캔들리시, 톰 브라운이 창업에 함께했다. 오빠는 최고경영자를, 네 살 아래 동생은 사장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다니엘라의 남편 홀든 카노프스키도 2025년부터 회사에 몸담고 있다. 세계 최고가의 AI 기업은 동시에 남매가 일군 가족 기업이기도 하다.

이번 신고서는 그 결속을 제도로 못 박았다. 일곱 공동창업자는 '파운더 LLC'를 통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한다. 이들은 저마다 약 2억4천만 주씩 거의 똑같은 몫을 나눠 가졌고,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보다 통제권을, 통제권보다 사명을 앞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아모데이의 꿈은 2024년 에세이 「사랑의 은총을 베푸는 기계」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AI가 생물학과 의학의 50~100년 진보를 5~10년 안에 압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과 감염병, 유전 질환이 극복되는 세계. 아버지를 살리지 못한 과학을, 이번에는 기계의 힘으로 앞당기겠다는 꿈이다. 그 꿈은 이미 문턱에 와 있다. 지난 9월 앤트로픽 코드베이스 기여분의 90% 이상을 AI 클로드가 작성했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과학의 느림에 상처 입었던 그가 이제는 속도를 늦추자고 말한다. 그는 지난 9월 안전 연구와 표준, 규제가 따라잡을 시간을 벌자며 업계 전체의 감속을 촉구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의 생애 속에서는 하나로 이어진다. 과학이 사람을 살리려면 빨라야 하고,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면 통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죽 장인의 아들은 이제 2조 달러 기업을 이끌고 월가의 심판대에 선다. 그를 움직이는 동력은 숫자가 아니라 2006년의 상실일 것이다. 상장은 그 꿈에 거대한 자본을 보태는 일이자, 꿈을 매일의 주가로 평가받게 하는 일이다.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과학이 다른 누군가의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 세계가 그의 다음 걸음을 지켜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