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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케빈워시 연준 FOMC 의장 "트럼프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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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케빈워시 연준 FOMC 의장 "트럼프 키즈"

케빈워시 연준 FOMC 의장/사진=백악관 이미지 확대보기
케빈워시 연준 FOMC 의장/사진=백악관
트럼프 키즈, 케빈 워시

워싱턴 정가에는 '트럼프 키즈'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의 눈에 들어 요직에 발탁되고, 그 신임을 밑천 삼아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한 인물들을 가리킨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17대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케빈 워시는 그 대표 격이다.

워시는 1970년 뉴욕주 올버니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았다. 번듯한 이력이지만, 월가에 이런 이력을 지닌 30대 변호사 출신 금융인은 수두룩하다. 그의 인생이 남들과 다른 궤도에 오른 것은 2002년이었다. 그해 그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 창업자의 손녀 제인 로더와 결혼했다. 그리고 같은 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에 입성했다.

장인 로널드 로더는 범상한 사업가가 아니다. 에스티 로더 그룹의 상속자로 수조 원대 자산가이며, 레이건 행정부에서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냈다. 오랜 세월 공화당에 거액을 대 온 큰손 후원자이기도 하다. 뉴욕 공화당에서는 그를 대신할 자금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07년부터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을 맡아 국제무대에서도 영향력을 넓혔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와튼스쿨 시절부터 6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 왔고, 트럼프에게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처음 귀띔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공화당 권력의 심장부로 통하는 문 앞에 워시를 세워 준 것이 바로 이 처가였다.
이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06년 워시는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다. 경제학 박사 학위도, 통화정책 실무 경험도 없는 인물의 파격 발탁이었다. 당시에도 '연줄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정책 설계자라기보다 월가 인맥을 활용한 연락책에 가까웠다. 2011년 양적완화에 반대하며 연준을 떠난 뒤에는 후버연구소와 스탠퍼드,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어느 자리든 권력과 자본이 맞닿은 곳이었다.

트럼프와의 인연도 처가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2017년 워시는 연준 의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제롬 파월에게 밀렸다. 하지만 파월이 금리 인하 요구를 번번이 거부하자 트럼프는 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올해 초 트럼프는 결국 오랜 친구의 사위를 다시 불러냈다. 워시는 상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준 표결은 54대 45, 역대 연준 의장 가운데 가장 근소한 표차로 끝났다. 야당의 눈에 그는 처음부터 '대통령 친구의 사위'였다.

흥미로운 것은 취임 이후다.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관세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워시가 이끄는 연준은 9월 만장일치로 3년 만의 금리 인상에 나섰다. 트럼프는 연준 위원들을 '적대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맹비난하면서도 워시만은 감쌌다. "나라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에둘러 드러냈을 뿐이다. 파월에게 쏟아붓던 독설과는 온도가 전혀 다르다. 공적 관계를 넘어선 사적 유대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워시의 인생 역정은 미국 엘리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학벌과 경력은 입장권에 불과하고, 그 문을 실제로 열어 주는 것은 혼맥과 후원금, 그리고 권력자와의 친분이다. 그가 유능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출세의 고비마다 처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자리에 앉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그가 내리는 결정은 미국 국민의 이자 부담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다. '대통령 친구의 사위'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는 오직 그 결정들에 달려 있다. 금리의 시계를 정치의 시계에 맞추는 순간, 그는 트럼프 키즈를 넘어 처가 덕에 출세한 트럼프 키즈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