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450억달러 비용 절감 전망…중소업체 환영 속 대형업체·환경단체는 천연가스 낭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석유·가스 산업의 메탄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에너지 생산비용 절감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규제 완화로 450억달러(약 59조6295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의 이익만 늘어나고 천연가스 낭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 석유·가스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위해 메탄 배출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반면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중소 생산업체들은 규제 비용이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도입한 메탄 배출 규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비용 절감과 에너지 가격 인하 효과를 둘러싸고 업계와 환경단체 사이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대규모 메탄 누출 감시 폐지…천연가스 연소 규제도 완화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주 러벅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석유·가스업체에 대한 메탄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소규모 석유·가스업체들을 압박해왔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PA는 메탄을 다량 배출하는 유정과 가스정의 규제를 완화하고 대규모 메탄 누출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는 '플레어링'에 대한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메탄 누출을 줄이기 위해 석유·가스업체들에 노후 장비 교체와 누출 감지 장비 설치 등을 요구했다.
또 제3자가 대규모 메탄 누출을 발견해 EPA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새로운 규제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이같은 감시와 설비 교체 의무가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EPA는 기존 규제가 석유·가스 산업 종사자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중소업체 "규제 비용이 생존 위협"…대형업체는 다른 입장
메탄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주요 세력은 중소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생산량이 적은 유정과 가스정까지 대규모 생산시설과 비슷한 규제를 적용하면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비상장 석유·가스 생산업체 JMA에너지의 채드 맥두걸 부사장은 메탄 규제가 자사에 매우 큰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중소업체들은 누출 감지 장비 설치와 노후시설 교체에 필요한 비용 때문에 일부 생산시설의 운영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형 석유·가스업체들은 연방정부 차원의 메탄 배출 규제를 상대적으로 지지해왔다.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해외 구매자들에게 제품을 계속 판매하기 위해서는 배출 관리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가스업체들이 모두 규제 완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해온 석유업계 거물 해럴드 햄이 이끄는 미국 국내에너지생산자연합은 메탄 규제의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 단체는 기존 규제가 단순한 배출 관리 기준을 넘어 새로운 국내 에너지 개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처럼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햄과 그가 소유한 석유업체 콘티넨털리소시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기 위해 300만달러(약 39억753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소규모 유정 76만개…생산량보다 메탄 배출 비중 커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생산량이 적은 유정과 가스정의 메탄 배출 규모다.
미국 전국저생산유정협회에 따르면 미국에는 개별 생산량이 매우 적은 유정과 가스정이 약 76만개 있다.
이들 시설이 미국 전체 석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를 조금 웃돌고 천연가스 생산 비중은 약 8.2%다.
그러나 메탄 배출 비중은 생산량에 비해 훨씬 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저생산 시설은 미국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의 약 60%, 석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생산량이 적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전체 메탄 배출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단기간에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후 첫 20년 동안 메탄이 가두는 열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에 이른다.
석유·가스 산업은 미국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부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규제를 통해 대상 시설의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87%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서 이같은 배출 감축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경단체 "가스 낭비 늘어"…에너지 가격 인하 효과 의문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석유·가스 생산업체의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비용 절감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환경단체 세레스의 앤드루 로건 선임이사는 기존 메탄 규제가 실제 배출 감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석유·가스업체들이 규제 시행에 대비해 메탄 누출 방지 설비를 도입하면서 수백만t의 메탄 배출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출되던 천연가스를 회수해 판매할 수 있게 됐고 기업의 매출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로건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생산량 증가와 에너지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분을 이익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천연가스를 더 많이 태워 없앨 수 있도록 허용하면 가스를 소비시장으로 운송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보호기금(EDF)도 메탄 규제를 완화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고 석유·가스 생산시설 인근 지역사회에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DF의 존 골드스타인 에너지전환 담당 부회장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석유·가스업체들이 국내 에너지 자원을 낭비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메탄 누출 방지와 천연가스 회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판매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형 가스업체 "합리적 규제 필요"…석탄 사용 증가 가능성도
대형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은 메탄 배출 규제와 에너지 공급 확대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주요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산업에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라이스 CEO는 생산량이 적은 유정과 가스정을 폐쇄하면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에너지 공급이 감소해 석탄 사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석탄의 사용이 확대된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모든 저생산 시설에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과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모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드러낸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메탄 규제 완화가 중소 생산업체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이지만 대형업체와 환경단체, 일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효과를 둘러싼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규제 완화에 따른 비용 절감이 실제 석유·가스 생산 확대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메탄 배출과 천연가스 낭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지가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