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150억 달러를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에 활용되는 어드밴스트 패키징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며, 부지 선정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3월부터 회사 임원들이 미국을 직접 찾아 후보지를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이 완성되면 직접적으로 반도체 패키징 관련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를 칩 모양으로 자르거나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반도체 생산의 후반부에 행해져 통상 ‘후공정’이라 불린다. 과거 후공정은 주요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설계 공정의 미세화를 통한 이점을 얻는 개발 작업에 한계를 겪으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3D 패키징 분야에서 ‘턴키’ 솔루션으로 고객사로부터 높이 평가돼 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9월 특강에서 테일러 공장에 대해 "작년 7월에는 허허벌판이었는데 공장 건물이 많이 완공됐다"며 "내년 말에는 이 공장에서 4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에 대한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공장으로 들어서는 만큼 테일러 공장에 패키징 설비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미국에서 운영 중인 오스틴 공장은 별도 업체에 패키징을 위탁하는 만큼 신공장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담당할 수 있는 생산라인으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의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도 이 공정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 투자에 나섰지만 아직 완공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혜택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통상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설 시 미 정부의 보조금을 염두에 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혜택을 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투자는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절차로도 풀이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여건상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는 민간 외교로 양국의 협력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일(현지 시간)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핵심 기술인 첨단 패키징에 대한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30억 달러(3조87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지원한다. 특히 ‘국가첨단포장제조프로그램에 대한 비전(NAPMP)’이라는 이름으로 그 세부적인 내용을 밝혔다.
NAPMP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의 패키징과 관련해 보조금이 지원된다. 양사는 이에 따라 직접적인 보조금 혜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김태우,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