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파괴와 현지화 통해 거대IT업체들 넘어서야
[글로벌이코노믹=곽호성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페이스북 등 거대 IT업체와의 대결을 예고했다. 페이스북 등을 이기려면 무엇보다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현지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한 게시물을 포함한 활동 건수가 10억 건을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6월13일(현지시각) 브라질 월드컵 개막부터 29일까지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활동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중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 있는 게시물과 댓글, ‘좋아요’를 남긴 사용자는 2억2000만명, 전체 활동 건수는 10억건 이상이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PC 방문자 수는 월드컵 전인 6월 셋째 주 496만명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 후인 6월 넷째 주에는 707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 모바일 방문자 수는 388만명에서 522만명으로 34.5% 상승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의 월드컵 관련 활동자 수 분석 자료를 보면 페이스북과 네이버의 덩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가히 골리앗과 다윗인 셈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공식 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25일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모바일 분야 절대 강자 카카오와 피시 콘텐츠 분야 실력자 다음의 결합인만큼 두렵고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은 더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카카오 합병법인과 네이버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이들 글로벌 기업과 싸워 이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그의 이 말은 곧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경쟁자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이제 안방만 지키는 인터넷 기업이 아니다. 라인을 앞세우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인터넷 기업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지금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했지만 한 때는 네이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회사들이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세계를 뒤흔드는 IT회사가 된 것처럼 네이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4년 등장한 회사다. 마치 예전의 싸이월드처럼 ‘친구 맺기’를 통해 많은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19살의 하버드대 학생 마크 주커버그가 학교 기숙사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처음에는 하버드 학생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05년9월2일 고교생들도 가입할 수 있게 됐고 2006년9월11일 메일 주소를 가진 13세 이상의 모든 이들이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성공비결로 ▲인간의 본능을 잘 자극한 것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 것 ▲페이스북을 호위하는 페이스북 앱들을 많이 생성될 수 있도록 한 것 ▲단순한 시스템 ▲영어권 국가 국민들을 중심으로 영어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을 지목하고 있다.
■페이스북 성공비결 분석
인간의 본능을 잘 자극했다는 것은 이성을 향한 인간의 끌림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예쁜 여자' '잘 생긴 남자'를 찾기 위한 인간적 본능이 배경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으로 IT업계 종사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몰리면서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생산해 냈고 그것이 볼거리가 되어 연쇄적으로 방문객을 늘리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페이스북과 연동된 앱이나 서비스는 무려 수십 만 개 이상이다. 현재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숫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생성되니 네티즌들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페이스북에 끊임없이 접근하게 된다.
또한 중요한 것이 앱을 잘 만들어 페이스북에 연동시키면 톡톡히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황금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서부로 몰려 갔던 골드 러시처럼 페이스북 러시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 영어권 국가 중심으로 영어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일단 창업주인 주커버그가 매우 젊고 미국의 명문대 출신이란 점에서 전 세계 영어권 백인들의 호감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권 국가 사람들과 교류를 하려니 비(非) 영어권 국가 사람들도 페이스북에 관심을 갖고 가입을 하게 되고 이런 과정이 페이스북의 어마어마한 성공을 가져왔다.
■네이버가 페이스북을 잡으려면
네이버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글로벌 IT기업을 제압하려면 일단 현지화 노력이 중요하다. 상명대 컴퓨터과학과 백윤철 교수는 “카카오톡 앱이나 라인 앱 모두 스마트폰의 메모리를 많이 쓰는 앱”이라며 “한국처럼 국민들이 대부분 우수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경우에는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쓰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국가의 국민들 경우에는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인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마다 라인을 사용하는 기술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환경에 맞춰 현지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페이스북의 경우 앱을 잘 만들어 페이스북에 연동시키면 톡톡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런 비슷한 사례가 네이버 웹툰이다. 네이버는 2013년 4월 30일 콘텐츠 창작자들의 수입 확대를 위해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작가들은 ▲웹툰 페이지 하단에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를 붙이거나 ▲미리보기나 완결보기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거나 ▲웹툰을 활용한 파생 상품을 노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료 외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배려로 네이버 연재 작품을 통해 한 달 만에 약 7800만원을 벌어들인 웹툰 작가도 등장했다.
결정적으로 네이버가 페이스북을 이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구글의 보유현금은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60조원에 이른다. 페이스북의 현금보유량은 2013년 말 기준으로 11조원이다. 반면 네이버는 2013년9월말 기준으로 1조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