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시작하는 단계"…넷플릭스 예능의 '겸손한 출사표'
'솔로지옥 시즌2'부터 OTT판 '나가수', 몸짱 서바이벌까지
'솔로지옥 시즌2'부터 OTT판 '나가수', 몸짱 서바이벌까지

국내 서비스되는 OTT들은 저마다 화제성을 가진 킬러 콘텐츠가 하나쯤은 있다. 티빙은 '술꾼도시여자들'과 '유미의 세포들', '환승연애'이 있고 웨이브는 '트레이서', '모범택시' 등이 대표적이다. 왓챠는 최근 '시맨틱 에러'로 매니아층을 대거 확보했다.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로 사실상 기둥뿌리를 세웠다.
넷플릭스의 화제작은 당연히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다. 대부분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접속한다. 최근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OTT는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낯선 영역이다. 잘 알려진 콘텐츠는 역시 '범인은 바로 너'나 '먹보와 털보', '솔로지옥' 등이다. 넷플릭스 답게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하지만, 충분한 화제성을 확보한 작품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도 있다.
넷플릭스 예능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것은 넷플릭스 논픽션 콘텐츠팀에서 예능 기획·제작을 맡고 있는 유기환 매니저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한 넷플릭스 예능 상견례에서 "넷플릭스 예능은 이제 첫 걸음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몇 년의 역사를 가진 넷플릭스 입장에서 이게 할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유 매니저의 말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유 매니저의 말은 "우리는 아직 본격적으로 예능을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범인은 바로 너'를 포함해 '백스피릿', '신세계로부터', '솔로지옥', '먹보와 털보', '셀럽은 회의 중' 등 다채로운 예능을 만들었다. 어떤 예능은 거대자본으로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을 자랑하거나 과감한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솔로지옥'은 넷플릭스에서 41일간 대한민국 TOP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먹보와 털보'도 그에 못지않게 TOP10을 지킨 바 있다. 국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신세계로부터'는 인도네시아에서 장시간 1위를 지키며 한국 예능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유 매니저는 "'솔로지옥'은 주 2회씩 28일동안 공개해 41일 동안 TOP10에 머물렀다. 반면 '먹보와 털보'는 10개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했음에도 30일간 TOP10을 유지하며 가입자 유치에 공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잖은 성과를 낸 넷플릭스는 올 하반기부터 OTT 예능을 제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넷플릭스가 공개한 하반기 라인업은 '솔로지옥 시즌2'와 '테이크1', '코리아 넘버원', '피지컬 100' 등이다.
'솔로지옥 시즌2'는 새로운 참가자들을 모집해 최근 현장 촬영을 마치고 스튜디오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전 시즌에서 화제성을 입증하며 신예 스타들을 대거 발굴한 '솔로지옥'은 시즌2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사람을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크1'은 넷플릭스판 '나는 가수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라인업을 자랑한다. '죽기 전에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도전하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조수미와 임재범, 유희열, 박정현, 비(정지훈), 악뮤, 마마무 등이 출연한다.
'코리아 넘버원'은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출연해 우리나라 전역을 돌면서 명인들에게 기술을 배우는 노동 버라이어티다. 유 매니저는 "넷플릭스가 큰 돈을 들인 대규모 예능만을 선보인다는 편견이 있는데 '코리아 넘버원'은 그것과 다른 포맷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지컬 100'은 MBC 다큐멘터리팀이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국내 '몸짱' 남녀 100인이 출연해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유 매니저는 "서바이벌 예능의 재미와 함께 진정한 피지컬과 운동에 대한 고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 매니저는 신작 예능을 소개하며 출사표로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다. 한국 시청자들은 높은 수준의 안목을 가진 만큼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겸손하게 내세운 넷플릭스의 하반기 오리지널 예능은 실험적이고 범상치 않은 라인업을 자랑한다. 그와 동시에 한국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선호했던 여러 키워드들을 아우른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예능의 성공 여부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