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망한 사업인데"…IT업계 IPO '가시밭길'

글로벌이코노믹

"유망한 사업인데"…IT업계 IPO '가시밭길'

카카오모빌리티·왓챠·SK쉴더스·원스토어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주식·투자시장 얼어붙어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을 철회하면서 IPO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은데다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면서 IPO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사진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진=카카오모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을 철회하면서 IPO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은데다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면서 IPO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사진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진=카카오모빌리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불리던 IT업계 신사업들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OTT, 앱마켓, 사이버보안 등 업종도 다양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해오다 주주들과 노조의 반발에 결국 매각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장 임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긴 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TPG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투자금 회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실상 올해 안에 IPO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 협상과 함께 IPO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매각 협상에 무게가 쏠리며 협상 대상자를 모색하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최근 매각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는 IPO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간 갈등을 봉합해야 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지속적 투자가 포함돼있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투자시장도 예전과 달라졌다. 여기에 주식시장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IT기업들이 IPO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3581억원, 순이익은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순이익은 감소했다.

OTT시장 재편 후 매각설에 휩싸인 왓챠 역시 험난한 IPO 과정을 겪고 있다. 당초 왓챠는 올해 1000억원 규모 프리 IPO를 추진하고 올해 안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토종 OTT시장이 웨이브와 티빙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왓챠는 점유율과 실적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M&A 매물로 거론되는 처지에 놓였다. 왓챠는 지난해 매출 708억원, 영업손실 24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줄이 말라버려 왓챠도 큰 경영위기를 맞게 됐다. 최근에는 직원 100여명을 해고시키는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IPO에 긍정적이었던 왓챠는 이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적자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상황에서 IPO 이전에 기업 정상화가 더 시급한 숙제로 남게 됐다.

특히 왓챠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왓챠 2.0'까지 내년으로 연기했다. '왓챠 2.0'은 영상콘텐츠뿐 아니라 웹툰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며 문화 경험의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이 밖에 '시맨틱 에러'가 성공을 거두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지만 현재 '최종병기 앨리스' 이후 기획·제작단계에 있던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모두 중단됐다.

SK스퀘어의 자회사로 IPO시장에 출격한 SK쉴더스와 원스토어도 모두 IPO를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SK쉴더스는 ADT캡스와 SK인포섹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종합보안 기업이다. ADT캡스의 물리보안에 SK인포섹의 사이버 보안 노하우가 더해지고 여기에 이 둘을 더한 '융합보안'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장을 철회하고 추후 새로운 시기를 모색하기로 했다.

원스토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종 앱마켓으로 구글, 애플과 경쟁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지만 구글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 사업성에 대한 물음표가 새겨졌다. 이 때문에 원스토어는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특히 원스토어가 신사업으로 내걸었던 글로벌 진출과 스토리콘텐츠 등에 대해서도 성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부문에서는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 때문이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이들을 시작으로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을 잇달아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기업의 상장 철회로 IPO전략을 전면 재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투자시장에 부는 찬바람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줄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경기침체가 당장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투자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d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