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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 후보 잇단 낙마...결국 여권 입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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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 후보 잇단 낙마...결국 여권 입맛대로?

윤경림 사장 주총 앞두고 사퇴…경영 공백 불가피
범여권 인사 다시 거론…주총서 소액주주와 갈등 예상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주주총회를 4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 때문에 KT는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미지 확대보기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주주총회를 4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 때문에 KT는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중도 사퇴하면서 KT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여권 인사가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T는 27일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지난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31일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사장이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KT 이사회가 사퇴 의사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31일 주총에서는 해당 안건을 의결할 수 없게 됐다. 구체적인 사퇴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압박과 업무상 배임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의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대해 '이권 카르텔'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대통령실 역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게 아니면 조직 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KT 대표이사 인선에 대한 의견을 냈다.

여기에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지난 7일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고발 건에 대해 10일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 등의 영향으로 윤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KT는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3월에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KT는 앞으로 수개월간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 상태가 된다.

여기에 대표이사가 추천하는 사내이사 안건도 자동 폐기되면서 이사회 공백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사장은 사내이사 2인 후보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이사를 내세운 바 있다.

경영 공백 상태에 들어간 KT는 당분간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경영상태를 유지하면서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재개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체제는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등 사장단을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지만 의사결정이 제한적인 만큼 사실상 경영 시계가 멈춰버린 셈이다.
앞서 KT는 두 차례 경영 공백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남중수 당시 사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서정수 부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다. 또 2013년 말 이석채 당시 회장이 임기 중 위성 헐값 매각 사건 등 논란으로 중도 사퇴했다. 당시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KT의 대표이사 자리가 비게 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이 통한 만큼 여권 인사가 내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공개 모집에서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나 김성태 대통령직속디지털플랫폼 정부 자문위원 등이 지원한 바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맡은 바 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윤석열 캠프에서 IT특보 ICT코리아 추진단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윤석열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관료들도 지원한 바 있다.

KT가 대표이사 공개 모집을 다시 진행할 경우 이들이 또 지원할지는 알 수 없다. 앞서 지난달 진행한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서도 이들 인사는 모두 1차 전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선자문단은 급변하는 디지털전환(DX)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DX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매니지먼트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국내외 KT 주주들은 차기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ICT 트렌드에 대한 전문지식 △KT 관련 업무 경험 및 입증된 경영 능력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 역량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 △ESG 중시 경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노동조합은 △KT 그룹의 미래비전 제시 △노사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내세웠다.

KT가 대표이사 인선을 다시 진행하더라도 이 같은 자격 요건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인사가 다시 지원하더라도 최종 후보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윤석열 캠프 출신으로 KT 사외이사 내정자였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중도 사퇴하면서 이사회 내에 친정부 인사도 없다.

또 윤경림 사장을 지지했던 소액주주들이 정치권 인사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 만큼 섣불리 정치권 인사를 내정했다가 경영 공백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앞서 KT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 사장의 사퇴를 두고 현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분노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 때문에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해 KT 안팎으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T 입장에서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대표이사를 확정하는 게 좋다. 정치권에서도 더 압박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개입하기도 곤란할 듯하다"고 밝혔다.

한편 KT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열린다. 그러나 대표와 사내 및 사외이사 선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다. 차기 대표 후보가 연속 낙마하며 KT 내부적으로는 이사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KT 제1노조는 지난 23일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비상대책기구 운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KT새노조는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KT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 이상의 정치권 개입은 국민기업 KT를 망칠 뿐"이라며 "KT 사장에 정치권 낙하산이 들어 와서는 안된다"고 발표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